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마늘·양파 수입, 농민들 분기탱천

나주서 ‘aT 해체’ 기자회견

정부 일방적 수입 결정 규탄

  • 입력 2022.10.16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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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한국마늘연합회·한국양파연합회 등 마늘·양파 생산자단체들이 지난 12일 나주 aT 본사 앞에서 정부 마늘·양파 수입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전국마늘생산자협회·전국양파생산자협회·한국마늘연합회·한국양파연합회 등 마늘·양파 생산자단체들이 지난 12일 나주 aT 본사 앞에서 정부 마늘·양파 수입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마늘·양파 생산자들이 지난 12일 전남 나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일방적 마늘·양파 수입을 규탄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번기에 전남·전북·경남·제주 등 각지의 생산자 대표들이 모여들 정도로 분노는 가볍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마늘·양파 출하 초기부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으로 저율관세할당(TRQ) 등 저관세 마늘·양파를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수입권 공매로 번번이 농민들과 마찰을 빚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지난 5일 또다시 수입권 공매 및 배정 공고를 띄우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창철 한국마늘연합회장(제주 대정농협 조합장)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마늘 출하 시기에 날벼락을 맞았다. 실질적으로 높은 가격이 아님에도 360%의 관세율을 50%로 깎고 있다”며 “농민들의 분노가 어디까지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우린 모두 ‘갈 데까지 가려’ 마음먹었다”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구호는 ‘aT 해체’였다. 농민을 보호해야 할 aT가 수입에만 열을 쏟고 있다는 불만이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5,000원에 농민 손을 떠난 마늘이 소비지에서 1만5,000원에 팔린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게 aT인데 할 일을 안 하고 수입으로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도 “aT는 수입이 아니라 본연의 업무인 국내 유통개혁에 나서야 한다. 이걸 하지 않는다면 aT는 농민에게 필요가 없으며 바로 해체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다만 TRQ 운용을 결정하는 게 aT가 아닌 농식품부임은 농민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단은 ‘aT 해체’를 집중적으로 외쳤지만, 분노의 화살은 농식품부로도 향해 있었다. 특히 “TRQ 운용 시 반드시 생산자단체와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장관·실무자의 약속이 두 차례나 있었음에도 농식품부가 이를 위반함으로써 농민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마늘·양파는 특히 농식품부가 의무자조금을 통한 ‘생산자 주도형 수급조절 모델’을 구축하고 있는 품목인데, 생산자와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그 앞길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이홍주 양파의무자조금관리위원장은 “농민들이 경작신고와 재배의향조사를 통해 적정 재배면적을 만들어낸다 해도 이렇게 수입을 남발하면 농민들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재고물량과 향후 시기별 소비물량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저율관세 할당량을 무조건적으로 늘리는 정책은 결국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큰 피해를 준다. 농민도 국민도 이득 없는 농산물 수입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실·기획재정부·농식품부 그리고 마구잡이 농산물 수입에 앞장서고 있는 aT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수입공매 중단 △유통개혁 노력 △농가 긴급생산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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