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도사린 개발 위협, 골프장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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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 규제 완화, 기업 규제 완화 등 지난 1년간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어느 집단을 위해 규제를 풀고자 하는지 그 방향성도 명확하다. 자본이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더 채울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농지 투기를 부추기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더 활기를 띄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지자체에서는 농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그린벨트의 중요성은 온데간데없이 개발사업에 전폭 지원할지 모른다. 반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에 대한 지원은 규제를 강화하며 옥죄려 한다. 원칙도 기준도 없이 입맛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혼란스럽다.

최근 구례군 지리산에는 ‘산동 온천 CC’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국 농촌지역에 우후죽순으로 개발된 CC가 또다시 농촌마을을 휩쓸려 한다. 그렇다면 CC는 뭘까? CC는 바로 골프장, 컨트리클럽(Country Club)이다. 해마다 농지는 줄고 있지만 수십만평 규모의 골프장은 개발예정지로 확산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약 500개다. 여기에 건설 중인 골프장도 30개가 넘는다. 이조차도 부족해 개발을 추진하거나 규모를 늘리려 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골프장은 9홀, 18홀, 27홀, 36홀 등 홀 수가 많을수록 그 규모가 커진다. 일반적인 코스인 18홀을 짓기 위해서는 약 30만~35만평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국제 축구장 규격이 약 2,200평이라고 하니 18홀 골프장은 130개의 축구장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동해리에 개발 예정인 골프장은 27홀, 50만평의 어마어마한 규모다.

개발을 추진하고자 하는 쪽에서는 이런저런 통계수치로 포장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언급하며 지역민들을 이간질시킨다. 그 어디에도 거주민의 삶터와 일터인 농지가 사라지는 부분에 대한 우려나 이로 인해 생존권을 침해받는 사람들에 대한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보상받고 떠나면 그만이다라는 식이다.

수많은 부지가 필요한 골프장 조성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환경파괴가 뒤따른다. 또 골프장 잔디 유지를 위해 많은 양의 농약을 사용하고 또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국 골프장에서 사용한 농약 총량은 213톤이고, 18홀 기준의 골프장에서는 하루 약 800톤 정도의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물 대다수가 지하수인데, 이미 지하수는 고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가뭄이 들어 작물을 재배할 농업용수가 부족해도 골프장 잔디는 키워내야 한다.

얼마 전 거제도 노자산 골프장 개발예정지에서는 천연기념물이면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둥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이유는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의 시대에 대규모로 산림을 훼손하고 멸종위기 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개발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다. 수만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가야 하는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역에도 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보호받아 마땅한 곳이다.

앞에서는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이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골프장이 자연환경과 거주민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평가해서 보호받아야 할 동식물을 지키고 지역주민의 삶터와 일터,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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