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의 최저가격보장제 약속

  • 입력 2024.03.03 18:00
  • 수정 2024.03.03 19:1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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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가 연일 화제가 됐다.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농민들의 시위행렬은 유럽연합 농업장관회의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로 집결했다. 유럽 농민들은 식량주권을 법에 명시하라는 요구와 함께 값싼 수입농산물로 인해 불공정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농업현실을 반영한 환경규제가 아니라면 유럽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표출한 시위였으며, 특히 농산물 가격보장이 핵심 요구였다.

유럽 농민의 집단행동은 위기를 반영한 그동안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농민들의 행동이 가장 돋보였다. 프랑스는 밀, 사탕무, 옥수수, 보리, 감자, 포도 등을 주요하게 생산하며 유럽연합 내에서도 손꼽히는 농업 강국이다. 프랑스 국민은 트랙터 시위로 일시나마 불편했겠지만 농민들의 시위를 지지했다. 농민이 없으면 먹거리도 없다는 것을 알기에 농민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것이다.

이처럼 유럽 최대 농업국인 프랑스는 농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며 3차례 지원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확실한 지원방안이 필요한 프랑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파리 도심에 모였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에게 한마디라도 하면 ‘입틀막’돼 내쫓기는 우리나라 현재 상황과 비교해보면 참으로 부러운 광경이다. 대통령과 농민이 즉석에서 만나 토론을 벌인다니 우리나라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농업정책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농민과의 간담회에서 약속한 조치는 농업과 식량을 국가의 주요 의제로 법에 명시하는 것과 최저가격보장, 두 가지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 약속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되기까지 여러 난관이 있을지는 모른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최저가격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 있는 만큼 실질적 결과물을 도출해내기 위한 후속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약속은 농산물 시장개방의 시대에 국제경쟁만을 강요받던 프랑스 농민들에게 가치 있는 약속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21대 국회에서 농산물 최저가격제 도입을 위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형마트의 과일 직수입까지 허용하겠다는 우리나라 정부의 행태로 정부가 우리 농민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생산의 영역에서도, 유통의 영역에서도 농민의 거래교섭력이 사라지고 국내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약해진다면 앞으로는 농민이 아닌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지 모른다. ‘농민 없이 국가도 없고, 농업 없이는 프랑스도 없다’는 발언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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