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하락, 악몽이 재현되나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2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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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통계청 쌀값이 지난달 15일 19만9,280원(80kg)으로 하락하더니 25일에는 19만8,620원으로 더 떨어졌다. 현장의 농심은 들끓고 있다. 쌀값에 미치지 못하는 나락가격은 한없이 추락하고 있고, 연말엔 농민들이 지불해야 하는 토지임차료, 농협이자, 농자재값 상환, 농기계값 원금 정산 등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나락값 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농민들은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쌀 감산에 힘을 쏟았고, 이에따라 쌀값은 정부가 약속한 20만원선은 지킬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에 보낸 신호는 농산물값 억제책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농산물값 할인쿠폰정책이다. 245억원의 예산을 쓰면서 농산물 가격을 낮췄고, 결국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공정가격(쌀 80kg 26만원)과 비교해 한참 부족한 20만원도 무너지는 상황을 맞았다.

올해 농민들이 추정한 쌀 생산비는 17만5,000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폭락한 쌀값을 20만원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 현장에선 냉소한 이유다. 농업을 이해하고 만든 정책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한술 더 떠 식당에서 밥 한 공기 값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린 이유가 쌀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농민들은 약 90g의 쌀이 들어가는 밥 한 공기를 300원에 맞춰달라고 요구했다. 300원 원가의 쌀이 2,000원의 밥이 되기까지 제일 큰 영향을 준 건 쌀값이 아니라 식당의 전·월세 가격과 올라가는 공과금일 것이다.

물론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쌀·배추·무우·양파·감자·당근·대파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을 물가인상의 주 요인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정부가 전·월세를 농산물값만큼 낮추려고 든다면 물가잡는 데 수십 배의 효과를 볼 것이다.

성인 한 사람이 1년에 먹는 쌀 소비량이 57kg이라고 할 때, 농민들이 원하는 쌀값은 80kg에 26만원이고 소비량과 비교해 보면 1년에 드는 쌀값은 18만5,250원이다. 한 달엔 1만5,437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농민들이 1년 농사를 지어 버는 농업소득이 948만5,000원이 됐다. 20년 전보다 농업소득이 더 떨어진 이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농업정책과 물가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물가관리에 효과는 없고 농민 피해는 직접적인 농산물값을 잡을 게 아니라 물가 가중치가 높은 상위 10개 품목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 1960~1970년대 쌀값·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2023년 현재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국민을 먹여 살리는 농업의 중요성은 변한 적이 없다. 우리 주식인 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쌀농사의 지속가능성을 바란다면 쌀 재협상을 통해 TRQ물량 40만8,700톤을 폐기하거나 줄여가는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특히 수입되는 쌀이 국민 밥값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수입쌀 가공으로 식품기업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수입쌀로 만든 밥은 원가가 낮은 만큼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지, 또 기업은 국산 쌀을 사용했을 때보다 얼마나 더 이익을 보는지도 확인할 일이다.

정부가 약속한 쌀값 20만원이 무너진 이때, 쌀농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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