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물으니, 과제가 쏟아졌다②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개혁과제 토론회'
토론·청중발언·좌장

  • 입력 2023.02.03 14:06
  • 수정 2023.02.03 14:09
  • 기자명 한우준·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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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김수나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무대 왼쪽 세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개혁과제 토론회’에서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무대 왼쪽 세 번째)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토론 / “농협 문제의 핵심은 기업 닮은 경영방식”

이지웅 농협조합장 정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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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농산물 가격이 후려쳐지고 소수 기업적 농민의 수익만 극대화하는 생산·판매 구조 속에서 다수 농민이 희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현했다. 조합의 민주적 운영은 단지 대의원·이사회 제도만이 아니라 협동조합으로서 금융·경제사업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가 전문 경영체제로 개편되면서 조합원 권리 중심이 아닌 기업적 경영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농협의 핵심 문제이자 지금껏 농협개혁에서 소홀했던 부분이다.

협동조합 7원칙은 세계적 협동조합의 정체성 위기 속에서 기업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사회경제적 운동에서 나온 역사적 선언이다. 조합의 민주적 운영·교육 지원사업에서 눈여겨봐야 할 원칙이자 농협개혁 과제로서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이 원칙에 근거해 협동조합 ‘1인 1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농민 조합원의 의사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조합의 민주적 운영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농협개혁 운동의 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조합원 역량 강화가 필수다.

조합원들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협동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조합원의 영농 역량이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

 


토론 / “‘협동조합’다운 경제사업을”

김해환 경북 청송 현서농협 조합장

 

조합장이 된 이후 ‘생산에서 판매까지 책임지는 농협’이 우리 구호였다. ‘생산은 농민, 판매는 농협’이라는 이분법적 명제가 있다. 많은 농협에서 공선회를 갖고 있지만 잘 안되는 이유가 있다.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은 공판장이나 시장에 팔기 마련이다. 농협에는 주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건들이 오게 되니 좋은 가격을 못 받고, 농협 직원의 사기는 떨어지며 자연히 적자 나는 판매사업을 꺼리게 된다.

우리는 주력 품목인 사과의 재배구조를 혁신했다. 입체형 수형을 평면으로 바꿔 기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품종도 착색작업과 반사판 설치가 필요 없어 노동력 투입이 적으면서도 시장선호도가 높은 품종(황금사과)을 선택했다. 이전에 없었던 영농지도직원을 두고, 연구기관과 학계를 연결해 선진화된 재배기술을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묘목은 공동구매 가격이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이 직접 생산하고. 귀농이나 고령농, 소농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농기계임대사업단도 운영한다.

유통은 생산 다음의 문제다. 농협이 생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유통을 잘 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좋은 물건은 시장에 나가버리고 안 좋은 물건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좋은 물건이 들어와야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할 수 있다.

 

 

토론 / “대의원부터 여성할당제 도입해야”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2022년 10월 기준, 전체 조합원 200만여명 중 여성은 △조합원 71만여명(33.9%) △임원 1,255명(9.6%, 조합장은 7명) △대의원 1만4,828명(21.1%)이다. 여성 조합원 수에 비해 여성 임원 비율이 매우 낮고, 복수조합원제에서도 여전히 여성 조합원 비율이 낮다. 수치만 봐도 조합이 여성농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대변할지 의문이다.

대의원·이사 자격 기준이 경영주 중심이다 보니 실제로 농민이어도 경영주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 여성들은 현재로서는 대의원·이사·감사에 진출하기 어렵다. 대의원부터라도 여성할당제를 도입해 여성이 최소 40%가 되도록 하고, 여성에게 경영주의 자격 조건(출자금·이용실적)을 강요하지 않는 협동조합의 원칙을 적용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10년 동안 농가소득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농외소득을 위한 겸업은 보통 여성농민의 몫이다. 이들이 공동경영주이고 4대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경영주와는 달리 경영체 등록이 불가능하고 조합원에서도 탈락한다. 농촌·농가 유지는 겸업 여성농민의 덕분으로 이들의 조합원 자격을 보장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축협과 업종·품종별 농협에도 복수조합원제를 도입해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

임원진의 성평등 의식이 낮다 보니 여성 조합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정이 나오는 것도 문제다. 임원진에 대한 성평등 교육 의무화와 여성 임원·대의원 비율이 높은 조합에 인센티브제 등으로 독려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

 

 

토론 / “‘민주적 선출’ 위한 선거제도 만들어야"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농민들은 아주 상식적인 얘기, 일반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조합장과 농협중앙회를 원한다. 모든 농민이 알다시피 지난해 굉장한 어려움이 있었다. 생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8월에는 조합장들까지 동참했고, 비록 농민들 성에는 안차지만 9월 25일 정부가 쌀 수매를 결정하게끔 했다. 조합과 조합원이 같은 공동체로 행동한 덕이다.

