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폭락에 수확마저 포기 … 상인 발길도 끊겨

재배면적·생산량 증가, 소비 감소 여파

정부 ‘가격 안정’ 대책도 단단히 한 몫

농민들 “더 늦기 전에 시장격리 필요”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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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배추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전남 해남 등 겨울배추 산지를 중심으로 긴급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일대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배추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전남 해남 등 겨울배추 산지를 중심으로 긴급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충남 서산시 고북면 가구리 일대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연일 곤두박질치는 가격 하락세에 산지에선 배추 수확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 출하를 앞둔 월동배추 또한 가격을 담보할 수 없어 농민들은 더 늦기 전에 시장격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남 해남지역 조생 월동배추 출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난달 15일 배추 도매가격은 10kg 상품 기준 평균 7,384원을 기록했다. 이후 배추 도매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12일 6,918원에 이르렀다. 출하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 배추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평년 대비 18.6% 하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이미 큰 폭으로 오른 농자재값을 상환하기에 턱도 없는 수준으로, 최근 현장에선 적자 폭이라도 줄이겠다며 수확에 손을 놓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김영동 해남군농민회 품목위원장은 “지금 조생 월동배추가 한창 출하되거나 수확 후 저장될 때인데 가격이 거듭 하락하다 보니 지역 내 대부분의 배추재배 농민들이 작업에 달려들지 않는 상황이다. 가을배추 출하기 때부터 시작된 가격 하락세는 걷잡을 수 없는 지금의 지경에 이르렀다”라며 올해 초 이상기상 여파와 병해충 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고랭지 배추 가격이 다소 높게 유지돼 정부가 김장철 물가 잡기에 나선 결과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큰 이익을 얻지 못했지만 고랭지 배추 가격이 좋아 가을배추 생산면적이 소폭 늘어난 영향도 이번에 작용했고, 수입 배추도 김치공장 등에 일찍 풀려 가격이 곤두박질쳤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산지에선 유통 상인들도 떠나갔다. 사실상 갈아엎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희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라며 “시장격리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인데 가격 안정에만 신경을 쏟는 정부에서는 지금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아 농정에 대한 원망이 날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겨울배추 생산량은 28만4,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1% 증가했다.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1.5%와 11.1% 감소했지만 생산단수가 각각 2.6%와 5.3% 증가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조생종 겨울배추 정식비중이 높으며 해남지역 가뭄으로 석회결핍 등이 발생했지만, 11월 우천으로 작황이 호전돼 생육 상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지난 14일 가락시장 배추 (10kg 그물망, 상품 기준) 거래 평균가격은 3,84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가격인 7,879원 대비 48% 낮았다. 김장이 마무리되고 가을·겨울배추 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하락세가 앞으로 계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전남지부와 해남군지회는 겨울배추 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 대책안 마련을 요구 중이다. 전남지부와 해남군지회는 “올해 조생종 겨울배추 정식비중이 높아 해남만 하더라도 전체 겨울배추의 70%가 조생종으로 확인된다. 저장 중인 가을배추와의 가격 경합으로 겨울배추 가격 또한 지속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가을배추 하락에 따른 농가 손실도 겨울배추로까지 이어질 것이다”라며 “농협과 행정, 생산자 등이 참여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공동 대안 마련에 힘을 쏟는 한편 조생종 겨울배추 3월 내 시장격리와 수확 못 한 가을배추 폐기에 필요한 실비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한다. 재배면적 등 숫자뿐인 통계로 수급대책을 세우기엔 기후에 따른 생산 단수 증가와 김치공장 등의 배추 물량 확보 등 변수가 너무 많은 만큼 시장격리를 우선 진행하고 가격 추이를 보며 창고에서 폐기하는 방식 등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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