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폐기물, 농촌에 떠넘기지 말아야

  • 입력 2023.12.10 18:00
  • 수정 2023.12.10 18:39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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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지역에는 의과대학이 없거나 관에서 운영하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는 데가 많고 그나마 운영 중인 병원도 폐업 위기에 몰려있다. 모든 병·의원은 도시를 중심으로 빼곡할 뿐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것도 당연하다. 소비가 활발하다는 뜻이며 그에 따라 쓰레기 발생량도 폭발적이다.

우리는 현 시기를 기후재난 시대라고 한다. 기후위기 수준을 넘어 재난 시대가 됐다는 것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면의 시대를 뜻한다. 그리고 미래의 얘기가 아니라 현재의 얘기라는 것이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만들어서 쓰는 것은 좋은데 지나치게 많이 만들거나 필요 이상으로 만들고 소비하는 것, 또는 편리함만 추구해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버려지는 것을 당장 줄이지 않으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고 만다.

농촌주민들은 어딘가엔 있어야 할 산업폐기물들이 농촌에 너무 많다는 것을 개탄하고 있다. 환경부와 환경관리공단에서 지난 2022년 발표한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역적 편차가 상당하다. 경북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의료폐기물을 처리했다. 전국 지정폐기물 매립량의 약 25%가 경북도에 매립돼 있는 실정이다. 의료폐기물 처리량도 상당해 전국에 14개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있는데 이 중 경북도에 있는 3개소에서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량의 약 29%가 소각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 산업·의료폐기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에라도 폐기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맡고 있는데 매출액 대비 순수익률도 상당한 실정이다. 땅값이 싼 농촌에 폐기물처리장을 설치한다면 폐기물처리 사업의 수익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피해는 농촌 주민들이 보고 이익은 폐기물업체가 보는 불공정 속에 농촌주민들은 건강 불안감까지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분명하다.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도시는 생산과 소비만 하고 농촌에 쓰레기와 폐기물을 떠넘기는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상황을 국가적으로 근절해야 한다. 각종 의료·산업폐기물 처리 부담을 떠안으면 이를 줄이는 대책도 서두르지 않겠나. 이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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