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없는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

농산물 대량유통 생태계 조성, 유통·물류 혁신 등 비전 제시

농식품부 “디지털 전환으로 농산물 유통비용 낮추겠다” 강조

가격결정권 보장 및 출하 선택권 확대 등 농업계 요구 실종

  • 입력 2023.01.15 18:00
  • 수정 2023.01.16 16:5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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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를 위한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농산물 대량유통 생태계 조성을 통한 유통·물류 혁신’을 비전으로 제시한 이번 대책에는 △산지유통 거점·규모화 △농산물 거래 디지털 전환 △창의와 경쟁의 유통생태계 조성 등 3대 전략 아래 10개 중점 추진 방안이 담겼다. 역물류 방지를 위한 체계 개선 및 생산자조직 육성·지원 등 의미있는 대책도 다수 포착됐지만, 그간 농업계가 숱하게 요구한 농민의 가격결정권 보장 및 출하 선택권 확대 등의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농식품부는 “산지 시설 확충 및 농가 조직화 등으로 출하비용은 절감됐지만 도·소매비용 증가에 따라 전체 유통비용이 오히려 상승한 상황이다”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연중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하기 위한 유통·물류체계 기반도 부족한 만큼 농산물 유통환경 변화 대응 및 유통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전환 및 산지 대량공급체계 구축 등 근본적인 유통 구조변화가 필요하다”고 대책 검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①소비자 대량거래 수요에 대응하는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구축(2027년 100개 목표) ②스마트 APC 전속 출하 생산자조직(2027년 3,000개소 목표) 육성 및 지원체계 개편 ③콜드체인 시스템 기반 복합물류 거점 조성 ④전국 단위 도매거래 위한 농산물 온라인거래소 설립 ⑤도매시장 거래 디지털화 및 물류체계 고도화 ⑥지역별 도매시장 기능 재정립 ⑦온라인 전문마케터 양성 및 창업 활성화 ⑧데이터 공동 활용을 위한 유통정보 통합지원 플랫폼 구축 ⑨온라인 거래 소비자 보호체계 강화 ⑩지원센터 구축을 통한 온·오프라인 직거래 확대 등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유통 4법’ 체계 정비도 병행할 방침이다. 현재의 농산물 유통체계를 유통경로별(도매시장·직거래·온라인)로 구분하고 수급 및 가격안정에 관한 내용은 별도로 규정할 계획이다. 현행 농산물직거래법은 유지하는 대신 농안법을 가칭 도매유통법과 수급안정법으로 분법하겠다는 구상이며 가칭 온라인거래소법도 제정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이번 유통구조 개선안은 유통·물류체계 개선과 디지털화에만 치중됐을뿐더러 농업계의 요구를 하나도 담아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식품부는 유통구조 선진화 방안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2027년 유통비용을 2020년 대비 약 6% 절감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하고 있지만, 감소된 유통비용이 농가 생산비 보장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다. 정부 계획대로 유통·물류를 개선하더라도 유통업체의 비용 절감과 편의 증진에만 도움이 될 것이 자명하고 농민은 결국 또 들러리로 전락할 뿐이다”라며 “규모화 등에 초점을 맞춘 유통구조 개선안은 이미 농민 위에 존재하는 유통조직과 산지 수집상 등의 지배구조를 견고히 할 가능성도 갖고 있다. 출하하는 농산물에 대한 농민의 가격결정권을 보장하고 수급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방향으로 유통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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