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 말살정책, 여성농민 총단결로 막아내자”

전여농, 코로나19 이후 첫 전국여성농민대회 성사
폭우 뚫고 상경한 1천여명, ‘윤석열 퇴진’ 결의 다져

  • 입력 2023.08.27 18:00
  • 수정 2023.08.27 20:5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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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농업•농민 말살 정책을 펴는 윤석열정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농업•농민 말살 정책을 펴는 윤석열정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농업농민 말살 정책을 펴는 윤석열정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농업농민 말살 정책을 펴는 윤석열정부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폭우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달려온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 실현으로 현 정부의 농업·농민 말살정책도, 한반도 전쟁위기도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은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성사시켰다. 이번 여성농민대회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전국의 여성농민이 함께 모여 치른 대회였다.

이날 농민들은 이 땅의 농업·농민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자, 모두 비옷 위에 상복을 입은 채 대회에 참가했다. 대열 앞쪽 농민들은 ‘근조(謹弔) 한국농민’. ‘근조 한국농업’이라 쓰인 영정을 들었다. 한편으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통한 한반도 전쟁위기 심화 및 일본 핵오염수 방류의 주역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의 가면을 쓴 여성농민들이 대회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농민의 ‘원성’을 받아냈다.

올해 여성농민대회의 주요 요구안은 △농업·농민 말살하는 윤석열정권 퇴진 △여성농민 공동경영주 지위 보장, 농어업경영체법 개정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저율관세할당(TRQ) 농산물 수입 중단 △농민기본법·필수농자재지원법·농업재해보상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바다 투기 중단 △농업예산 5% 확충 등이었다. 특히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미국산 무기만 18조원 어치를 구입한 윤석열정부를 성토하며, 전여농은 국민 혈세를 미국 무기 구입 대신 농업예산 확충에 쓰라고 촉구했다.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하얀 상복을 입은 양옥희 전여농 회장이 '근조 식량주권'이 쓰인 손팻말을 앞에 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서 하얀 상복을 입은 양옥희 전여농 회장이 '근조 식량주권'이 쓰인 손팻말을 앞에 두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양옥희 전여농 회장은 대회사에서 △폭등한 생산비 △갈수록 더해지는 기후재난 △정부가 고물가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시키며 진행하는 저관세·무관세 농산물 수입 일변도 정책 등 농민이 맞닥뜨린 현실을 이야기한 뒤, 농민의 숨 막히는 현실을 아랑곳하지 않는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양 회장은 “지난달 기록적 폭우에 농경지가 침수되고 전국 곳곳에서 농민이 죽어가는데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는 남의 나라(우크라이나)에 가서 전쟁을 응원하고, 그 부인은 명품 쇼핑을 즐겼다는 뉴스를 봤다. 그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했다”고 성토했다. 지난달 중순 국내에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편을 들겠다고 한, 그럼으로써 한러관계를 악화시켜 한반도 정세를 불안정하게 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와 함께 올해 쉴 새 없이 진행된 한미연합군사훈련,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로 한반도 전쟁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는 게 여성농민들의 진단이다. 양 회장은 “지난날 박근혜정권을 끌어내릴 때 여성농민들이 앞장섰듯이, 윤석열정권을 퇴진시키는 그날까지 다시금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자. 그리하여 반드시 승리하자”고 촉구했다.

끝도 없는 농산물 수입정책 … “이 참에 대통령도 수입하자!”

현장 농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전남 무안군에서 온 고송자 전 전여농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중국산 마늘 수입으로 지역 마늘농가들이 농사를 접어야 했던 상황, 그리고 최근 정부의 농산물 가격 미보장 및 양파 TRQ 물량 수입 등으로 지역 양파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강조했다. 농산물 수입정책으로 농민의 삶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고 전 회장은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이 뽑아준 남성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왔나? 우리 농산물이 제값을 받는 것도,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농촌을 만드는 것도, 잘못된 정권을 쫓아내는 것도 여성농민 스스로의 힘에 달렸다”고 한 뒤 “이 세상 어디에 핵오염수 방류를 찬성하는 대통령이 있나. 이 참에 대통령도 수입하자!”고 주장해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 농민 신향식씨는 지난달 14일 수해로 하우스 작물이 통째로 물에 휩쓸려가는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을 수확해 팔아야 돈을 벌건만 그 농작물이 전부 물에 잠긴 것이다. 신씨는 “농기계마저 물에 잠겨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 달간 하우스에 가지도 못했다”고 밝히면서 수해로 기름·농약 등이 뒤섞인 오·폐수가 논바닥으로 번져 논농사마저 다 망친 상황을 언급했다.

당시 익산 산북천 제방의 붕괴로 망성면 일대 대부분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신씨는 이와 관련해 “망성면 농민들은 예전부터 배수로 공사를 통한 수해 방지 조치를 건의해 왔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오가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귀농한 지 27년째건만 27년째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민에게 닥치는 재난은 기후재난만이 아니다. 제주도에서 온 해녀 김은아씨는 핵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 정부 및 방류 시도에 어떤 반대 목소리도 내지 않는 윤석열정부 때문에 “이젠 정말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에 들어가야 할 판이다”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지 않고 오히려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계획에 동조하는 윤석열정권에 화가 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모든 걸 책임지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성토했다.

경남 고성군에서 하우스 애호박·고추 농사를 짓는 김미선씨는 10년 전부터 생활지원사 일을 함께하고 있다. 농사만 지어선 수시로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 때문에 돈을 벌 수 없고 농사 과정의 적자도 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지원사 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하는데,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 농사일을 한 뒤 출근한다. 생활지원사 일을 마친 뒤 오후 3시부턴 다시 농사일을 해야 한다. 김씨는 “그래도 일할 시간이 부족해 한밤중 머리에 랜턴을 단 채 농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씨는 여성농민으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김씨는 “농업경영체 공동경영주 등록이 안 돼 여성농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농사를 통해 버는 농업소득은 1년에 1,000만원도 안 되기에 생활지원사·요양보호사 등의 일을 겸업하는 여성농민들이건만 4대보험에 가입된 ’다른 일’을 한다는 이유로 여성농민 대상 정책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김씨는 “생산비 보장, 직불금 정책 강화 등을 통해 농민이 농사만 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여농은 이상과 같은 숨 막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윤석열정권을 퇴진시킬 것을, 이와 함께 식량주권·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을 결의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상복을 입고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규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윤석열정부 퇴진을 비롯한 요구사항이 적힌 대형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3일 서울시청 앞 도로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에 모인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윤석열정부 퇴진을 비롯한 요구사항이 적힌 대형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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