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한우, 위기도 닮았다

  • 입력 2023.01.08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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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한우는 우리 농업을 대표한다. 지난해 쌀값 폭락의 고충이 한우농가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 농업이 처한 위기를 마치 쌀과 한우가 함께 짊어진 듯하다.

쌀과 한우의 공통점이라면 첫째, 농민들이 그동안 다른 농사에 비해 해볼 만한 농사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젊은 후계농이 농촌에 많지 않은데 그래도 쌀농가와 한우농가는 후계농이 있다.

둘째, 쌀농가와 한우농가 모두 생산비가 안 나온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책임을 진다면서 국내 농축산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당관세로 수입을 확대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농축산업 생산비는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며 물가안정에만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쌀과 한우(축산)는 탄소를 발생시키는 농업으로 1·2위를 다툰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순위에서 쌀과 한우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정작 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공기정화 능력을 감안하지 않는 비논리적 계산법이다. 벼와 식물은 이산화탄소와 유기물을 원료로 해서 산소와 열매를 만들어 낸다. 이 원리로 먹거리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논과 밭은 경축순환의 중요한 고리이고 가축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다시 논밭으로 돌아가 작물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 또 거기서 나오는 볏짚과 곡물은 가축의 사료가 돼야 균형이 맞다. 즉 쌀과 한우는 공존해야 원활한 순환이 이뤄진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위기, 전쟁위기, 경제위기에 초긴장 상태다. 이런 세계적 위기 속에 곡물값과 조사료 값이 폭등하면서 한우농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소를 키워 출하해도 가격이 형편없이 떨어져 사료값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것이다. 이런 악조건이 이어지면 한우사육을 지속할 수 없다.

실제 볏짚 폭등세를 살펴보면 얼마나 큰 부담 속에 한우를 키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021년 6만5,000원하던 볏짚 한 롤이 2022년 가을 8만원으로 올랐다가 해가 바뀌고 2023년 1월 현재 11만원을 뛰어넘었다. 이렇게 볏짚 값이 오른 데는 미국의 조사료 생산 감소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입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 크다. 수입산 조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니 국내산 볏짚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얼마나 더 오를지 짐작도 어렵다.

송아지를 팔 수도 키울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소규모 한우농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도매가격이 급락하고 사료비는 상승한 가운데 송아지 수요가 급감해 거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송아지 가격 하락, 암소 도축 증가, 도매가격 하락 가속, 송아지 수요 감소, 송아지 가격폭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1998년 IMF 경제위기 때와 2013년과 같은 위기가 닥쳐올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를 외국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듯 한우의 사료를 외국 곡물에 의존해서는 그 공급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도 쌀과 한우는 닮았고, 쌀을 재배하고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공존하며 도움을 주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여야만 한다.

지난해 말 일부 축산농가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이 과도한 예산을 동반해 다른 농사와의 형평성을 어지럽히고 미래 청년농에게 지원하는 예산까지 줄어들 거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는 축산농가 전체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아니다. 쌀농사와 한우를 비롯한 축산업은 우리 농업의 흥망성쇠에 영향받는 동병상련의 처지이며 공존해야만 미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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