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물으니, 과제가 쏟아졌다①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개혁과제 토론회'
주제발표·인사말

  • 입력 2023.02.03 13:52
  • 수정 2023.02.05 20:2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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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제3회 동시조합장선거 공정·정책선거를 위한 농협개혁과제 토론회’가 <한국농정>의 주관으로 지난달 3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그리고 이개호·신정훈·이원택·윤미향 국회의원이 주최로 참여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셀프연임’ 시도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극소수의 국회의원들을 비롯, 부조리가 끊이지 않는 실태에 줄곧 비판의 목소리를 내 온 지역농협 노동자들, 그리고 길게는 30년 가까이 ‘농민 위한 농협’을 염원하고 있는 농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이날 제시한 수많은 농협개혁과제를 정리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발제 / ‘농민조합원 주권 실현’ 위한 농협개혁의 과제 -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조합들은 과연 ‘조합원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대의원 총회의 의결은 농협법에 의거해 조합원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의원들의 의결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문제는 법적인 내용과 다르게 예·결산 등의 자료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조합원이 없다는 것이다.

각 회원조합의 대의원 교육이 없다. 영농조합이나 작목반조차 회원이 들어오면 우리는 어떤 일들을 한다고 설명을 하는데, 조합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조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지금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금융시장의 문제 탓으로만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조합 직원들, 조합장들, 중앙회 직원들, 중앙회장이 얼마만큼 농민들 편에서 농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떠한 것도 공개하지 않아 사업 내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중앙회에서 내려보낸 예·결산 지침서를 보고 직원들이 예산을 편성하는데, 대의원들이 자료를 달라고 해도 계획이라며 줄 수 없다는 얘기를 한 지 8년이 됐다. 관공서와 달리 정보의 공개권한은 오로지 조합장에게 있는 현실이다. 민주적인 절차의 내용을 안고 개혁 과제를 가져갔으면 좋겠고, 특히 시행령과 관련된 내용을 적극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 선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농협 직원으로서 30년 근무한 사람이 내일모레 조합장을 하려면 출마하면 된다. 정부 농정이 영농조합과 작목반을 장려하니 많이들 만드는 게 농촌 현실인데, 여기서 법인의 대표를 맡은 농민은 겸업 금지조항에 걸려서 조합장 출마를 못 하게 돼 있다. 직원은 되는데 농민은 안되는 이상한 제도로, 이사나 감사도 똑같다. 겸업 간주 여부도 조합장 판단에 따라 결정한다. 조합장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소집해 거기서 결정하게끔 돼 있는데, 회원조합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실질적으로 조합장 편이다. 이사회, 대의원도 마찬가지다. 그 속의 위원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특히나 지역조합 대의원 선거는 자발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더러 ‘너, 내년에 대의원 해’ 이러면 대의원하고, 이장이 시키면 대의원하는 식이다. ‘안 시키면’ 대의원을 못 하는 구조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고 지금도 그러한 지역들이 굉장히 많다.

과제를 하나 제안하자면, 우리 조합에 맞는 장기적 발전계획을 좀 세웠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조합의 비유동부채에 유통손실보전자금이란 항목이 있다. 만든 지 16년이 지나 조합마다 영농의 내용·주 재배 작목의 면적이 변했는데, 바뀐 환경에 맞춰 이걸 활용하려 하는 조합이 거의 없다. 변경을 요청하고, 내용을 공유하고, 제도를 만드는 구조가 조합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항시적으로 조합에서 고민할 수 있도록 조합원까지 참여하는 발전위원회 등을 운영해 그 속에서 중장기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연속성’을 이야기한다. 농협중앙회의 연속성은 조합장과 조합원이 세워야 한다. 농업 발전과 관련된 부분들을 이성희 개인이 하겠다는 건 독재이며 그가 영원히 농협중앙회장을 해야만 만들 수 있다. 농협이 올바르게 서려면 조합원들이 같이 논의해서 중장기 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그런 장치를 구현할 운동들이 필요하며 이런 내용이 이번 선거의 공약들 속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사말 /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

농협은 농자재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판매 마진율만을 높여 농민들의 고혈을 빨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데 열을 올렸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고금리와 농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영업이익을 자신의 성과로 왜곡해 400%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빚잔치’로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농민들은 아랑곳 않은 채 ‘돈잔치’만 벌이고 있다.

