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 전협노)이 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국 조합원 상경투쟁을 벌였다. ‘윤석열정권 퇴진’을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의 전위활동 격이며 그간 누적돼온 농협중앙회-전협노 갈등의 표출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예정된 우천에도 불구하고 제주부터 강원까지 500여명의 전협노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 앞 도로에 대열을 꾸렸다. 민경신 전협노 위원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카르텔(부도덕한 유착 관계) 근절’ 지시와 관련해 “진짜 카르텔은 대통령과 검찰”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대통령의 △검사 시절 특활비 은폐 의혹 △최근의 고속도로 건설 처가 특혜 의혹 △비상식적 핵 오염수 방류 동조 등을 거론하며 “(윤 대통령이) 왜 이렇게 할 수 있겠나. 민중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만만히 보기 때문”이라며 단결 투쟁을 독려했다.
또한 “우리 농협 역시 농협중앙회장을 정점으로 조합장들과 불법 카르텔이 판치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사, 조합장 선거 등 모든 선거에 금권이 판친다”며 “정부와 똑같이 주요 간부들의 아부와 충성서약으로 점철돼 있는 농협중앙회에서 이 카르텔을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고 성토했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노동탄압 사례들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지난 1년 윤 대통령의 혐오와 배제, 오만과 독선의 폭정이 한국사회를 총체적 위기에 직면케 했다. 윤석열정권을 끝장내지 않고선 민생도 민주주의도 평화도 말할 수 없다”며 “역대 어떤 정권도 노동자·민중과 싸워 이긴 정권이 없다. 윤석열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고무했다.
농민대표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하원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는 “정부가 재벌·기업 살찌우는 일에만 앞장서고 진짜 이 나라를 먹여살리는 노동자·농민을 끝없이 탄압하고 있다. 결코 끝까지 가선 안될 정권, 더 손해나기 전에 갈아엎는 게 농민 정서다”라고 결의를 밝혔고,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권력에 순응하며 죽어갈 것인가, 살기 위해 권력과 싸울 것인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은 살기 위해 싸울 것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을 끌어내려야만 우리의 살 길이 있고 그래야 농협도 개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집회는 ‘윤석열정권 퇴진’을 주요 구호로 시작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농협중앙회 개혁’ 요구도 거세졌다. 특히 지역농협 노동조건 개선을 저해하는 농협중앙회의 노사개입, 지역농협에 대한 중앙회 자회사들의 실적 압박, 부당한 인사시스템 등 구체적인 불만들이 현장 노동자들의 입을 통해 제기됐다. 결의문에도 △윤석열정권 퇴진과 더불어 △농협 불공정 지배구조·관행 개선 △농협 조합장 인사권한 축소 및 합리적 인사제도 구축 △농협 비정규직 차별규정 개정 및 무기계약직 호봉승급제 도입 등의 구호를 담아냈다.
모든 발언이 끝난 뒤엔 농협중앙회에서 서울시청까지 가두행진이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시민들을 향해 “우리는 이름만 농협인 ‘NH농협주식회사(농협중앙회)’가 아니라 지역 농·축협에서 농민들과 땀흘리고 있는 진짜 협동조합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하며 농협중앙회의 하청업체로 전락한 지역농협의 현실, 농협중앙회가 조장하는 지역농협 노동자들 간 차별·불평등 문제를 설명했다. 행렬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김기현 여당 대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포박돼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상징의식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 정리집회에선 정권 퇴진을 위한 후속 투쟁 전개 의지를 재차 다졌다. 김석 전협노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자인 우리는 항상 진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차별과 격차 그리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권력과 자본에 맞서 투쟁해왔다. 지금이 바로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노동자 투쟁이 필요한 시기다”라며 “민주노총은 자본과 윤석열정권에 맞선 총투쟁을 결의하고 다시 한번 거리에 나섰다. 우리 역시 오늘의 투쟁을 이어 민주노조의 이름으로 노동자 항쟁에 나설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