농협의 선거는 그런 조합장과 중앙회장을 뽑는 제도가 돼야 한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의 경쟁률은 평균 2.6:1로 굉장히 낮고, 재선율은 높다. 조합장에 도전한 후보자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왜 나왔는지 농민들과 조합장들이 잘 알 수 있도록 위탁선거법을 개정해 ‘깜깜이 선거’를 개선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만 적용된 예비후보자 제도를 조합장 선거에도 도입해서, 조합의 각종 행사장에서 후보자가 정견·정책발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우자의 선거 운동도 허용해야 하고 유권자 전화번호 또한 제공해야 한다. 후보자 대담토론회도 마찬가지다. 아주 ‘일반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위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제 도입은 시기상조다. 단임제가 다시 도입된 건 역대 연임을 했던 중앙회장 중 세 명이 비리를 저지르는 등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권한을 바탕으로 지역조합장을 통제하고 있는 중앙회장은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 직선제로 선출해야 마땅하다.

 

 

토론 / “중앙회 권력분산, 광역시도연합회 설치부터”

서필상 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

 

농협중앙회 지배소유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3단계 농협을 제안한다. 일본·유럽도 3단계 구조다. 지금 2단계는 회장에게 권한이 쏠려 중앙집중적이다. 지역농협·농민 조합원이 농협의 중심이 되려면 지역으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

3단계 농협이 되려면 현재 농협중앙회 시군지부는 시군연합회, 지역본부는 광역시도연합회(연합회)로 개편해야 한다. 예전 200여개 시·군지부는 권한이 강했지만 신경분리 뒤 역할 없이 농정 직원 한둘만 남았다. 지부 역할이 없어졌으므로「농업협동조합법」개정을 통해 시급히 개편해야 하며, 시도연합회장이 중앙연합회의 당연직 이사가 돼 농협중앙회를 견제·감시해야 한다.

연합회가 있어야 조합장들이 하다못해 지역에서라도 무엇을 할지 논의할 것이다. 농협개혁은 3단계 개편으로 시작해 그 힘을 바탕으로 소유구조를 바꿔 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지역농협의 역할은 농협중앙회에 가서 자금을 받아오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지자체와 협력해 유통·판매는 물론 의료·돌봄·복지까지 농촌의 지속 발전과 지역 조합원을 위한 모든 활동을 고민·도모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본 농협들의 경우 병원도 갖고 있다. 지금 면 단위에 사는 노인들은 대개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살아서는 마을에 못 돌아온다. 면 단위에 요양원이라도 지어서 자신이 살던 곳에서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돌보는 데까지 농협의 역할은 넓혀야 한다. 상호금융연합회를 만들어 보험이 아닌 공제 기능을 해야 농협이 지역·농민 곁에 설 수 있다.

 

“제도의 문제, 결국 국회의 책임 커”

예정된 토론이 끝난 뒤엔 방청석에서 나온 의미 있는 발언들이 뒤를 이었다.

현직 조합장 신분 상태에서 후보 출마를 포기하며 지역농협 자율통합을 이끌었던 강문규 전 충남 당진 우강농협 조합장은 “농협중앙회는 최근 2년 4조원에 가까운 흑자를 냈는데 농민에게 얼마를 돌려줬냐고 물으면 대답이 없다”라며 “농민은 농협이 없어도 사는데, 농협은 농민이 없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강 조합장은 “현직 조합장은 조금만 마음먹으면 조합장을 평생 유지할 수도 있다. 선거법을 위반한 조합장은 후보 출마 자체를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용빈씨(강원 철원)는 “전부 황금같고 소중한 말씀이지만, 고령화된 현장의 조합원들과는 핵심어를 통해 소통하지 않고선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농민 조합원들이 당연시할 기본적인 얘기로 시작하자”라며 “예를 들면 ‘200만 농민 조합원이 뽑는 직선제’와 같은 것을 화두로 삼아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고, 이걸 스스로 쟁취한다면 여기서 논의하는 얘기들 역시 술술 넘어갈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호 단국대학교 교수
김호 단국대학교 교수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호 단국대학교 교수는 “우리가 그들에게 스스로 개악의 핵심사안을 계속 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박진도 전 농특위원장이 기득권을 대변하는 네 주체를 지목했는데 이 중 제도를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오늘 토론회를 주최하신 의원들을 포함해 앞으로 모든 의원들이 농협 개혁을 위해 법과 제도를 고치는데 열심히 활동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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