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RPC 통합인가”

당진 농민들, 벼수매가 결정에 농민 참여 요구

  • 입력 2023.11.17 10:00
  • 수정 2023.11.19 21:25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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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당진시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지난 13일 당진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당진제2통합RPC를 찾아 벼수매가 결정과 수분 측정기 오작동 등에 항의했다.
당진시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지난 13일 당진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당진제2통합RPC를 찾아 벼수매가 결정과 수분 측정기 오작동 등에 항의했다.

 

수확을 마치고 농협으로 벼를 싣고갔던 당진시 농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당진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이사 김이섭)이 운영하는 당진제2통합RPC로 몰려가 벼수매가 결정과 수분 측정기 오작동 등에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난 13일 충남 당진시 농민들은 올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당진제2통합RPC를 찾아가 △벼수매가 1kg 2,000원 조기 결정 △벼 전량 수매 △과도한 감량 등의 수매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벼 수분 측정 부정 의혹도 제기했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누구를 위한 RPC 통합인가?”라며 울분을 토하며 “RPC가 통합되고 농민들은 더 불편한데 그 어떤 조합장도 해결하려는 자가 없다. 그래서 농민회는 수년 전부터 수매가 결정에 농민대표를 참여시키고 수확기 전에 가격을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이섭 대표이사는 “아직 많은 지역이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전국 상황을 봐가며 당진도 지난해보다는 일찍 결정하도록 하겠다. 이제 가동한 지 1년도 안 된 공장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아울러 농민 백용관씨는 “벼를 합덕농협 건조저장시설(DSC)에 수매하려고 수분율 15.5%로 건조해서 갖고 갔더니 농협 수분 측정기에서는 17.8%로 높게 나왔다. 지난해에는 집에서 쟀던 대로 15.5% 정확했다. 농협 계측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표원태 합덕농협 공장장은 “한국기술원에서 측정기를 검증하고 봉인해줬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또 합덕농협 수분 측정기의 수리를 맡고 있는 이원준 진도 자동화 대표도 “측정 샘플과 온도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농협 측에서 재설정을 요구하면 출장 가서 처리한다. 올해도 다른 곳은 농민들 입회 하에 처리를 한 경우가 있는데 합덕농협은 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농민들은 “저장 창고도 없는 농민이 태반인데, 농협에선 벼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농협이 우선 지급 가격을 1,200원으로 낮게 책정해 외부 유통업자들에게 헐값으로 팔아야 할 처지다”라며 “농민의 조합인 농협이 소신 있게 농민들의 벼를 1,600원으로 매입해야 한다. 추후 농협이 손해를 보게 될 경우엔 농민들이 반환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현재 당진시에는 당진농협 등 4개 조합이 운영하는 당진해나루쌀조합공동법인의 제1통합RPC와 합덕농협 등 8개 조합이 운영하는 당진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제2통합RPC가 있다. 각각 정부와 지자체의 자금지원을 받아 설립·운영 중인 시설이다. 하지만 당진 농민 사이에선 “생각해보니 괜히 통합했다”, “농협이 통합하면 좋다고 했는데, 통합하고 보니 거대 쌀 가공업체가 돼 농민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이근영 당진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이번 항의방문에 대해 “농민회는 매년 벼 수매가와 RPC 운영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해왔다. 올해는 수확 작업과 전국농민대회 등 일정이 바빠 이를 미뤄왔는데, 농민회원이 합덕농협 DSC에 건조된 벼를 출하했다가 자가측정한 수분함유율(15.5%)보다 농협에서 측정한 수분함유율이 2~3% 높게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오늘 이를 확인하고 항의하러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하며 “농민들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빠른 시일 내 상임위 결정을 통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이종섭 회장은 “합덕농협 DSC에서 측정한 벼를 당진시 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제2통합RPC의 수분 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합덕농협 DSC보다 수분은 0.4% 감소했고 중량은 30kg 증가했다. 만일 이 같은 결과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합덕농협이 처리한 총 벼 매입물량으로 볼 때 농민들 손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당진시농민회는 합덕농협이 농민들의 의혹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을 거듭 요구했다. 향후 합덕농협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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