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력, 위협받는 우리 먹거리안전

GMO 규제완화‧‘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 등 계속 압박

  • 입력 2023.04.16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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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3년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 강화 입장을 다시금 드러냈다. 미국의 거세지는 통상압력에 우리 먹거리안전은 위협받고 있다.

올해 USTR 무역장벽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 중 농업·먹거리 부문을 살펴보면, 우선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규제 시스템은 미국의 농산물 수출에 계속해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는 표현을 쓰며 한국의 농업생명공학 관련 규제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전자조작체(GMO) 수입 관련 규제를 완화하라는 뜻이다.

눈여겨볼 점은 미국이 해당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 산자부)가 발의한「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법, 보고서에선 LMO법이라 표기)」개정안에 대해 “미국은 (한국) 산자부와 GMO법 개정안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으며, 한국과 계속 협력해 이러한 (GMO 관련) 기술과 제품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과학 기반 과정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한국의 GMO법 개정에 협력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신규 GMO의 안전성 심사마저 ‘프리패스’하려는 내용을 담아 한국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 법안의 개정을 위해 미국은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2008년 광우병 등 먹거리 안전성 측면의 문제를 우려한 한국 국민의 반대에 직면해 수입이 제한됐던 미국산 쇠고기 및 그 가공품과 관련해, 보고서엔 2008년 ‘과도기적 조치’로서 생후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기로 했던 조치가 15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패티·육포·소시지 등 소고기 가공품의 수입이 여전히 금지 상태라는 미국의 불만이 담겼다. 미국은 이러한 입장을 이전 무역장벽 보고서에서도 지속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수입제한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난해 약 27억달러(한화 약 3조5,748억원)의 소고기를 한국에 수출해, 한국을 소고기 가치 기준으론 세계 최대의 미국산 소고기 수출시장으로 만들었다는 게 USTR의 평가였다. 즉 미국이 원하는 ‘생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까지 들어준다면, 한국은 미국산 소고기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핵심 판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반추동물(소·양·염소 등)을 원료로 삼은 반려동물 사료’의 한국 시장 접근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미 2018년 5월, 미국은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에 미국산 반추동물 원료로 만든 반려동물 사료의 시장 접근을 위한 공식 요청을 보낸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광우병 발생 우려 때문에 해당 사료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의하면 자국이 ‘광우병 위험을 무시해도 될 곳’으로 간주되기에 해당 사료를 수출해도 괜찮다며 시장 접근 요청을 한 것이다. 다만 2022년 12월 현재 이 문제에 대한 추가 진전은 없었다는 게 USTR의 설명이다.

그 밖에도 미국산 블루베리·체리·사과·배·텍사스 자몽 및 캘리포니아산 석류 등의 한국시장 접근을 위한 미국의 요청이 농식품부에 계류 중인 상태다. USTR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해당 물품들에 대한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농식품부에 요청한 상태라며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다양한 시장 접근 요청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계속해서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미국 농산물의 ‘해외 시장접근 수단’을 늘리려는 의도를 점차 드러내고 있다. 톰 빌색 미국 농무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농업분야 무역접근 방식 논의 과정에서 “IPEF에 시장접근 관련 내용이 없다”는 한 의원의 지적에 “IPEF는 위생·동식물 검역(SPS)정책으로 인해 ‘무역을 더 어렵게 만드는’ 국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SPS 문제를 해결하면 실제로 시장 접근이 확대된다”고 반박했다. SPS 등 비(非)관세장벽 철폐·완화를 통해 미국산 먹거리의 판로를 IPEF 가담 동맹국들에서 넓히겠다는 뜻이다.

판로 확보 과정에서 GMO 농산물을 타국에 팔려는 미국의 의도도 노골적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국으로부터의 GMO 옥수수 수입을 2024년 1월 31일까지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멕시코 자국의 옥수수 농업, 특히 토종옥수수 종자의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한 조치였다. 이에 미국 측은 멕시코의 조치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어긋난다며 ‘법적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협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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