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 관심 없는 대통령, 농협에만 손 뻗나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후보 이석준씨 ‘정권 낙하산’ 논란

최상목 경제수석·임태희 경기교육감 이어 농협 연줄 생겨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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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에 윤석열 대통령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농정공약은 하나같이 답보 내지 역행하고 있는데, 그 무관심한 모습과는 반대로 농협과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점점 또렷해지는 양상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석준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을 대표이사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 출신 ‘예산통’으로 박근혜정부 말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뒤 현재 서울장학재단 이사장과 법무법인 세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지난 1일과 6일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가 ‘모피아’·‘관피아’ 인사라며 극구 인선을 반대했던 그 인물이다. 이 후보는 기획재정부 출신 외부인사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캠프의 제1호 영입 인사이자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맡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손병환 현 농협금융지주 대표는 △농협금융지주의 뿌리깊은 ‘관피아 대표’ 역사를 끊어내고 선임된 첫 내부 인사며 △농협은행장에 발탁된 지 10개월만에 금융지주 대표로 영전할 정도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금융시장 호황 속에 무난한 경영실적을 올려 연임이 유력시됐던 인물이다. 이런 손 대표를 밀어내고 대통령 측근 인물이 들어온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낙하산’ 논란은 필연적이다. 노조는 지난 12일 재차 성명을 발표하며 인사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농협 연줄’은 이 후보가 처음이 아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당선 직후 농협대학교 총장직에 앉은 바 있어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정권과 농협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역시 주목할 만한 인물이다.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총괄상황본부장과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은 바 있으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는 동향(경기 성남)이고 부친(고 임창빈씨)은 이 회장이 조합장을 역임한 성남 낙생농협의 선대 조합장이다. 현 직책은 경기도교육감이지만 대통령과 농협중앙회장 양쪽에 직접 맞닿아 있는 인물이다.

대통령이 농협과 연결되는 그림은 대중의 경험상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다. 농협은 농업 분야에 존재하는 유일한 ‘돈줄’이며, 근래 이명박 대통령-최원병 농협중앙회장 관계에서 나타났듯 각종 특혜대출과 비리 의혹이 따라붙을 수 있다. 농업 분야에 유난히 관심이 없었던 대통령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눈길은 더욱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권 ‘낙하산’ 대표는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협금융지주를 필두로 BNK금융지주, IBK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에 속속 친정부 관피아 인선이 거론돼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을 잡은 세력이 법적 권한 안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위법이나 꼼수를 통해 국민의 이익을 해하는 방향이어선 안 된다”며 “국민을 외면하고 금융권에 모피아 낙하산을 투하한다면 10만 금융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으로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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