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폭행’ 조합장 구속에도 월급 나오는 이유

농협중앙회 가만히 관망만

조합원 투표도 결국 부결

  • 입력 2024.01.28 18:00
  • 수정 2024.01.28 23:06
  • 기자명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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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순정축협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일삼은 조합장이 구속됐다. 사진은 조합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린 순정축협 정읍지점.
순정축협 직원들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일삼은 조합장이 구속됐다. 사진은 조합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걸린 순정축협 정읍지점.

 

‘신발폭행’으로 논란이 됐던 순정축협의 A조합장이 검찰로 구속 송치됐다. 직원들을 폭행하는 등 다양한 위법 사항들이 드러났다.

일부 직원들은 A조합장을 폭행치상 등으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해 9~12월 순정축협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폭행·직장 내 괴롭힘·부당노동행위 등과 2억600만원의 임금 체불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노동부는 1억5,2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및 9건의 형사입건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A조합장의 행실은 ‘막장’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A씨는 노래방에 같이 있던 직원이 자신의 집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리기도 했고 직원들이 받아야 할 연장근로수당이나 연차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많았다.

유대영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순정축협지회장은 체불임금에 대해 “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나온 2억600만원이라는 금액이 전부는 아니다. 노동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있다. 어떤 직원들은 정당하게 받은 연장근로수당을 받았다가 빼앗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유 지회장은 “(A조합장이) 모친상을 당한 직원 장례식장에 갔다가 노조에 가입한 다른 직원을 보고 조문객들 앞에서 ‘내 등에 칼을 꽂냐’라며 폭행한 일도 있다. 옆에 있던 대의원이 말리자 술병을 들고 ‘가만있으라’며 위협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A조합장에게 몇 차례 폭행을 당했던 B차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고 수면제 처방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한우명품관에서 업무를 보던 B차장은 지난해 9월 개업 전까지 조합장이 지시한 일들을 하느라 매일 야근을 했는데, 빠진 것이 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B차장은 “조합장이 지시한 수백 가지 일을 처리하다 몇 가지 사소한 것들을 놓쳤다며 나와 상무를 폭행했다. 나중에 (영업시간이 끝난) 밤 11시에 업무실태를 점검한다며 와서 살펴보고 신발로 때리기도 했다”며 “이때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다고 느껴 (폭행당한 것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합 직원들에게 조합장은 ‘왕’ 같은 존재다. 조합장이 사업과 인사권 등 조합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나 상임이사 등을 선임할 때도 조합장에게 맞는 ‘코드인사’가 이뤄져 조합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이는 없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는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에 징계받은 전국의 농협 조합장들은 총 66명이었다. 직원채용 부적절(21명)이 가장 많았고 부적정 예산집행(14명), 업무처리 소홀(8명), 성희롱(6명), 횡령(6명) 순이었다. 이들 중 절반 정도인 48.5%(32명)는 견책, 21.2%(14명)가 직무정지 1개월이라는 경징계만 받았다.

A조합장 역시 구속까지 됐음에도 현재까지 농협중앙회의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아 조합장 직위를 유지하고 급여도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

유 지회장은 “농협중앙회에 조합감사위원회가 있는데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회원조합 조합장들이 중앙회장 선거 투표권이 있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감사를 한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탄했다.

수수방관하는 농협중앙회에 대해 유 지회장은 “조합장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 조합장을 위해 시간을 끄는 것 같은데 (농협중앙회가) 폭력행위를 저지른 범죄자를 비호하는 세력밖에 안된다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농협중앙회가 나서지 않아도 조합 내부에서 조합원들이 투표를 통해 조합장을 해임할 수도 있다. 순정축협에 지난해 말 조합장 해임안이 상정돼 조합원 투표가 이뤄졌으나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지 못해 해임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전국협동조합노조 순정축협지회와 순정축협 순창대의원협의회를 비롯한 24개 단체들은 ‘순정축협 조합장 퇴진 공동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들은 A조합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3,800여명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또 지난 25일 농협중앙회에서 폭행조합장 제재를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유 지회장은 “직원들 그리고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 조합원들과 탄원서를 제출했고 조합장 해임안을 다시 올리는 등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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