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일방적 희생 강요하는 송전탑 "전면 재논의해야"

홍천 주민들 "돈보다 주민이 우선" ... 8일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

한전, 입지선정부터 정당성 상실‧특별지원금으로 마을공동체 분열시켜

국회‧지자체‧한전, ‘밀양의 비극’ 반복되지 않도록 주민들 호소에 응답해야

  • 입력 2024.01.08 16:03
  • 수정 2024.01.11 13:44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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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강원 홍천군 주민들이 사업 중단과 전면 재논의를 촉구했다.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의원(진보당)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kV HVDC(초고압직류송전)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 실시계획 승인 중단 △사회적 기구를 통한 원점 재논의 △한국전력공사의 특별지원비에 대한 전면적 감사‧조사 △「전원개발촉진법」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회와 정치권이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 요청했다.

이 사업은 신한울 핵발전소 1‧2호기(경북 울진)‧강릉안인화력발전소‧삼척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에 보내는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사업이다. 사업 구간은 동‧서부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홍천군은 서부-2‧3구간에 포함된다. 이 구간 총 선로길이는 약 47.66km, 93개의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전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동부구간의 건설을 진행하고 있고, 서부구간 사업안은 현재 산자부에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엔 해당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사실상 동의인 조건부협의 결정(원주지방환경청)까지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전이 주민의견 수렴 절차에서부터 이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사업의 원천 백지화를 요구했다.

△지역주민이 선출한 대표가 아닌 한전이 임의로 선정한 위원들로 입지선정위원회(송전탑 경과지 선정 기구) 주민대표 위원이 구성됐고 △주민 반대로 홍천군 위원이 전원 사퇴해 입지선정위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별도의 사회적 기구를 만들어 사업의 타당성과 정당성부터 재검토하고 건설 방식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한전이 법적 보상과는 별도로 내부 규정에 따라 지급하는 특별지원금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들은 “한전이 특별지원금이라는 명목의 보상금으로 일부 주민들을 회유하고 반대 주민들과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송전탑 예정지 마을들은 하나 같이 싸움과 소송에 휩싸였다”라며 “음성적인 금전지원과 매수, 악의적 유언비어 배포 등으로 마을공동체 파괴와 후유증을 낳았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원개발촉진법」상 한전‧발전소 등 전원개발 사업자가 사업 승인을 받으면 「도로법」‧「하천법」‧「수도법」‧「농지법」 등 19개 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모두 거친 것으로 간주해 관련 부처나 지자체가 문제점을 검토할 기회가 막혀버리는 만큼 「전원개발촉진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송전탑 건설이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정책에 역행하는 점도 지적됐다.

이들은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사업은 이명박 정부 말기 강릉과 삼척에 대규모 화력 발전소 사업이 결정되면서 추진된 사업”이라며 “갈수록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모든 나라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가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신규 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대규모 전력의 장거리 수송을 위한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강성희 의원은 “홍천은 20년 전 세워진 765kV 초고압 송전탑으로 생명과 건강 위협, 재산 손실 등 막대한 피해를 감수했음에도 한전은 500kV 송전선로 건설을 또다시 강행하며 주민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라며 “2019년부터 홍천군 주민들은 일상을 뒤로하고 싸워왔지만, 한전은 주민의 저항과 반대 목소리를 외면하고 일상을 파괴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은 “지자체는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주민의 고통과 불안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며 “또다시 송전탑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회와 정치권이 책임있게 나서고, 한전‧지자체‧국회는 주민들의 절박함에 응답해야 한다.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지역 주민이 일방적 희생을 강요받고 고통받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학도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남면 대책위원장은 “서해안 HVDC 송전선로가 해저 설치로 추진되는 것처럼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도 전기 고속도로(지중화)로 추진할 것을 간절히 요청한다”라며 “전자파로 민가와 가축이 엄청나게 피해 봤지만,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했고, 의회‧정당에 각종 진술, 서명받아서 올렸지만 다 무산됐다. 송전탑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다시금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은 765kV 송전탑으로 땅이 농협 담보로조차 설정되지 못하는 점, 전자파로 늘어난 암 환자와 축사 폐사 속출 등 피해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남궁석 영귀미면 대책위원장은 “한전은 마피아‧막가파‧ 막무가내”라며 “겉으론 주민 수용성을 강조한다고 하고 속으로는 밀양 그 이상으로 못된 짓을 해온 게 한전이다.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성토했다.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홍천군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강원도 관통하는 50만 볼트 초고압 송전선 전면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송전선로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사업의 전면 백지화 및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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