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 ‘밑소’부터 위태롭다

  • 입력 2023.01.05 20:5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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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우시장이 열린 지난 2일 강원 횡성군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에 출품된 한 송아지 입가에 침과 콧김 등이 얼어붙어 있다. 이날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된 경매 상황과 맞물려 한우농가를 둘러싼 ‘한파’를 느끼게 한다. 한승호 기자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우시장이 열린 지난 2일 강원 횡성군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에 출품된 한 송아지 입가에 침과 콧김 등이 얼어붙어 있다. 이날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된 경매 상황과 맞물려 한우농가를 둘러싼 ‘한파’를 느끼게 한다. 한승호 기자

 

지난 2일 올해 처음으로 장을 연 강원도 횡성군 횡성축협 가축경매시장. 강원 내륙에 한파특보가 발효된 와중에도, 불과 50두가 출품된 조그마한 우시장에 제법 많은 사람이 몰렸다.

소를 사고팔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나날이 떨어지는 소값에 조바심을 못 이긴 많은 농민이 새해 첫 시장을 보러왔다.

횡성축협은 올해 첫 개장을 맞아 소머리를 올린 고사상을 준비했다. 김명기 횡성군수, 엄경익 횡성축협 조합장 및 이사들, 그리고 마침 이날 취임한 김경수 농협사료 대표이사도 시장을 찾아 절을 올리고 한우 산업의 안녕을 기원했다.

“요즘 우리 양축농가가 어렵습니다. 우리 조합원님들 모두 올 한 해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벌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횡성축협은 이날 가축시장을 찾은 농가들을 위해 막걸리와 김치찌개, 떡을 대접하는가 하면 사료를 경품으로 내걸고 추첨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덕에 잠시나마 왁자지껄하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한 시간이 채 안 돼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1차 경매가 끝난 뒤 시장 속 대형전광판이 낙찰가를 나열하기 시작하자 장내는 곧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숨죽인 채 50번 소의 가격을 확인한 농민들은 이윽고 썰물처럼 시장을 빠져나갔다.

“이따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 절반 넘게 유찰될 거에요. 2차 경매로 넘어가면 더 싸니까. 지난주에는 수송아지라도 꽤 있었는데 이번엔 겨우 10두 넘는 거 같던데? 더할 수밖에 없을 거요.”

경매 10분 전에 만났던 한 농가의 말대로였다. 고사를 지내는 동안 수도 없이 나열된 소망들이 무색하게도, 이날 출장한 50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두가 1차 경매에서 값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지난해 마지막 열렸던 시장의 결과보다 훨씬 심각했다.

한 농민은 2차 경매에서도 모든 송아지가 유찰 당하자 자신이 데려왔던 4두를 몽땅 귀가시키기도 했다. 3차 경매까지 마쳤음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송아지는 14두나 됐다. 이즈음엔 얼마 남지 않은 축주들, 그리고 시세 동향을 살피러 나왔다가 ‘속이 상해서’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농장주 몇 사람만이 현장에 남았다.

그간 가장 아래의 위치에서 송아지 생산기반을 지켰던 소규모 번식 농가들이 집단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계속 번식을 하자니 턱없이 낮은 산지 가격 탓에 적자를 면키 어렵고, 그렇다고 출하를 미루며 가진 소들로 일관 사육을 하기엔 당장 사료값을 충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0년 만의 소값 파동에 ‘밑소’를 길러내는 소규모 농가들을 필두로 생산기반이 완전히 붕괴할지도 모른단 우려가 커진다. <한국농정>은 산업의 회생을 바라는 종사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수집하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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