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월보다 8.7%나 급락한 쌀값, 농민 생존을 위협한다

김봉식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

  • 입력 2023.12.03 18:00
  • 수정 2023.12.03 18:04
  • 기자명 김봉식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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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식 사무처장
김봉식 사무처장

2021년 쌀값폭락을 불러온 정부의 실패한 양곡정책이 올해 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수확기 산지쌀값은 지난 10월 5일 20kg 기준 5만4,388원을 정점으로 연속 하락하고 있다. 매 순기마다 1,000원씩 낮아져 11월 25일엔 4만9,625원으로 8.7%(4,763원)나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80kg)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쌀값 20만원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쌀값이 바닥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최저가격으로 설정했다고 봐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이 쌀값을 정부의 ‘목표가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9월부터 20만원은 유지될 것”이라는 발표를 하면서 더 이상의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예고하곤 했다. 뒤늦게 대책을 발표하며 불 끄기에 나섰지만 미흡한 대책인 탓에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쌀값, 수확기 첫 시세보다 8.7%나 하락

무기질 비룟값‧인건비‧면세유‧농자잿값이 2배 가까이 상승했고, 태양광시설‧축사가 늘면서 땅값이 오르니 임차료까지 상승하면서 쌀 생산비가 폭등했다. (사)전국쌀생산자협회는 자재비‧인건비‧임차료‧기곗값 등 무섭게 치솟은 생산비 실태를 조사해 쌀생산비조서를 발표했다. 조서에 따르면 80kg 쌀 한 가마 생산비는 17만5,000원으로 정부의 올해 쌀 목표가격 20만원의 87.5%에 달한다.

쌀값에서 차지하는 생산비의 비중이 높아 순이익은 12.5% 정도가 되는 상황에서 수확기 첫 시세보다 8.7%나 쌀값이 하락했다는 것은 농민들의 소득이 8.7%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지는 것이고, 쌀값이 10% 이상 하락하면 농민들은 남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 된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편차가 큰 쌀값의 현실을 반영해 보면 일부 지역은 이미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 되는 것이다.


정부, 양곡관리 실패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

우리나라 농산물시장은 규모가 작아서 정부의 관리 없이는 생산량의 변화에 따라 가격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양곡 상황도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의 부재로 쌀값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해 왔다. 정부는 쌀생산량을 줄이는 것을 기조로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 쌀가격을 잡고 있다. 쌀가격을 낮춰야 생산이 준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목을 움켜쥐고 생존을 위협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이다. 쌀을 재배하면 범죄자로 잡아가지 않는 게 다행일 지경이다. 감사원마저도 쌀재배면적 감축이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주권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곡물시장은 비상상황이다. 수입쌀 가격도 계속 올라 우리 쌀과 비슷한 가격까지 올라와 있다. 쌀이 많이 남는 상황이 아님에도 쌀 매입·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농민들의 생명줄인 쌀값을 잡고 있는 현실이다.


쌀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특단 조치 시급

현장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농가는 물론이고 농협 또한 위기 상황이다. 민간시장이 눈치보면서 움직이지 않아 농협으로 몰린 산물벼는 공간이 부족해 야적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선지급금으로 겨우 가격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현실이다. 어느 한 군데 터지면 연쇄 폭발해 쌀값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없다. 지켜보고 있다가는 대형 참사를 맞이할 것이다. 정부의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시기가 중요한 시장격리를 서둘러 시행하고,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20만원이 아니라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농민들의 기본소득을 법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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