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피아 양산, 공직자윤리법 개정 시급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농식품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농식품부 퇴직자, 관련 기관 취업 제한에도 재취업 승인률 89.1%

  • 입력 2023.05.31 12:13
  • 수정 2023.06.02 10:09
  • 기자명 김수나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공직자윤리법」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퇴직 공무원의 관련 기관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퇴직자들이 관련 기관 등에 재취업한 사례가 10명 중 8명으로  재취업 승인률이 80%나 된다. 이처럼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재취업이 가능한 법 규정으로 이른바 ‘농피아’가 양산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산하 (사)경제정의연구소(이사장 임효창)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농식품부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3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8개 경제 관련 부처, 지난 3월 교육부와 법무부 등 7개 부처 관피아 실태 발표에 이은 세 번째 발표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관피아를 근절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조사 대상(조사 대상과 기간은 아니나 문제 있는 내용 포함)은 2016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취업제한심사 및 취업승인심사를 받은 농식품부·해수부 퇴직 공직자 125명이다.

이날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이 실태조사의 취지,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이 분석 결과,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이 농피아·해피아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 임영환 농업개혁위원장이 근절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산하 (사)경제정의연구소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농식품부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재정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산하 (사)경제정의연구소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농식품부와 해수부 관피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원재정 기자

조사 결과 업무 관련성이 있지만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관련 조항에 따른 특별 사유를 인정받아 재취업을 승인받은 고위 공무원의 비율은 최근 5년간 3배(2016년 14.9%, 2021년 52.4%) 늘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 재취업 승인은 각각 89.1%, 72.9%로 평균 80%다. 농식품부 출신으로 취업가능(43명), 취업승인(6명)을 받은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34명)이 협회조합, 관련된 공공기관(6건)과 민간기업(4건) 등에 재취업했다.

이들 대부분은 재취업할 수 있는 특별 사유로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등에 해당했다. 경실련은 “특별한 사유는 재취업을 위한 특혜조항으로 국가안보, 경영개선 등 규정 자체도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라며 “공익과 사익의 이해충돌 방지와 공직자 윤리 확립이라는 법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한 사유 9가지를 폐지하거나 구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특별한 사유는 “타인의 재취업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고, 퇴직 공직자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 입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재취업은 △부처 권력을 이용한 산하 공공기관 재취업 △관행적인 유관 기관·협회, 산하단체 재취업 및 자리 대물림 △민관 유착에 의한 민간기업 재취업 △같은 자리 계속 지원 △관리·감독 대상 민간투자회사 재취업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이날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 임영환 농업개혁위원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원재정 기자
이날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 임영환 농업개혁위원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원재정 기자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농식품부는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마사회, 한국농수산대학교 등의 임원 자리를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 수입의 대부분이 정부 지원액이며 농식품부 업무 수탁기관인 낙농진흥회의 역대(2012년~2022년 4월) 회장들은 재취업 당시 주요 경력이 농식품부 퇴직 공무원이었다. 전무(이사) 역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농촌진흥청 경력자 1명 외에 모두가 전 농식품부 관료였다.

다른 조사 대상 기관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농식품부 산하 민간단체인 대한제당협회(CJ제일제당, 삼양, TS대한제당 3개사가 회원) 전무로 농식품부 퇴직 관료가 잇달아 재취업해 설탕 답함 등에 대해 제당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대학교(1997년 3월 20일 국립 3년제 전문대학으로 개교)의 경우, 12대 현 총장을 포함해 모두 8번의 총장직 역시 농식품부 퇴직 관료가 차지했다.

재취업은 공공기관에만 한정하지 않고, 부처의 권한이 미치는 민간기업의 대표이사와 감사 등 주요 자리까지 이뤄졌다. 또 이전 업무 관련 부서만 회피해 지원하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어도 특별한 사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심사에 지원해 재취업에 성공하는 식으로 같은 기관 같은 직위에 계속 농식품부 퇴직 관료가 지원하는 양상이다.

경실련은 “농식품부 퇴직 관료들의 단골 취업처로 내정된 자리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민간투자회사에 재취업하는 경우는 공직에 있을 때 퇴직 뒤 재취업하고자 하는 민간투자회사와 충분히 유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실련은 다음 사항에 대한 관련 법 제·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설립된 기관에 관 출신 인사의 재취업 금지 
대상기관의 규모(외형거래액 기준을 포함한 심사기준) 재정비 
예외사유 구체화 
겸직 허가 사유 구체화 및 겸직허가권자 셀프 허가 방지 
취업제한 여부 및 승인 심사기간 확대(현재 퇴직 전 경력 5년 이내 소속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취업심사 대상기관 간에 밀접한 관련성, 기관에서 담당할 업무의 성격을 고려할 때 취업 뒤 영향력 행사 가능성으로 심사함. 퇴직 전 5년만 심사 대상 기간이므로 이 기간만 회피하면 문제 없이 재취업 가능. 이 시간은 충분히 경력세탁이 가능한 시간이므로 이를 10년으로 확대)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 확대 ( 퇴후 제한 3년을 5년으로 확대) 
「이해충돌방지법」상 사적 접촉 요건 강화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 명단, 회의록 및 심사결과 자료 공개(현재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공개하고 있으며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19조 제5항에 따라 정부윤리위원회 회의는 공개되지 않고 있음) 
인사혁신처 정보공개 운영 규정에 따라 취업심사 검토의견서와 회의자료, 회의록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음
공무원연금과 재취업 보수 이중수급 방지(현재 공무원 연금과 재취업 연봉의 이중수급 특혜가 발생하고 있음)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