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또’ 지역산 우선 구매 원칙에 딴지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원칙이 ‘경쟁 제한’한다며 ‘규제개선’ 표방
농식품부, 공공급식서 ‘바이오기업 기능성 식품’ 우선 구매 검토

  • 입력 2023.03.12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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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진도군 진도읍 진도농협 하나로마트 한 켠에 마련된 로컬푸드 매대의 지역농산물들.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농협 하나로마트 한 켠에 마련된 로컬푸드 매대의 지역농산물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시금 각 지자체의 지역산 농산물 우선 구매 권장 조례에 ‘경쟁 제한’ 및 ‘소비자 이익 제한’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해당 조례들로부터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명시 내용을 삭제하려 한다.

2021년 12월 학교급식 영역의 지역산 농산물 우선 구매 촉구 조례가 ‘시장 경쟁원리’에 저촉된다고 발표했다가 시민사회의 비판으로 지난해 초 이를 철회했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공정위). 이들이 다시금 각 지자체의 지역산 농산물 우선 구매 권장 조례에 ‘경쟁 제한’ 및 ‘소비자 이익 제한’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해당 조례들로부터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명시 내용을 삭제하려 한다.

공정위는 지난 2일 전국 지자체들의 ‘경쟁 제한’ 또는 ‘소비자 이익 제한’ 조례·규칙 196건을 올해 개선과제로 선정하며, 올해 연말까지 이 조례·규칙들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자체는 지역 소재 사업자의 이익을 우선 고려해 조례·규칙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운영되고 있으며, 타 지자체들도 이를 모방해 유사한 규정을 도입함으로써 지역 경쟁제한이 전국적 양상으로 확산”됨을 언급했다.

시장 내 사업자 간 경쟁을 감소시키는 ‘사업자 차별’ 조례의 예시로서, 공정위는「우리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및「지역 전통주 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등 지역산 농산물 또는 전통주의 우선 구매 권장 조례들을 들었다. 이 조례들에서 ‘우선’이란 단어를 삭제함으로써, 공정위는 지역산 물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규제’를 없애고자 한다.

한편 이호중 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 전문위원은 공정위의 조례 개선 추진과 관련해 검토의견을 내면서, 조례에서의 ‘우선’ 조항 삭제 시 지역산 우대정책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문위원은 “당장 지역산 농산물 사용을 배제하진 않겠지만 농식품 대기업 등의 요구가 갈수록 커질 것이고, 급식 공급업체 경쟁입찰에서 떨어질 경우 소송 등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위원은 이어 “지역농산물 우선 사용의 취지는 ‘공공조달을 통한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먹거리체계) 구축’이다. 장거리 운송과 다단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공급, 중소농 소득안정, 부가가치의 지역 내 순환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 생태환경 보전 등을 추구해 온 것”이라며 “공정위의 조치는 지역먹거리 활성화에 기반한 지역 먹거리체계 구축에 나서는 국제적 추세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 푸드플랜(먹거리계획)을 후퇴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2021년 12월 7일 발표한 ‘지자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운영실태’에서 각 지자체의 학교급식 지원조례가 “특정 행정구역 내 농수산업자와 그 외 지역 생산자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유발”하고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하고 값싼 농수산물의 공급 기회가 차단”된다며 ‘사업자 차별’ 성격을 띄는 해당 조례들의 ‘개선’을 거론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난해 2월 개선 시도를 중단한 바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지난달 발표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에서, 올해 중「그린바이오 산업 육성법(가칭)」을 제정해 공공기관이 그린바이오 기업에서 생산한 기능성 식품을 급식용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자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공정위가 ‘시장경쟁 촉진’ 명목으로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내용을 지자체 조례들에서 빼려는 가운데, 지역농산물 우선 구매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할 농식품부도 사실상 기업의 기능성 식품 판로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려 하며 공정위의 ‘시장경쟁 촉진’ 시도에 기여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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