강서시장 수박 팰릿 거래 ‘의무화’에 우려 확산

올해부터 5톤 이상 차량, 팰릿 출하·거래해야
인력·장비 등 여건 미흡한 산지서 불안 가중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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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말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가 조치 명령을 통해 올해부터 수박 팰릿 출하·거래를 의무화한 가운데, 모종을 입식 중인 산지와 유통업계 등에선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부터 강서시장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은 수박 수탁(매수) 거래 시 차량 규격이 5톤 이상일 경우 팰릿 출하·거래해야 한다. 아울러 내년 1월 1일부턴 1톤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팰릿 출하·거래가 의무화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82조 2항 22호에 따라 단계별 행정처분이 뒤따른다. 1차 위반 시엔 경고 조치, 2차 위반 시엔 업무정지 10일, 3차 위반 시엔 업무정지 1개월 등이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과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이미 지난 2016년과 2021년에 각각 수박 팰릿 거래를 의무화했지만, 강서시장에선 시장 내외 여건과 산지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팰릿 거래 의무화에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전한 바 있다.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A씨는 “공사에선 지난해(2023년)부터 수박 팰릿 출하·거래 의무화를 실시하려 했지만, 여건상 시기상조임을 앞세워 이를 미룬 거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14일 공문을 보내 26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겠다더니 당장 1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해 버렸다”며 “수박 팰릿 거래를 의무화할 경우 종전보다 유통과정서 두 단계가 늘어나게 된다. 산지에서 선별한 뒤 시장에 올라와서 추가적으로 선별 작업을 거쳐야 해서다. 유통단계 추가로 인한 비용 증가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고, 시장도매인 입장에서도 운반과정에서 발생하는 눌림 현상과 이로 인한 상품성 하락 등의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A씨는 “팰릿 출하를 하기에 산지 여건이 너무 열악한 것도 큰 문제다. 오죽하면 일부 농가에서 시장 출하를 포기하고 산지에서 그냥 거래해버리겠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성출하기 때에는 팰릿 구하기도 어렵고 유통업체에서 독점해버리면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올라갈 여지가 있다. 게다가 더운 여름철엔 수박이 무르기 때문에 팰릿 적재로 운반 시 상품성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대책 없이 의무화가 강행된다면 시장도매인에서는 수박 판매를 접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가락시장도 그렇고 지금 도매시장에서 팰릿 거래 의무화 품목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대체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지유통인 B씨 역시 “팰릿 작업을 하려면 산지에서 어느 정도 여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두 알다시피 농촌엔 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특히 소규모 재배 농가는 작업에 필요한 지게차 등의 장비를 구하기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보니 팰릿 출하·거래가 의무화될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벌어질 여지가 크다”라며 “5월 무렵 수박이 본격적으로 수확·출하되면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까지는 5톤 이상 차량만 적용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성출하기에 1톤 차량을 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1톤 차량으로 그 많은 물량을 시장에 올린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 농가는 물론 유통인들도 불안해하고 있는데, 이미 팰릿 거래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기로 해놓은 상태라 농가는 물론 유통인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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