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성희 회장의 입장, 나도 궁금하다

  • 입력 2023.04.09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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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를 규탄하면서 이에 대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농업·농민을 대표하는 가장 큰 주체라는 농협중앙회가 최대 농업 이슈에 수수방관인 모습이 썩 이상하긴 하다.

추측건대, 이성희 회장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에게 힘이 되는 법 개정인 만큼 찬성 의사를 표하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더욱이 상황을 인식하는 이 회장의 관점은 애당초 농민들의 관점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의 원인을 “지역농협들이 너무 비싸게 수매해서”라고 진단했던 인물이 이 회장 아닌가.

혹은, 법 개정엔 찬성하면서 그걸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속내가 어찌됐든 ‘이성희 농협’은 지난 3년 동안 대통령의 지시나 농림축산식품부의 말에 단 한 번도 ‘No’를 외친 일이 없다. 정권에 순응하고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소신을 억누르는 것일 수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우리 농민 조합원들은 참 불행한 사람들이다.

양곡관리법 이슈가 뜨겁게 불타오르는 동안 이성희 회장은 튀르키예와 베트남을 순방했다. 국제 교류와 연대도 좋지만, 이제 이성희 회장이라 하면 국내 농업보다 해외 활동들이 먼저 떠오를 지경이다. ICAO 회장. 실리도 없을뿐더러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맡는 게 ‘협동조합’ 성격에도 부합할 그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출장비를 지출하고 지원을 연발하고 개도국 유학생 학비를 대 주면서, 무엇이 떳떳하지 못한지 소요 비용은 기밀에 부치고 있다.

양곡관리법의 폭풍이 한창 몰아치는 시점에 이 회장이 귀국했지만, 전협노의 물음에 답변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CPTPP나 쌀값 폭락 때 그랬듯 의중이 드러나지 않도록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리라고 확신한다. 그 의중이 영원히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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