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 권리 보장한다며 WTO 체제 강화하자는 선언이 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서 ‘UAE 선언’ 발표

  • 입력 2023.12.17 18:00
  • 수정 2023.12.17 18:52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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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열린 제28차 국제연합(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결과물 중 하나로, 지난 1일(현지시각) 발표된 ‘지속가능한 농업과 탄력성 있는 식품시스템, 기후행동에 대한 UAE 선언(UAE 선언)’이 거론된다.

UAE 선언은 기후위기 심화로 농업·먹거리체계의 회복력이 점차 위협당하고 있다는 인식하에, 농업·먹거리체계의 대안을 모색하고 변화를 꾀할 목적으로 이뤄졌다. UAE 선언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55개국(대한민국 포함)이 참가했다.

UAE 선언 참가국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민·어민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적응 및 회복 관련 활동 확대 △취약계층을 위한 식량안보·영양 증진(예컨대 학교급식 및 공공조달 프로그램 강화) △농업·먹거리 분야 노동자(여성·청소년 포함)의 일자리 유지 지원 △토양 건강과 생물다양성의 강화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방식 마련 등을 위해 협력하자고 합의했다.

이와 함께 선언 참가국들은 △식량 손실 및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발생 등을 줄이고, 농업의 회복력·생산성과 생태계 건강성 등을 강화하기 위한 농업·먹거리 정책 재검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농업·먹거리체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형태의 금융에 접근성 향상 △소농의 생계를 개선하는 토착 지식을 포함한 과학 및 증거 기반 혁신의 가속화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규칙 기반, 비차별적, 개방적이고 투명한 다자간 무역체계 강화 등을 위해 2025년까지 각자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약속했다.

선언 내용을 보면, 소농 권리 보장 및 생태농업 등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의 지향 등의 내용이 담긴 반면, 전 세계 소농들로선 달가울 리 없는 ‘WTO 중심의 규칙 기반’ 내용도 어색하게 공존하고 있다. COP28 행사장엔 올해도 네슬레·바이엘·JBS(브라질의 세계 최대 육가공 기업, ‘브라질판 하림’이라 볼 수 있음) 등 다국적 농식품 기업 관계자들이 ‘대안 모색의 주역’처럼 등장했다. 네슬레·제너럴밀스 등의 유제품 기업은 ‘유제품 메탄행동연합’을 꾸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COP28의 UAE 선언과 관련해, 김현우 탈성장과대안연구소 소장은 “2015년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 당시와 비교해 보면, 그땐 프랑스 농무부 장관이 ‘농사방식 전환으로 매년 0.4%씩 전 세계 토양의 탄소 저장량을 늘리자’는 구체적 제안으로 호응을 이끈 바 있는데, 올해 선언은 대안 제시 측면에서 오히려 더 추상적이고 구체성도 떨어진다”고 한 뒤 “선언문의 ‘(기후위기) 해결책을 위한 재정적·기술적 지원’ 등의 표현을 보면, 이번 선언 마련 과정에서도 다국적 농산기업의 영향력이 작용한 듯하고, 선언 자체가 기술 중심주의적 기후위기 해결책의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

다만 전 세계적 농민운동·기후정의운동 등 사회운동 주체들의 압력으로 ‘소규모 자작농의 권리 증진’, ‘학교급식 등 공공조달 프로그램 강화’ 등의 내용이 선언적으로나마 들어간 건 나름 의미가 있다는 게 김현우 소장의 연이은 평가다.

한편 국제농민운동 연대체 비아캄페시나는 올해 COP28에 대해 보이콧(집단적 거부)을 선언했다. 지난 1~8일 콜롬비아에서 열린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 참가한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은 총회에서 “COP28 의장(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국영 아부다비 석유공사 대표)은 석유회사의 최고경영자다. COP28에선 재생에너지로서 핵에너지를 늘리자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COP28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하며 “나는 최근 네슬레의 그린워싱을 유심히 보고 있다. 네슬레는 2050년까지 나무를 심어서 ‘넷제로(탄소 무배출)’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주민을 쫓아내고 그 땅에 나무를 심어서 말이다”라고 다국적 기업의 행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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