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농업인의 날 행사인가”

농민 정서 등진 호화 행사 기획

농업·농촌은 ‘들러리’ 전락 우려

농협중앙회장 연임 발판 의심도

  • 입력 2023.10.29 18:00
  • 수정 2023.10.29 21:5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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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와 농협중앙회(회장 이성희)가 올해 농업인의 날 행사를 대형 규모로 기획하자 강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농업위기 국면에 과도한 행사 규모도 문제지만, 이 행사가 논란의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획됐다는 의혹도 거세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오는 11월 10일 농업인의 날 행사를 지난달부터 이례적이라 할 만큼 큰 규모로 준비해왔다. 농협중앙회 내부 정보에 의하면 장소는 수원 월드컵경기장, 예상 참여인원은 수만명에 소요 예산은 60억원에 달했다.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농업인의 날 기념식(1부)과 농협중앙회가 주관하는 농업·농촌 비전선포식(2부)을 아우른 예산이다.

농업인의 날 행사가 농민들에게 큰 의미로 닿지 않는다는 건 해마다 제기돼온 오랜 지적이다. 하물며 지금은 농업생산비 폭등과 자연재해, 농산물값 불안정 등으로 농민들이 어느 때보다 궁지에 몰린 시기다. 60억원이나 쏟아붓겠다는 대형 기념식이 농민들의 눈에 곱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행히 최근 소 럼피스킨병이 유행하면서 행사 규모는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거론되는 행사 정보는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개최, 1,500명 규모다. 하지만 최근 몇 년에 비하면 여전히 거창한 수준이라 논란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건, 이 행사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연임 시도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행사엔 대통령 초청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힘을 실으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설령 법안 의결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전국 농협 조합장들이 집결할 이 대형 행사는 법안 통과를 염두에 둔 이성희 회장의 ‘합법적 선거운동’ 자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문제에 가장 직선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에 반대하는 농민·노동단체들(연임반대 비대위)이다. 비대위는 지난 26일 성명을 발표해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통해 농민을 상대로 정부 제1호 거부권을 휘두른 대통령, 셀프연임 법안을 손에 쥐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 로비까지 서슴지 않은 농협중앙회장. 이 두 사람이 만들어 보여주겠다는 ‘농업·농촌 비전’을 우리가 꼭 보고 들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행사인가”라며 “이성희 회장은 자신의 셀프연임을 위해 우리 농민과 농업·농촌을 들러리로 세우지 말라”고 행사 기획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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