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울려 퍼지는 ‘골프장 건설 저지’ 승전보의 비결은?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11 06:3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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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국 방방곡곡이 골프장 건설 광풍에 신음하는 와중, 시민의 힘으로 골프장 증설을 저지시키는 ‘승전보’가 울려 퍼졌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시장 이동환)는 일산동구 산황동 소재 ‘고양 스프링힐스 골프장’을 9홀에서 18홀로 증설하려는 A건설업체의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미승인했다고 밝혔다. 골프장을 2배 확장시키려는 계획을 고양시에서 사실상 거부했다는 뜻이다.

고양시는 A건설업체가 제출한 실시계획인가 신청에 대해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자금조달계획서 상의 구체적 자금 확보현황과 계획이 없어 사업추진 여부 불확실 △토지보상법에 의한 토지수용권 미확보로 사업 정상적 추진 불투명 △사업시행자 지정 요건 미충족 및 2010년 조성된 9홀에 대한 준공조건 미이행 등의 미승인 사유를 밝혔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자 이겼다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 대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산황산 골프장 증설 예정지 인근 고양정수장에서 골프장 증설 반대 내용이 담긴 엽서를 정수장 곳곳에 붙였다. 고양시민 김지영씨 제공
지난달 20일 경기도 고양시 대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산황산 골프장 증설 예정지 인근 고양정수장에서 골프장 증설 반대 내용이 담긴 엽서를 정수장 곳곳에 붙였다. 고양시민 김지영씨 제공

2013년 3월 A건설업체가 ‘친환경 골프장 건설’을 표방하며 스프링힐스 골프장 증설계획을 제출해 고양시와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이래, 고양 시민사회단체들은 10년 이상 골프장 증설 반대투쟁을 벌였다.

산황산은 고양·파주·김포 시민의 식수원인 고양정수장에서 직선거리상 300m 떨어진 산이다. 시민들은 산황산 기슭의 스프링힐스 골프장이 증설될 시 골프장 잔디 관리 목적의 농약이 바람을 타고 식수에 유입될 위험성, 고양시 중앙부에서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녹색 허파’ 역할을 해왔던 산황산 숲이 사라질 위험성, 주변 하천과 친환경농지가 오염될 위험성을 제기해 왔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가열찬 행동’ 뿐이었다. 고양환경운동연합·고양파주두레생협·한살림고양파주생협 등 고양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백지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골프장 증설을 막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고양시민 김지영씨는 ‘승리 요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A건설업체의) 실시계획인가 승인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시점인 6월 30일을 앞두고, 주민들은 이동환 고양시장을 만나 골프장 증설 불가 이유를 설명함과 함께, 매일 고양시에 민원을 넣고 문자행동을 벌이는 등 공무원들을 바쁘게 했다. 산황산 인근 고양정수장에 아이들이 찾아가 골프장 증설 반대 내용을 담은 엽서를 붙이는 등,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은 시민사회단체만의 운동이 아니라 학부모와 아이들도 참여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이에 고양시도 ‘특정 정당·단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민들의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한 듯하다.”

실시계획인가 미승인 뒤인 지난 3일, 고양시민들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전히 골프장을 증설하려던 땅이 도시관리계획 상 ‘체육시설 부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산황산을 금싸라기 개발부지로 여기는 이들에 맞서 고양시·고양시의회·시민이 협력해 산황산을 보전하자는 게 참가자들의 입장이다.

한 달에 한 번 잔치 열고, 골프장 건설예정지 산길 ‘순례’하며

앞서 지난해 6월 충남 홍성군민들이 전해온 승전보도 되새길 필요가 있겠다. 홍성군 장곡면에서 이뤄진 B건설업체의 골프장 건설 시도는 주민들의 강력한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으로 건설업체 측이 사업을 포기하며 마무리된 바 있다.

홍성의 한 친환경농민은 이때의 승리요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 이장이 한 달에 한 번 골프장 건설예정지의 산길을 주민들과 함께 ‘순례’하며 조직화를 열심히 했다. 후원자도 모으고 한 달에 한 번 잔치도 열며 사람들에게 골프장 건설이 홍성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이야기했다. 결정적으로, 골프장 건설예정지 중 약 2만평 토지가 홍성군 소유 땅이었다는 걸 군민에게 강조한 게 주효했다. 엄연한 군 소유지의 이용을 놓고 군민과 상의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업체 측에 불하하는 게 말이 되냐고 문제 제기했고, 결과적으로 업체 측에서도 발을 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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