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지역농산물 우선구매는 정당하다

  • 입력 2022.02.20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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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식품부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지역농산물 우선구매 조치를 규제개선과제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165개 지자체에 제정돼 있는 학교급식 관련 조례를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에서 제외한 당연한 조치이다.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애초에 잘못 판단했던 것을 바로 잡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등에 대한 운영실태 파악’ 연구용역 결과로 672건의 개선과제를 발표했는데 엉뚱하게도 지역농산물 우선구매 조례가 사업자차별 사례로 포함된 것이다. 시장경쟁의 촉진이라는 목적을 앞세워 해당 조례가 제정된 배경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가치의 중요성은 살펴보지도 않은 판단이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연구용역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는 경쟁제한적 조례가 밑바닥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행정규제기본법 제2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규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폐지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목적인데 지역에서 학교급식 등에 지역농산물을 우선구매하도록 조례로 규정하는 조치는 불필요한 행정규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

지난 공정위의 결정은 농업과 지역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나 모른 채 이뤄졌다. 늦게나마 규제개선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정책 신뢰도를 낮추고 농업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정부의 핵심의제였던 푸드플랜이 지역먹거리 선순환 공급체계를 마련하는 것인데 이것을 정면에서 부정한 것이기도 하였다.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것은 지역을 중심기반으로 하는 농업·농촌·농민 3농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농업이 살아야 농촌이 살고 지역이 살아난다. 하지만 비대해질 때로 비대해진 수도권 개발은 더 규제하지 않고 지역양극화가 극심해지는 상황은 외면하려고 한다.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형 규제개선 플랫폼을 가동하였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거주하고 모든 산업과 인프라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지역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가 더 비대해지는 것이 진정 우리나라 발전에 바람직한 방향일까에 대하여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도 기업에 대한 규제는 계속해서 풀리고 있다. 규제해야 하는 것과 규제해서는 안되는 것은 명확히 존재한다. 기업들은 담합하고 자본을 이용해 부를 축적해가며 경쟁에서 우위에 우뚝 서 있다. 무엇을 누구를 규제해야 하는지 명확히 따져봐야 하지만 이 또한 힘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대형유통업체가 장악한 시장에서 학교급식 등과 같은 공공급식에 지역산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조차 하지 않으면 지역의 소규모 기업과 소농에게는 기회조차 없다.

자본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시장경제이다. 한국농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에게 미국, 유럽 등 농업강대국과의 경쟁력을 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반성하지는 않고 가치실현과 생존을 위해 힘겹게 이뤄낸 일들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 농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방향으로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돼야 시장도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공정위의 지난 과오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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