제3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농민 조합원 스스로가 올바른 조합장을 선출하는 데 앞장서고 노력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농협개혁의 신호탄을 새롭게 쏴 올려야 한다. 더이상 농협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조합원의 권리를 쟁취해내자.

 

 

 

인사말 / 박진도 (사)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사회는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왜 농협만 제자리걸음이거나 후퇴할까. 농협중앙회 임원을 대변하는 ‘농림족’ 국회의원, 대통령실과 농식품부 등 고위관료, 그리고 농협에 기생하는 언론·지식인·농민단체 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늘 그런 모습으로 존재했기에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도 함께 따져야 한다.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일회성 토론회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적이고 집요한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개혁의 대장정을 결의한다면 운동본부도 최선을 다하겠다.

 

 

 

인사말 /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

감히 말씀드리건대 농협중앙회장과 조합장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중앙회장은 감사와 예산집행, 임명의 권한을 갖고 이를 통해 조합장들을 회유할 수 있다. 이를 선출하는 조합장들은 농민이라 주장하며 선거에 나오지만 대부분이 가짜농민인 것이 현실이다. 말로는 봉사한다 약속하지만 자기의 이익을 위해 조합장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등이 실현되지 않는 이상 농협의 지배구조는 절대 바뀔 수 없고 그 지배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농협개혁은 요원하다. 협동조합 노조는 농협개혁에 동참하고 그 길에 앞장설 것을 약속한다.

 

 

 

인사말 / 허수종 농협조합장정명회 부회장

제대로 된 농협, 조합원들에게 신뢰받는 농협을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는 전국 50여명의 조합장들의 모임 ‘정명회’의 총무를 맡고 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으니 지탄도 받고, 그에 대한 반성도 하면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농협이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어쨌든 농협이 희망의 주체이고 농민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좋은 의견들이 한꺼번에 다 반영될 수는 없겠으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사말 / 신정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농촌 현장에서 열심히 도전하는 새로운, 개혁적인 농민들이 나설 길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또 4년을 공쳤다. 그런 이들이 중앙회장을 새로 선출한다면, 얼마나 더 좋은 중앙회를 구성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농협은 참 괴물이다. 어떤 사회적 이슈든 국회에 오면 한쪽이 비록 소수일지언정 전선이 형성되지만 농협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 여야의 전선도 없이 농협중앙회가 거대한 문어발로 의원들을 관리하며 통과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런 국회를 만들어 놓은 우리 스스로를 반성하며 다시 전선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인사말 / 윤미향 국회의원(무소속)

FTA·CPTPP 가입에 따른 농업계 피해 문제부터 최근 쌀·한우 가격 폭락 사태까지, 농민이 먹고사는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농협은 그간 아무런 입장표명도 이렇다 할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농민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농민의 자주적 협동조직이라는 설립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농협과 농협을 관리하는 농식품부는 농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농협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농협의 근본적 개혁과제를 모색·추진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인사말 / 이개호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농협은 형식적으로 보면 단지 하나의 협동조합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농협의 미래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농업 관련 활동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농협의 발전에 따라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고 더불어 농협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농협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이 지혜를 모아 좋은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인사말 /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2차례의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이후 관행적 금품선거의 근절이나 공명선거 등의 정착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공정성과 깜깜이 선거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위탁선거법의 개정 등 조합장 선거제도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농업에 대한 무능·무지·무관심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지고 있다. 다양한 농협 개혁과제를 점검하고 농협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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