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순천린비료공장발 ‘사변적 사건’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5
  • 기자명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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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김일한 동국대 DMZ평화센터 연구위원

 

순천린비료공장에서 ‘사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비료 생산을 개시한 것이다. 지난달 7일 로동신문은 순천린비료공장이 “지금 맡겨진 린비료 생산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비료 생산이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화학비료는 질소비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2곳이 전국적인 질소비료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공장 건설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농사에서 제일 걸린 것이 린비료이며 린비료만 제대로 시비하여도 알곡을 수십만톤이나 증수할 수 있다”며 건설을 독려했다. 그리고 3년여의 건설을 거쳐 지난 2020년 5월 순천린비료공장을 준공했다. 공장 준공과 함께 농업현장의 기대감도 한껏 고조됐는데, “린비료를 제대로 주지 못하여 봄내, 여름내 애써 가꾼 농작물이 풍만한 결실을 맺지 못해 속태우던 상황”에서 농민들의 “한을 풀어주는 일대 경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순천린비료공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적 관심과 기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공장 착공에서 준공까지 3년 동안,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와 내각총리 등 지도부의 현지료해(점검)가 17회 집중됐다. 더불어 인광석 광산에 대한 지도부의 방문이 여덟 차례 이어졌다. 풍년, 증산, 영유, 신계광산 등 인광석 광산은 수십년 동안 침수된 상태로 방치되다가 원료생산을 위해 원상복구가 진행됐다. 한편, 같은 기간 지도부가 최다 방문한 황해제철련합기업소 11회와 비교하면 순천린비료공장과 인비료 생산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화려한 공장 준공식에 불구하고 인비료 생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양산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공장의 핵심 생산공정인 황린전기로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연료와 흑연전극생산의 안정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로의 가동연료는 코크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북한은 코크스를 대체해 석탄가스화기술을 적용하고, 핵심소재인 천연흑연전극 생산 안정화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또한 인광석 광산에 대형 공기기계시부선기를 교체 설치하고, 인광석을 분리하는데 필요한 시약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순천린비료공장은 준공 3년 만에 조업을 정상화했다. 순천의 인비료 생산 소식과 함께 2020년에 준공한 강원도의 안변린비료공장도 생산 소식을 전했다.

북한은 농업정책 특히 식량증산에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올해 농업부문 예산을 전년대비 14.7% 증액하면서 농업 인프라 개선에 국가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순천린비료공장의 생산 소식은 식량증산을 위한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질소(N), 인산(P), 칼륨(K)의 3대 무기질비료 중 기존의 질소비료와 함께 새롭게 인비료를 농업현장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농업은 안정적으로 인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체계를 확립하고, 칼륨비료 생산공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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