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용동면 농민들, 공익감사 청구

“농어촌공사, 수년째 침수에도 방지 노력 사실상 안 해”

수문 미개방과 늑장 개방․직무 태만, 수해 원인으로 꼽아

  • 입력 2023.08.11 09:47
  • 수정 2023.08.14 17:21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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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전북 익산시 용동면 농민 662명이 지난달 21일 한국농어촌공사 익산지사와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를 대상으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농어촌공사가 수문을 제때 열지 않아 농가에 막대한 수해가 반복 초래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28~29일 폭우에 따른 용동면의 피해 규모는 접수된 것만 농가 48가구, 하우스 418동(660㎡/1동), 피해 면적 27만5,880㎡에 이른다.

농민들은 침수 원인을 농어촌공사가 대조천(용동면 대조리 발원)의 용성수문을 열지 않고, 대조천이 합류하는 산북천의 수문들을 늦게 개방해서라고 본다. 올해뿐 아니라 2016~2018년까지 계속된 수해를 경험한 농민들이 내린 결론이다.

특히 농민들은 이에 대해 공익감사청구서(청구서)에 “농어촌공사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사실상 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물관리와 침수 피해 방지를 주요 임무로 하는 농어촌공사의 존재를 망각한 처사이자,「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농어촌공사법)」과「농어촌정비법」상 책무를 저버린 심각한 직무 태만”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서에서 농민들은 대조천 범람을 막는 근본 조치로 산북천의 연동제수문(17련, 농업용수 공급 및 산북천 수위 조절 기능)과 교항수문(6련, 대조천과 산북천의 합류지점에 위치) 개방을 꼽는다. 특히 역대 수해의 교훈과 산북천보다 낮은 대조천의 지형을 고려할 때 호우예보 때 사전에 연동제수문을 열어 산북천 수위를 낮추는 초동 조치가 필수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러한 초동조치가 어렵다면 대조천의 용성수문이라도 열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고, 이에 대해선 지난 2월 2일 용동면장 주선으로 농어촌공사 익산지사장 등 관계자와 용동면, 망성면 농가가 참여한 간담회도 열렸다.

지난 5월 말 폭우 당시 침수된 익산시 용동면의 한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출처 = 익산시 용동면 농민들 공익감사청구서 
지난 5월 말 폭우 당시 침수된 익산시 용동면의 한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출처 = 익산시 용동면 농민들 공익감사청구서 

하지만 5월 말에도 용성수문은 열리지 않았고, 산북천의 수문들도 용동면 침수 뒤에야 열렸다. 용동면 농민들은 당시 간담회에서 `호우 시 용성수문의 유동적 개방’에 간담회 참가자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 감사청구에서 농어촌공사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농어촌공사는 수해 발생 뒤인 6월 13일 설명회를 열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망성면 주민과 공사는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강우량(204mm)에 따른 최고 수위와 이앙기 수위 등 산북천의 평균 관리 수위를 종합 고려할 때 연동제수문 개방 시점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용동면 농가는 이에 분개하며 익산지사 앞에서 지난 7월 28일까지 50여일간 천막농성을 벌였고, 침수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한편 배수문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상류 지역 피해 어쩔 수 없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는 5월 말 집중호우는 예측할 수 없었고, 호우주의보가 발령되기 1시간 전인 29일 자정에 12개 수문을 개방하는 등 수문관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주장하지만, 늦어도 28일 오후부터는 사전 방류조치에 들어갔어야 했다”면서 “27일 17시 기상청의 기상예보가 있었음에도 대조천 침수 피해 발생 뒤인 29일 0시에야 연동제수문을 개방한 것은 ‘사후약방문식’이다”라며 철저한 감사를 촉구했다.

