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되던 ‘영농폐기물’, 처리에 발 벗고 나선 지자체

농촌 ‘골칫덩이’로 전락

지자체 사업 확대 추세

정부 차원의 대책 필요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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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영농 활동이 끝난 후 방치된 영농폐기물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북의 한 지자체 농로에 폐기해야 할 점적관수용 호스가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영농 활동이 끝난 후 방치된 영농폐기물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북의 한 지자체 농로에 폐기해야 할 점적관수용 호스가 지저분하게 방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농촌 마을 곳곳에 방치돼 있던 영농폐기물이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예산 확대와 관심 속에 수거·처리되는 모양새다.

농촌 주민들과 농민들에게 골칫덩이로 인식되는 영농폐기물은 농사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일체를 말한다. 그물망과 고정끈, 점적관수용 호스에서부터 하우스 고설재배용 스트리폼까지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만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류를 제외하곤 수거·처리 체계가 잡혀있지 않다.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 또한 제때 잘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지만, 영농폐기물 처리는 환경부 소관「폐기물처리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사실상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에 손을 대고 있지 않다.

또 영농폐기물은 생활폐기물에 속하기 때문에 수거·처리 의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있고, 폐기물처리법과 한국환경공단법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이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류 수거·처리를 대행하고 있다. 관련해 환경부는 원활한 영농폐기물 수거·처리를 위해 2014년부터 마을 단위 공동집하장 확충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오늘날 폐비닐 수거·처리는 농촌 마을 대부분에 마련된 공동집하장에 농민이 폐비닐을 배출하면 민간수거업자가 환경공단 사업소로 이를 운반하고 재활용·소각업체에서 추후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폐농약용기류도 공동집하장에 배출하면 수거·처리가 진행되는데, 집하장을 통해 수거·처리된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류에는 환경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으로 마련된 수거보상비가 지원되나 그 재원이 부족해 매년 발생량 전부를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공동집하장의 수가 아직 충분하지 않고, 흙 등의 이물질이 말끔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선 수거·처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수확기가 끝난 농촌 곳곳에선 산처럼 쌓여있는 영농폐기물을 어디서든 마주치는 실정이다.

고착화된 영농폐기물 처리에 대부분의 농촌이 몸살을 겪자 최근 몇몇 지자체에서는 선제적으로 영농폐기물 수거·처리 개선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나주시다. 나주시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집하장을 기존 4개소에서 18개소로 확대하고 영농 부산물 파쇄기 무상임대 사업과 인력 지원으로 불법 소각되던 보릿대·깻대·전정가지 등 영농 부산물을 경작지에서 파쇄·퇴비화하는 방안을 장려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형 영농폐기물 배출 수수료를 50% 절감하는 배출 수수료 감면 제도도 신규 도입할 방침인데, 대형 영농폐기물 배출 대상은 퇴비화가 불가능한 식물성 잔재물을 포함해 차광막과 반사필름, 비닐 호스, 부직포 등 사실상 수거·처리 체계 밖에 있는 대부분의 폐기물이다.

현장에선 재활용이 불가능해 수거·처리되지 않던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류 이외의 영농폐기물 처리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당초 지원사업 없이 농민 스스로 대형 영농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영농폐기물 처리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자체는 나주시뿐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진천군 폐농자재 수거·처리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충북 진천군은 올해 처음으로 영농폐기물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차광망, 부직포, 모종 트레이 등의 처리비 지원을 시작했다. 톤당 10만원인 폐기물 처리비용의 70%를 지원하며, 시설하우스 및 과수원 경영 농가를 대상으로 한다.

몇몇 지자체가 영농폐기물 수거·처리에 뛰어든 건 괄목할 만한 변화지만, 여전히 폐비닐류와 폐농약용기류를 제외한 체계 밖 영농폐기물 처리는 오롯이 농민 몫인 실정이다. 이에 농민들은 지자체 예산 한계 등을 고려해 농식품부 차원의 영농폐기물 처리 체계 구축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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