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 향후 급식운동진영의 과제는?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좌담회 개최

  • 입력 2023.10.08 15:25
  • 수정 2023.10.12 00:41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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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아이들이 학교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게 하자는 농민·시민의 마음이 모여 실현된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시민사회가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은 지난 20년간 먹거리 민주주의와 주민참여운동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으며, 우리 사회에 ‘학교급식은 교육’이라는 의제를 제시했다.

2003년 11월 11일, 전국 50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의회에 모여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다. 그로부터 20년, 한국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을 맞아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상임대표 진헌극, 국민연대)가 기념 좌담회를 2회에 걸쳐 개최했다. 7월 25일 서울 여의도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회의실에서 열린 1차 좌담회, 9월 22일 온라인에서 열린 2차 좌담회 때 나온 내용을 종합해, 급식운동 주체들이 이야기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년의 성과 및 한계,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회의실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기념 1차 좌담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여의도 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 회의실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기념 1차 좌담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기념 2차 좌담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22일 온라인으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주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 20주년 기념 2차 좌담회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1.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의 태동·전개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

진헌극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대표 :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의 태동을 이야기하자면 1990년대 이래 대두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하의 농산물 전면개방 문제, 그리고 과거 위탁급식으로 인한 식재료 안전성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안으로 “학교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쓰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걸 실현하고자 전국 각지에서 학교급식 지원조례 제정운동을 추진했다.

 

 

 

김정택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고문
김정택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고문

김정택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고문 : 인천 강화군의 경우 2001년 친환경 쌀 재고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강화도 농민·시민단체들은 인천지역 학교급식 식재료로 강화도 친환경 쌀을 사용토록 하자며 강화도 조례제정운동본부를 만들었다. 2002년 7월 1일부터 여의도 농민대회가 열렸던 10월 13일까지 △국산 쌀 지키기 △학교급식지원조례 제정 등을 목표로 ‘100인 100일 걷기운동’을 전개하며 급속도로 운동이 진전됐다. 결과적으로 2004년 4월, 인천시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전남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통과됐다.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 : 2006년 6월 21일 CJ푸드시스템(현 CJ프레시웨이)에서 위탁급식을 받던 수도권 지역 24개교 2,000여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그때부터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위탁급식의 직영급식 전환 △우리 농산물 사용 △무상급식 등 3대 목표를 내세우며 국회 앞에서 농성 및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에 이미경·최순영 국회의원이 △학교급식의 직영급식 전환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정숙 전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부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김정숙 전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부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김정숙 전 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부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 : 2003년 국민운동본부 출범 때만 해도, 부산 등 광역시엔 위탁급식 실시 학교가 많았다. 우리는 ‘학교급식을 직영급식의 일환으로 한다’는 그 문구 하나를 넣기 위해 학교급식법 개정 노력에 매진했고, 급식이 교육의 일환으로 운영되려면 직영급식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급식을 교육으로 받아들이게 한 게 우리 급식운동의 출발이라고 본다.

직영급식 실현 과정은 어마어마하게 힘들었다. 급식조례에 ‘우리 농산물’이란 표현을 쓰는 것마저 허용되지 않았다. 전라북도는 2005년 전북 시민사회가 발의한「전라북도 지역산 친환경식재료 사용 학교급식지원조례」속 ‘우리 농산물 사용 지원’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대법원은 2005년 9월 5일 해당 조례가 WTO ‘정부조달에 관한 협정’ 상 내국민 대우원칙 위반이라고 판결). 이 논리에 맞서고자 송기호 변호사 등을 초빙해 WTO 협정 관련해 학습했던 기억도 난다. ‘우리 농산물’이라는 단어를 못 쓰게 한 상황이 결과적으론 우리의 운동성을 강화시켰다.

채칠성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상임대표
채칠성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상임대표

채칠성 친환경우리농산물학교급식제주연대 상임대표 : 제주도에선 2004년 7월 21일「제주도 친환경 우리 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조례」를 공포했다. 이 조례는 명칭에 ‘친환경’과 ‘우리 농산물’을 함께 쓴 최초의 조례로 기억한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재의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제주도의회에서 재의결했다.

김정숙 대표 말씀대로 ‘급식은 교육이다’라는 구호는 우리 급식운동의 큰 논리적 근거가 됐다. 이 화두를 던지면서 행정단위와 시민단체, 학부모에게 ‘급식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인식과 ‘급식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국가의 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 : 서울 또한 위탁급식의 문제점이 많았다. 위탁급식의 직영급식 전환을 위해 학교 내에서 학부모-교사가 결합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학교 급식소위원회 활동을 통해 학교급식 질도 개선하고, 급식업체 실사를 다니며 위생 및 식재료 상태를 살피는 과정에서 급식에 대해 많이 배웠다.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박인숙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공동대표 : 2009년 친환경 무상급식 공약을 내걸며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등장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당시 2010년 6.2 지방선거를 대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상급식을 전면에 내세우자고 이야기하던 과정에서 2,200여개 단체가 모여 국민연대를 결성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동의하는 후보들을 찾아다니며 정책협약을 진행했다.

