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되면 생태계도, 친환경농민도 위험하다”

전국 방방곡곡서 이뤄지는 골프장 건설시도에 생태계 파괴 우려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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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3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3리 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가 남양주시청 앞에서 진행한 내방3리 골프장 건설 반대집회에서 한 주민이 골프장 건설반대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3리 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가 남양주시청 앞에서 진행한 내방3리 골프장 건설 반대집회에서 한 주민이 골프장 건설반대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건설자본에 의한 골프장 건설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지역주민 갈등 발생 등의 문제를 거론 중이다. 최근엔 골프장이 들어설 시 골프장 내 제초를 위해 사용될 막대한 양의 농약이 인근 농가, 특히 친환경농가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례로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선 건설업체 S사의 골프장 건설 시도에 맞서 지역주민들이 ‘상수원 보호구역 보전’을 촉구하며 골프장 건설 반대투쟁을 진행 중이다.

S사가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수동면 내방3리엔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 정확히는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2권역’이 존재한다. 수도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식수 및 인근 지역 농민들이 이용하는 농업용수의 근원 중 하나가 이곳 내방3리에 위치한 셈이다. 한편으로 이 지역엔 친환경농사(벼·블루베리 등)를 짓는 농민들도 살고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존재한다는 점, 주변 지역의 자연생태계 보전 상태가 뛰어나다는 점 등으로 인해, S사가 골프장을 지으려는 부지 약 62만평 중 73.5%(약 45만평)는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농업진흥지역 등 농림지역도 16%(약 10만평)에 달한다. 보전관리지역은 자연환경 및 산림 보호, 수질오염 방지, 생태계 보전 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지역이다.

현행 제도상 골프장과 같은 체육시설을 지으려면 건설예정부지의 절반 이상이 계획관리지역, 즉 제한적이나마 개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설정돼 있어야 한다. S사는 현재 남양주시에 보전관리지역 약 45만평 및 농림지역 10만평 등을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꾸겠다고 신청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지자체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보전관리지역 및 농림지역의 용도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꿀 시 골프장 건설을 막을 근거는 사라지게 된다.

내방리 주민 다수를 포함한 남양주 시민사회는 내방3리 일대에 골프장을 건설할 시 발생할 폐해가 크다며 골프장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내방리 주민들은 2020년 12월부터 ‘내방3리 골프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내방3리 비대위)’를 꾸려 활동 중이며, 매월 2·4주차 수요일 오전 남양주시청 앞에서 골프장 건설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김재봉 내방3리 비대위 위원장은 “수도권 2,500만 주민이 이용하는 상수원 인근에 골프장을 짓는 건 말도 안 된다. 무엇보다 골프장 건설로 인한 수질과 토양의 오염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한 데 이어 “최근 친환경농민들이 농약 비산으로 억울하게 인증을 취소당하는 상황이 잦은데, 내방리 일대에도 친환경농민들이 산다. 골프장 건설 현실화 시 막대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피해는 친환경농민들이 고스란히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골프장 농약사용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541개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은 총 202.1톤으로 역대 최다 사용량을 기록했다. 사용된 농약 중엔 해외에선 안전성 문제로 인해 사용이 금지된 ‘클로로탈로닐’도 포함(사용량 13.7톤)됐다.

지난 3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3리 주민들이 내방3리 마을회관에서 모 건설업체가 내방리 일대에 건설하려는 골프장의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조감도 상으로 보면 산중턱에 들어선 골프장이 아래쪽 마을 및 농지를 '깔아뭉개는' 듯한 형세로 보인다.
지난 3월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내방3리 주민들이 내방3리 마을회관에서 모 건설업체가 내방리 일대에 건설하려는 골프장의 조감도를 보여주고 있다. 조감도 상으로 보면 산중턱에 들어선 골프장이 아래쪽 마을 및 농지를 '깔아뭉개는' 듯한 형세로 보인다.

조감도 상 골프장은 내방리 산중턱에 올라앉는 식으로 들어설 예정으로, 그 아래쪽의 농지들이 어떤 식으로든 골프장에서 흘러나오는 농약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내방3리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홍종관 내방3리 이장은 “옆동네인 가평군에선 조종천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선 이래, 한때 수량이 풍부했던 조종천 수계의 수량이 격감했다.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대공을 많이 뚫어, 조종천의 물이 골프장의 지하수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골프장 건설시도는 남양주시 수동면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 기슭에선 수달·담비 등 멸종위기종 생물 서식지역에 골프장을 짓기 위해 이미 무단 벌목이 감행되고 있으며, 경남 거제시 노자산 일대에서도 천연기념물 ‘거제 학동리 동백나무숲 및 팔색조 번식지’ 바로 옆에 모 건설업체가 골프장을 지으려 시도 중이다. 이 모든 곳들이 지자체의 토지 용도변경 허가에 따라 골프장이 들어설 수도 있는 곳들이다.

한편 최근 건설자본 및 언론·스포츠계 일각에선 ‘골프산업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골프장을 건설함으로써, 늘어나는 골프 수요 대비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10일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 한국체육기자연맹 주관으로 열린 ‘한국 골프산업의 현황과 발전방안’ 세미나에 참가한 골프산업계 관계자들은 골프장에 대한 ‘과도한 건설 규제’ 완화 및 ‘골프장 수 확대’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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