특히 농어촌공사가 용성수문을 열지 않은 것은 하류지역(망성면)의 침수 피해 우려 때문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사실관계와 현장 상황에 부합하지 않으며, 농가 피해를 방치한 부작위”라고 봤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는)용성수문 개방 시 하류 지역 피해가 예상돼 개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용성수문 미개방으로 피해가 확실한 대조천 상류 지역의 피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철저히 외면하는 이율배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면서 “공사의 입장대로라면 상류지역은 피해 봐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된다. 상류지역 농민은 공사가 관할하는 농민이 아니고 국민이 아니란 뜻이 되는 `황당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대조천은 산북천과 합류되기 전 배수지선(화산배수장 쪽과 창리양배수장 쪽)으로 갈라지는 두 지점이 있는데, 거기엔 각각 용성수문과 교항수문(3련)이 있다. 용성수문은 개방된 적이 없으나 교항수문(3련)은 지난해 12월 철거될 때까지 개방된 상태였기 때문에 농민들은 용성수문도 상황에 따라 여는 것이 맞다고 보고 있다.

농민들은 “공사는 ‘참석한 주민의 대표성이 없다’, ‘하류지역 주민들은 합의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간담회 취지와 합의 내용마저 부정했다”면서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시 주민 간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은커녕 어렵게 마련한 간담회 합의마저 공공연히 부정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는 자체 조사 결과에서 용성수문 개방에 따른 상·하류부 침수영향 모의 분석 결과를 제시한 뒤, 상류부의 상습 침수 피해는 익산시가 △‘대조천하천기본계획(2016년 수립)’에 따라 대조천 말단에 배수장 설치 △원활한 유수 흐름을 위해 교량·암거 등의 단면 및 하폭 확장, 정비를 조속히 시행하는 것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민 협의 진행 중 … 하류 피해로 수문 개방 어려워”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는 지난 6월 13일 설명회에서 ‘향후 상·하류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문 조작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며, 그간 ‘용성수문을 개방하지 않은 것은 하류부의 침수 우려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 농어촌공사의 입장을 들어 봤다.

Q. 수문 조작에 대해 그간 주민 간 논의된 사항이 있나?

지난 7월 13일 하류지역 망성면 이장단 9명과 협의회를 열어 상류지역 용동면 주민 의견에 따라 용성수문 개방 설명회를 실시한 결과, 망성면 대표들은 △원천 개방 반대 △하류지역 피해가 없는 범위에서 개방 또는 피해 발생 시 보상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고, 향후 화산지구·화산2지구 배수개선사업 완료 뒤 추가 협의할 예정이다.

Q. 하류부 망성면 침수 방지를 상류부 용동면 침수 방지보다 더 우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월 28일부터 29일(2일)간 용동면 강우량은 지난 30년(1991년~2020년)간 5월 평균 강우량인 83mm의 약 2.5배에 달했고, 5월 28일 일기예보(100mm)를 상회했다. 204mm의 예기치 못한 많은 비와 시간당 최고 29mm 집중호우가 내렸다. 12시간(00:35~13:00) 이상 화산배수장 펌프 5대를 전부 가동하고 있어, 용성수문을 개방해 대조천 홍수량을 추가로 유입시킬 경우 하류 피해의 심각 정도를 예상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야간 기상특보(호우주의보 01:00, 호우경보 04:40) 발효로 강우의 계속과 양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상·하류지역 주민 간 수문 조절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이고 하류지역 피해 우려로 공사 입장에선 수문 개방을 결정하기 매우 어려웠다.

한편, 6월 2~4일 공사의 현지 조사에서 용동면 204mm 강우를 토대로 침수영향을 모의 분석한 결과, 용성수문 1련 개방 시부터 망성면에는 침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설원예 재배는 위성사진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상류지역은 약 600동, 하류지역은 2,300동으로 하류지역에 79%가 분포하며, 5월 말 침수 당시 하류지역인 망성면에도 34농가 182동의 시설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시행 중인 화산1, 2지구 배수개선사업도 대조천 유역에서 발생한 홍수량을 고려하지 않고 계획된 배수장이므로, 용성수문 개방에 따른 홍수량 증가는 망성면 일원 침수의 원인이 돼 배수개선사업의 효과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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