무상급식운동의 확장·발전 과정에서 반대 측은 “왜 이건희 손자에게 밥을 공짜로 줘야 하냐”는 논리로 반발했지만, 이에 맞서 우리는 친환경 무상급식의 ‘보편적 교육’ 성격을 이야기함으로써 무상급식 실현을 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했다.

강혜승 :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가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 나쁜 투표 거부운동’을 벌인 기억도 생생하다. 결과적으로 나쁜 투표 거부운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이 잘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2. 급식지원센터의 역할, 어떻게 정립할까?

채칠성 : 최근 급식지원센터들을 보면 그 기능이 식재료 유통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유통기능에 치우치면 우선 ‘효율성’을 생각하게 되고, 효율성을 생각하면 가장 큰 조직인 농협을 떠올리게 되지 않나. 제주도의 경우 아직 하드웨어적으론 급식지원센터가 없지만, 센터 설치 요구 때마다 농협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거론되며, 제주도에서도 농협이 센터 운영을 맡아주길 바라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먹거리운동진영에서 센터 운영을 맡자니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 이는 앞으로 우리의 큰 과제라 생각한다.

김정숙 :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제겐 아픈 손가락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시민과 생산자의 힘으로 함께 만들어보자며 ‘시민·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든 곳이 부산이다. 부산·울산·경남을 다 훑으며 찾은 생산자들과 함께 출자해 기업을 만들었다. 당시 부산시장 후보에게 ‘급식지원센터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등 뼈 빠지게 노력한 결과, 학교급식지원센터 3군데를 설치하는 것까진 성공했다. 그러나 그 센터 운영권이 전부 농협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농협의 차장들과 공무원들이 센터의 자리를 싹 차지하고, 우리가 운영위원으로조차도 제대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지역엔 그래도 협치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어공(시민사회 활동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공무원이 된 활동가들)’들이 있었지만 부산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과거 우리 자체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을 되새기며, 전국적인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사례를 취합해보고, 각지의 운영상황은 어떤지 살펴보면 좋겠다.

이보희 : 사실 104개 급식지원센터 중 조달기능을 갖춘 센터는 적다. 예컨대 서울 서대문구 학교급식지원센터처럼 학교급식 관련 교육·홍보 역할을 주로 맡으며 쌀·수산물·김치 등 몇 가지 품목을 공급하는 형태의 센터가 전체 센터의 약 80%다.

진헌극 : 지역은 좀 다르다. 경남 김해시 먹거리통합지원센터는 관내 생산자들을 조직·관리·교육하고 생산물을 늘리기 위한 역할을 한다. 이와 연계해 김해시 먹거리정책과도 학부모·학생 등 시민 대상 먹거리교육을 지원한다. 김해시는 학교급식 식재료의 70~80%는 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임은주 전 경기도영양교사회 부회장
임은주 전 경기도영양교사회 부회장

임은주 전 경기도영양교사회 부회장 : 경기도 안양·군포·의왕·과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경기도 농산물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서 받고, 전통장류와 수산물을 공동구매한다. 학부모 교육 및 학생 대상 생산지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요리 레시피 개발 TF’가 있다는 것도 안양·군포·의왕·과천 센터의 특징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다 보니 학부모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 전에 있던 안산의 급식지원센터는 물류기능 없이 교육기능만 담당했다.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 안산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공무원이 센터장으로 자리잡고 있어서 기능이 더 확대되지 않는 상황이다. 협치 과정에 참여하는 행정조직 관계자들이 학교급식에 대한 관점을 확고하게 하지 않는 한 급식 발전은 어려워진다.

3. 학교급식, 나아가 공공급식과 먹거리기본권 강화를 위한 과제는?

2018년 5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 지혜반에서 열린 ‘찾아가는 먹거리 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마토, 브로콜리, 감자 등의 식재료를 버무려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5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초등학교 지혜반에서 열린 ‘찾아가는 먹거리 교실’에서 학생들이 토마토, 브로콜리, 감자 등의 식재료를 버무려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맛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

이보희 : 우선 학교급식법을 개정해야 한다. △학교급식 관련 국가·지자체의 역할 명시 △학부모 경비부담 경감을 위한 ‘무상급식’ 표현 명시 △급식 국가부담 비율 50% 규정 △유치원 급식 확대를 제한하는 단서조항(50명 미만 유치원은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서 제외) 삭제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근거 의무화 등이 개정해야 할 내용이다.

김정숙 : 최근 푸드플랜 운동이 시작됨에 따라, 이젠 학교급식을 넘어 어린이집·유치원 및 공공기관 먹거리까지 포괄하는 ‘공공급식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지역 상황을 봐도 지역 먹거리운동조직은 학교급식운동본부 대신 먹거리연대 체계로 대부분 재편되고 있지 않나.

신현숙 친환경무상급식대전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신현숙 친환경무상급식대전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신현숙 친환경무상급식대전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 일본 핵오염수 방류로 학부모의 위기감이 크다. 국민연대에서 방사능 물질로부터 안전한 급식 실현을 위한 운동을 끌고 가면 좋겠다. 방류 저지부터 시작해, 법 개정 및 새로운 법안 마련을 통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실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대전에서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자체에 수산물 공동구매 등의 대안을 제시하며 핵오염수 문제에 함께 대응할 새로운 활동가들을 모아야 한다.

