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잘못된 해결책’ 가려낼 때

국내 농민·시민사회 주체들도 COP27에 쓴소리

  • 입력 2022.11.18 14:37
  • 수정 2022.11.20 19:3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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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내놓은 ‘잘못된 해결책’들에 대해 국내 농민·시민사회 주체들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COP27이 진행 중이던 지난 12일, 청년기후긴급행동(공동대표 강은빈·오지혁)은 ‘COP27을 맞아 기후채무국의 역사적 책임을 마주하며’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아프리카·아랍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COP27 연대체(Coalition)’에서 11월 12일을 ‘지구행동의 날’로 정하고 전 세계 시민사회에 기후정의 목소리를 함께 외치자고 요청한 데 대한 응답이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유럽이 전 세계 곳곳을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생태학살과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문명을 전 대륙에 확산시켰”으며, 그 결과 “지난 200~3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1.2℃ 오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한 기후재난의 후과(後果)는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민중들이 겪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겼고, 나이지리아에선 홍수로 최소 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남반구 국가 및 전 세계 민중에 대한 한국 등 부유한 북반구 국가들의 역사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입장이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한국은 서구 ‘선진국’들의 경제개발, 식민주의를 동경하며 이를 빠른 속도로 추격해 왔다. 그 결과 2021년 국내총생산 10위에 이르는 부유한 공업국가가 됐다”며 “대한민국에게 2020년은 기후채무국으로서 상징적인 해다. 국내에선 그린뉴딜 정책과 탄소중립 목표가 발표됐으나, 같은 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했다. 이는 경제성장을 명분삼아 생태학살을 수출하는 경제개발-식민주의 국가의 전형”이라고 규탄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대한민국의 △‘기후채무국’ 지위 인정 △국내외 생태학살 사업 철회를 촉구함과 함께,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남반구 시민사회와의 연대 강화 필요성을 천명했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대응 실천활동을 위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 모인 세계 각국의 농민·원주민 및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 우리나라에선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앞줄 왼쪽 세번째)이 참가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제공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대응 실천활동을 위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 모인 세계 각국의 농민·원주민 및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 우리나라에선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앞줄 왼쪽 세번째)이 참가했다.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 제공

한편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국제조정위원은 남반구 시민사회와의 연대 및 COP27의 ‘잘못된 해결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비아캄페시나 소속 각국 농민들과 함께 COP27이 열리던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를 방문했다. 김 위원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농민·원주민 및 기후정의운동 활동가들과 함께 매일 다양한 실천활동을 벌였다.

김 위원은 지난 16일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연 세미나 ‘COP27의 주요 쟁점으로 보는 기후정의’에 이집트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참가했다. 김 위원은 농업분야와 관련된 COP27의 잘못된 해결책으로 △땅과 물, 숲을 ‘탄소배출거래’ 명목으로 상품화하는 시도 △기후스마트농업 △기술주의적인 농업분야 기후위기 대응책(대표적으로 GMO) 등의 세 가지를 거론했다.

김 위원은 기후스마트농업과 관련해 “이집트에 와서 보니까 기후스마트농업이 대안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실현되는 나라가 다름아닌 한국이더라”라며 “유럽·아프리카의 활동가들에게 한국의 ‘스마트팜’ 확대 상황을 이야기하고, 내가 사는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진을 보여주니 외국 활동가들은 ‘어떻게 이런 걸 기후위기 대응 농업이라고 할 수 있냐’며 깜짝 놀라더라. 기후스마트농업은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적 방법일 뿐이며, 기후스마트농업을 통해 기업은 농업·먹거리 분야에서 자기네 권력을 더 넓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가공·유통·판매 등 농업 관련 대부분의 영역을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기후스마트농업 확산은 마지막 남은 ‘생산’ 영역마저 기업에 넘겨버릴 것이라는 게 김 위원의 지적이다.

김 위원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소농의 권리를 지키는 것임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집트에 왔다”며 “소농이 지켜온 농생태적 생산방식, 생물다양성과 직결되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민의 권리 향상, 전 지구적 먹거리체계가 아닌 지역 중심 먹거리체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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