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협정 가담 여부 결정조건은 ‘자국 이익’이건만 … 한국은?

포경 놓고 미국과 갈등 빚으며 IPEF ‘불참’ 거론하는 일본
미국, IPEF서 한국에 SPS 규제완화 압박할 가능성 제기

  • 입력 2023.08.18 10:00
  • 수정 2023.08.18 10:08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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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만찬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 만찬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미국 중심 세계질서가 점차 ‘다극화 질서’로 바뀌는 가운데, 미국과 가까운 나라 중에서도 미국의 기조와 ‘거리두기’하려는 곳들이 나타난다. 미국 주도 반(反)중국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담국 사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경향이 엿보이는 가운데, 한국 정부 또한 ‘국익’을 기반에 놓고 IPEF 등의 통상협정 가담문제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일본이 최근 IPEF 내용 중 포경, 즉 고래잡이 금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은 상황이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지난 11일 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IPEF 협상 과정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반(反)포경 표현’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이는 미국이 일본에 사실상 포경을 금지하라고 압박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압력은 “도쿄(일본 정부)의 분노를 촉발”했으며, 일본이 IPEF 합의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게 해당 기사의 설명이다. 기사엔 일본의 한 고위급 관리가 “(IPEF) 협정문에 포경 금지를 명시하는 그 어떤 표현이라도 포함된다면 일본은 IPEF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인용됐다.

이에 웬디 커틀러 전 USTR 수석대표가 “미국이 11월까지 (IPEF 관련) 성공적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기 위해 일본의 전념이 필요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포경문제를 올린 건 당황스럽다”고 밝히는 등 미국 정가는 일본의 이런 행동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적 포경행위를 공식적으로 금지한 상황에서, 일본의 포경 행위가 고래의 멸종을 부추기는 범죄행위임은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IPEF 속 ‘포경 규제 표현’을 놓고 벌어진 미·일간 갈등은, 이후 갈등 해소 여부와 별개로 미국의 최우방 국가인 일본마저 미국의 뜻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고 자신들의 ‘국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편 또 다른 IPEF 가담국인 인도의 경우, IPEF를 구성하는 ‘4개의 기둥(pillar)’인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중 ‘기둥 1’인 무역 분야 논의엔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 인도 역시 아시아의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에 맞서고자 IPEF에 가담은 했지만, 무역 분야 논의 가담이 자국의 농업 분야에 불리하리라는 판단하에 최소한의 ‘거리두기’는 하는 것이다. 지난해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IPEF의 무역 부문 내용이 개발도상국에 대한 차별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둥 1’ 관련 논의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국은 미국대로 급하다. 미국의 농업 분야 기업들은 IPEF 출범 이래 미국 정부에 자국 농식품 수출을 가로막는 외국(한국 포함) SPS(동식물 검역) 조치의 개선, 지리적 표시제 등으로 인한 수입 애로사항 해결, 농업보조금의 무역 왜곡효과 개선, 관세 감축 등을 요청해 왔다.

특히 IPEF의 SPS 내용과 관련해 ‘목장주 쇠고기협회(National Cattleman’s Beef Association)’는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수준에 준하는, 해충 관련 개발자·제조업자·유통사 등이 모인 대기업 ‘크롭라이프’는 USMCA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에 준하는 SPS 관련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말하자면 SPS 규제 완화를 통한 비관세장벽 제거를 촉구한 셈이다.

이상의 내용을 분석한 강민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USMCA와 CPTPP의 SPS 챕터 규정 일부는 IPEF의 농업 분야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분쟁해결을 포함한 위반 시 제재방안 등도 향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며 “CPTPP와 USMCA 등에 담긴 규정의 의미와 적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IPEF 농업분야 협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참고자료 : 강민지, <최근 메가 FTA SPS 규범의 국제 논의 동향 및 시사점>(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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