 

 

문명우 광주 남구 학교급식지원센터장
문명우 광주 남구 학교급식지원센터장

문명우 광주 남구 학교급식지원센터장 : 방사능 없는 급식을 위해선 방사능 검사 횟수를 늘려가야 한다. 현재 광주광역시엔 방사능 검사장비(장비 1대당 약 3억원)가 한 대밖에 없는 데다 검사 전담 인력이 사실상 없다. 기계를 갖춘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에선 1년에 몇 건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만 잠깐 분석실 내려가서 검사하는 방식으로 방사능 검사체계를 운영 중이다. 우리가 요구하려는 건 △방사능 검사장비 확충 △조직 개편 통한 상시적 검사 전담 인력 배치 △연중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방사선 검사 실시 등이다.

김정택 : 먹거리기본권 강화를 위해 ‘마을 단위 돌봄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 문제를 보면, 장애인 탈시설은 국제적 추세다. 장애인은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마을 돌봄활동에선 먹거리가 중요하다. 읍·면·동 단위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먹거리돌봄 방안을 모색하는 게 향후 농업과 복지 영역의 결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보희 : 급식운동 과정에서 ‘소농’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면서, 소농의 권리 보호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에서 규정하는 소농, 이들의 생산물을 공급하는 것은 농민인권 보호 차원에서 중요하다. 소농이 학교급식 공공조달체계에서 공급우선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임은주 : 영양교사인 제 입장에선 학교급식비 단가를 좀 더 올린다면 마음껏 친환경식재료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4. 급식운동의 앞날을 위한 급식운동 주체들의 과제는?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

강혜승 : 급식운동의 오늘을 보면, 친환경 무상급식이 실현되면서 오히려 운동 자체는 침체됐다고 생각한다. 식재료 검수 및 학교 급식소위원회 참여 등 학부모의 주체적 활동 참여가 과거보다 등한시되는 듯하다. 학부모단체 내부를 봐도, 급식운동 과정 전반을 파악하며 활동을 이어갈 활동가의 맥이 끊겼다. 일본 핵오염수 문제를 봐도 그렇다. 서울지역 학부모들은 오히려 10여년 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문제가 처음 거론될 때 훨씬 적극적으로 운동에 동참했다. 지금은 환경운동단체들이 운동을 끌고 가고, 학부모단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듯하다.

박인숙 : 학부모의 동력을 다시금 이끌어내기 위해, 급식운동 진영과 학부모 조직이 함께 모니터링단을 만드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겠다. 이는 최근의 방사능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급식지원센터에서도 학부모 모니터링단을 만들어, 현행 급식제도의 개선·보완 과정에 끊임없이 참여하고 체계적·조직적으로 급식체계를 모니터링하는 게 필요하다.

한편으로 급식운동 과정에서 활동가·전문가들이 직접 행정에 결합해 진행한 활동의 빛과 그림자가 있는 듯하다. 이분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했기에 큰 성과가 있었다. 다만, 급식운동 진영과 이 역량(행정에 결합한 전문가)들의 지속가능한 결합과 협치를 통해 우리가 상상했던 것이 더 강하게, 지속적으로 실현돼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들은 그곳(행정)의 ‘일하시는 분’이 되고 우리와 분리가 되는 한편, 운동단체는 역량이 행정으로 가면서 약화되는 문제를 보완하지 못하고 주체를 세우지도 못했던 것 같다. 이제 이 과정을 평가하며, 지금 단계에서 우리 역량이 어떻게 해야 강화될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구희현 : 최근 경기도 급식 상황을 봐도 위기감이 크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위탁급식을 실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고, 도내 학교 급식실 조리종사자 4만2,000여명 중 341명이 폐암 확진자다. 조리종사자 신규채용도 잘 안 되는 상황이다.

급식체계 속의 각종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하기 위해, 급식체계 감시역할은 영양교사와 친환경농민, 학부모, 시민사회, 급식지원센터의 전문가 집단 등 여러 구성원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맡아야 한다.

김정택 : (급식 발전을 위해) 정치적으로 넓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인지 국민의힘인지 따지지 말고 사안에 따라 적절하게 타협하는 것도 필요한데, 우리가 정치적으로 그럴만한 단호함이 있을까?

문명우 : 성에 안 찰 수는 있으나 변화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가톨릭농민회의 유정란 생산자들이 계신데, 과거엔 이들의 유정란을 ‘학교 아이들도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공공급식지원센터가 생기면서 현재 광주에선 유정란을 학교에 공급하고 있다. Non-GMO 한 끼당 100원씩 추가 지원한 뒤, 과거에 양조 된장을 주로 먹던 학교 현장에선 전통장 및 간장을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좋은 사례들이 있다. 어느 지역에서 좀 부족하다 생각하면 타 지자체에서 좋은 사례를 소개해주며 격려하고, 어느 정도 친환경급식이 진행되는 지자체는 시민사회가 급식체계를 모니터링하고 견제·감시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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