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공로금 챙기고 특별공로금까지 … 퇴임 조합장들의 불룩한 주머니

지역농협 조합장 퇴임공로금 문제, 농협중앙회장과 ‘판박이’

규정에도 없는 특별공로금, 4년마다 논란 반복되는 가운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 특별공로금제 정식 도입 공약

  • 입력 2024.02.11 18:00
  • 수정 2024.02.11 18: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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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퇴임공로금은 농협중앙회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협중앙회장이 몸소 보여주는 ‘표본’에 따라 전국의 지역농협 조합장들도 이를 똑같이 영위하고 있다. 규모만 다를 뿐, 중앙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관련기사: ‘비상임·선출직’ 농협중앙회장, 퇴직급여만 7억원?).

지역농협 조합장은 상임과 비상임으로 나뉜다. 임기를 마치면 상임조합장은 퇴직금을, 비상임조합장은 퇴임공로금을 지급받게 된다. 액수는 상임·비상임 모두 대략 재직 1년당 한 달치 급여로, 재직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1억~2억원 수준이다.

문제점 역시 농협중앙회장의 경우와 판박이다. 상임조합장 퇴직금을 비상임조합장 퇴임공로금으로 고스란히 보존한 편법도 문제이거니와, 전술했듯 상임·비상임을 막론하고 임기제 선출직인 조합장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한다는 자체부터가 논란거리다. 특히 억대에 달하는 그 지급액수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농촌지역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더더욱 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조합장 퇴직급여 문제는 중앙회장의 그것보다 방만함이 한발 더 나아간다. 일부 농협에서 운용하는 ‘특별퇴임공로금(특별공로금)’이 그것이다. 특별공로금은 조합장들이 퇴임공로금을 챙긴 뒤 추가로 챙겨가는 ‘보너스 퇴직급여’의 개념이다. 주로 임기 만료 후 재출마를 포기하는 조합장들에게 지급하는데, 액수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상임조합장 퇴임공로금은 농협중앙회 내부규정에라도 지급근거가 존재하지만, 이 특별공로금은 근거규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방만함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농협중앙회조차 지역농협들에게 지급 자제 지침을 전파하고 있다.

퇴임공로금이나 퇴직금과 달리, 근거규정이 없는 특별공로금은 조합원들의 손으로 손쉽게 통제가 가능하다. 지난해 전국 동시조합장선거 당시에도 몇몇 농협들이 퇴임조합장 특별공로금 지급을 추진했지만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한 곳은 결국 지급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 농협의 역사적 특성상 조합원들이 온전한 주체의식을 갖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이를 틈타 일부 농협들을 중심으로 특별공로금이 은근슬쩍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의미를 곱씹어 보면 특별공로금은 그 존재가 매우 뼈아픈 돈이다. 불출마 조합장에게 특별공로금을 지급한다는 건 ‘조합장 불출마는 경제적 이권을 포기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조합 임원 사이에 공유돼 있다는 것이고 이는 “조합장은 돈을 벌기 위해 앉는 자리”라는 인식과 연결된다. 협동조합 조합장들의 봉사·희생정신이 얼마나 퇴색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금껏 지역농협의 특별공로금 운용을 자제시켜왔지만, 앞으론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오는 3월 취임하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이 ‘특별공로금제 정식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유권자는 조합원이 아닌 전국 조합장들이고, 때문에 선거 때마다 조합장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후보들의 방만한 공약이 줄을 잇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조합장 간선제’가 갖는 결정적인 한계다.

중앙회장·조합장 퇴임공로금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특별공로금을 명문화하겠다는 중앙회장이 선출된 상황. 농협의 방만한 급여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선 곧 구성될 제22대 국회를 비롯해 농협조직 외부의 관심과 지적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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