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공동체 관지미의 지속을 보장해 달라”

[인터뷰] 유주영 충북 진천 이월면 관지미(사당마을) 이장

  • 입력 2023.03.24 09:3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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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유주영 사당마을 이장은 남편 김기형씨와 함께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다. 8년 전 이장을 맡은 이래 연로한 주민들을 규합하며 관지미의 지속을 위해 헌신해왔다. 비록 관지미는 여전히 작은 마을이지만, 주민들의 삶을 함께하고자 후손과 친지, 친구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밝은 마을로 변모하는 데 성공했다.

 

유주영 사당마을 이장.

묵묵부답으로 수용재결 심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봤다. 소감이 궁금하다.

지금까지와 똑같다. 비참할 따름이다. 주민들은 합심해 마을을 지키고 싶다고, 나가지 않겠다고 늘 일관되게 얘기해왔지만 우리의 의견은 그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고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우리는 아무런 무기가 없지만, 군과 시행사는 강제수용이라는 핵폭탄과 같은 무기를 손에 쥐고 위협을 가했다. 여태 어떻게 하면 수용 동의 70%를 넘겨 강제수용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춰 진행해왔다.

 

산단이 들어오더라도 공동체가 계속될 방법은 없을까.

지금의 보상안에서는 불가하다. 최근 들어 시행사와 협의가 시작됐고 지금껏 두 번 했는데 두 번째 하고 나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보상한다는 건 대개 군 조례나 법에서 기본적으로 정해놓은 것들이다. 산단이 들어오면 2년 동안 나가 살다가 건설사가 마련한 공동주택 부지를 할인받아 구매해서 집을 지어 살라고 한다. 지금 낡은 시골집들 감정평가 받아 봐야 얼마가 나오겠나. 또 땅값은 얼마나 저평가됐나.

땅값은 둘째치고 관지미라는 마을을 잃는 것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우리에겐 너무도 절실한 삶의 문제인데 양보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걸 보고, 마치 떡고물 하나도 안 흘리려는 모습이 우리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협상을 끝내면서 태영건설이 너무 가난해서 협상하기가 힘드네요, 라고 얘기했다(웃음).

 

농업·농촌 생활에 대한 이해를 계속 구할 셈인가.

협상은 계속 진행하겠지만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말한 대로 우리하고는 너무 다르다. 공장이 생기면 노동자들이 들어오니 공동주택의 방을 내줘서 돈을 벌면 농사짓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는 식인데, 그러니까 자기들 식으로 보상안을 정해놓고는 그걸 우리에게 배려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원하는 건 조그만 공동주택부지 받아 4층 건물 지어 임대업 하는 게 아니라, 각자 지은 집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농사지어 가며 살아가는 거다. 시행사의 보상안은 농촌으로서의 동네를 다시 형성하려는 의지가 하나도 없다. 설령 산단을 막을 수 없다 해도 우리 조건에 맞는 마을을 만들고 계속 이어가고 싶은데, 마치 우리끼리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는 듯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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