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렬 전 전농 의장 타계, ‘끝까지 싸우겠다’며 일생 바쳐

고향인 전남 무안군에 빈소 마련, 장례는 자주‧평화‧통일장으로

농민운동가로 출발 민주‧통일‧민중운동의 지도자로 전국 아울러

  • 입력 2023.10.18 17:53
  • 수정 2023.10.19 10:0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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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18일 전남 무안군 무안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배종렬 전 의장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8일 전남 무안군 무안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배종렬 전 의장 빈소를 찾은 추모객들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사회운동에 일생을 바친 배종렬 전 의장(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 회장)이 18일 향년 90세로 타계했다.

배 전 의장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농민단체뿐 아니라 민주‧통일‧민중운동 단체장을 두루 역임하며 고향인 전남은 물론 전국을 아우르는 운동 지도자로 활동했다.

1933년 전남 무안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배 전 의장은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뒤 중학교에 가지 못한 채 스무 살이 돼서야 함평농고에 입학했다. 중학교가 없던 고향(무안군 해제면)에 중학교를 세우겠다는 꿈을 안고 단국대에 입학했으나, 학비와 생활고로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다 군에 입대했다.

제대 뒤 고향에 내려와 결국 중학교를 설립해 냈고, 7년간 이사 겸 교사로 일했다. 농사는 1972년부터 본격 시작했다. 본인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서경원 가톨릭농민회 총무와 만난 것이 계기가 돼 크리스천아카데미(9기)에서 교육받았다. 이후 농업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농민운동의 길에 뛰어들었다.

함평 고구마 사건(1976년 11월~1978년 5월, 함평군 단위농협이 농민들과의 고구마 수매가 약속을 어기며 시작된 사건. 농민들은 투쟁 끝에 결국 피해보상과 사과를 받아냈다.)은 배 전 의장이 전남 지역의 지도자급 운동가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됐다.

기독교 농민회가 없던 시절인 1978년 전남기독교농민회를 전국에서 처음 결성한 뒤 전국 단위 조직 결성 사업과 교육 활동을 펼쳐 1982년 전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를 결성해 냈다. 이후 함평무안 농민대회(1984년)와 농가부채 대책위원장(1986년) 등 활동으로 1987년 새해 첫날 구속됐으며 석방 뒤 6월 항쟁에 합류, 전남사회운동협의회 의장으로 항쟁을 이끌었다. 1988년 재구속과 2년간의 투옥 뒤, 전농 3, 4기 의장(1992년~1993년 8월)을 지냈다.

2018년 12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배종렬 전 의장. 
2018년 12월 16일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배종렬 전 의장. 

“6월 10일이었지. 워낙 삼엄할 때라 누가 앞장서서 마이크 잡으면 다 연행해 버렸어. 그러니까, 연설하면서도 내가 누구다, 라고 말 못해. 그래서 내가 발언하면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의장 배종렬입니다, 하니까 대중들이 우레와 같이 박수치더라고. 나는 연행 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 그런 거지.” (‘기독교 농민회의 탄생 주역-무안의 배종렬’, 2012년 최용탁 소설가가 인터뷰한 기사에서 인용)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배 전 의장이 활동한 단체만도 여럿이다. 한국기독교농민회총연합회 회장,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농민분과위원장, 광주전남민중운동협의회 의장,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 상임의장‧전국공동대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의장, 5·18광주민중항쟁 9주기 추모위원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 공동대표, 무안군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무안 채소산업발전연합회장,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양돈사업본부장 등이다.

전농,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전남진보연대,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추모연대는 배 전 의장의 장례를 자주평화통일장으로 치를 예정이며, 19일 오후 2시까지 장례위원을 모집한다.

19일 입관 예배 및 추모의 밤이 빈소에서 마련되며, 20일 5.18민주광장(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노제 뒤 장지(아직 미정)에서 하관 예배를 끝으로 장례 일정이 마무리된다.

빈소는 무안장례식장 201호(전남 무안군 무안읍 무안로 5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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