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주제발표 ①

  • 입력 2022.09.16 10:37
  • 수정 2022.09.18 18:37
  • 기자명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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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농업 망가뜨리는 CPTPP, 경제효과도 ‘미지수’

농업은 농업대로 망가뜨리건만 국민경제에 딱히 보탬이 되나 하면 그것도 미지수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에 참가한 전문가 및 청중들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이러한 CPTPP를 직접 피해당사자인 농민, 그리고 먹거리 안전문제에 시달릴 시민들과의 소통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토론회는 CPTPP 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국민과함께하는 농민의길, 이개호·서삼석·신정훈·윤재갑·이용선·이원택·이동주·강은미·윤미향 국회의원 공동주최, 본지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CPTPP 국민검증단’으로서 CPTPP가 농업 등 경제 분야에 미칠 영향을 연구·조사한 전문가들의 중간 보고대회 성격을 띠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이었던 6일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내습이 예정돼 있어 많은 농민의 현장 참석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태풍의 직접영향권이었던 경남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약 100여명의 농민·시민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농민들이 태풍을 뚫고 달려와서 듣고자 했던 CPTPP의 문제점들은 무엇이었을까?

■정리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전문가위원들이 농업 등 경제 분야에 미칠 영향을 연구·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발제 “신자유주의 벗어나 경제안보·자립 강화해야”

나원준 경북대 교수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틀은 그간 여러 가지 체제 내적 모순을 드러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극도로 심화된 불평등·양극화 등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의해 이뤄졌으며 세계화 정책 또한 그런 결과를 낳았고 이제는 체제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각국에서 국내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다. 1990년대 이후 주요국 노동소득 분배율이 정체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고, 그 밖에 여러 가지 불평등 지표들도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동시에 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국가 간의 불균등 발전도 야기했다. 엄연히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자유무역에서 각국의 1인당 소득이 장기적으로 동일 수준으로 수렴하리라는 주류 경제학의 학설은 틀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이 신자유주의 세계체제는 ‘달러 헤게모니’라는 일극적 지배 질서의 폭력적인 관철에 의해서 강요된다. 최근 스리랑카·파키스탄·방글라데시 등은 외환위기가 문제가 되고 있고 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만 생기면 달러로 자본 도피가 일어나는 과정 속에서 주권 국가로서의 자율성 같은 것은 상당 부분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는 사실은 미국 경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이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대안적 발전 경로가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세계체제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볼 수 있고, 우리는 일각의 예상대로 일극 체제가 다극 체제로 바뀌어 가는 그런 탈세계화 국면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CPTPP의 평가에 있어 한-미 FTA를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한-미 FTA는 단지 관세율을 어떤 품목에서 낮추고 하는 문제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물론 개별 산업에 대한 영향, 특히 농업 등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컸지만 그뿐만 아니라 서비스 시장 개방이라든가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의 통상 규범은 한미 FTA에서 처음으로 비로소 도입됐으며, 외국인 투자 개방 등 포괄하는 내용이 다양했다. 말하자면 이것은 광범위한 대외 개방이고, 초국적 자본이 사적인 이해를 앞세워 주권국가 차원의 정책마저도 제한하는 행위를 제도화했다. CPTPP 역시 현재 협정문 내용을 살펴보면 양허 수준은 굉장히 높을 뿐만 아니라 협약 내용이 매우 포괄적이고, 따라서 더 깊숙이 한국 사회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다분하다.

근본적으로는 이제 우리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의 여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를 받아들인다는 전제 하에 자유무역으로 총적 자본의 이득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제 최근 세계 경제상황, 그리고 메가 FTA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까지 고려하면 결국 이건 미국이 이끄는 반중(反中) 블록의 일원이 되겠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지금 미국은 CPTPP에서 빠져나갔지만,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미국이 복귀하면 ‘CPTPP+’ 같은 걸 만들어 체제를 해체, 재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우방국들은 전부 미국을 따라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고, 일본 역시 자신의 고유한 어떤 독자적인 전략이 있다기보다 미국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때문에 우리는 CPTPP라는 틀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이고 핵심적인 통상의 핵으로 자리 잡기 어려우리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이 가입하는 경우에도 한국 경제와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한국 통상의 미래 비전은 중국과 미국 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립 경제 기반을 확보하고,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장기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다.

발제 “경제효과는 과대평가, 영토 지킬 수산업 가치는 과소평가”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CPTPP 가입에 대한 경제효과 분석은 낙관적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그나마 지금까지와 달리 0.2~0.3%의 현저하게 낮은 성장률 예측을 내놓는 것은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구도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사정으로 본다. 중국의 가입 신청이 기각되고 미국이 전격 참여하는 방향으로 CPTPP가 재구성된다면 또 모르겠으나, 엄격히 말해 한국의 CPTPP 참여 경제효과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입이 강행된 것은 아마도 효과보다는 중-미 갈등의 정치군사적 여파,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공급망 동맹 등 주로 대외적 요인의 영향에 휩쓸린 때문이 아닌가 의심된다.

이미 환태평양 국가 대부분과 FTA를 체결한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불리한 무역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사정상 CPTP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수준을 넘는다면 원래보다 더 많이 시장을 내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자동차 등 주요 공산품의 양허가 제외된 RCEP 수준이라면 그나마 그 효과는 중립적일 것이다.

사실상 한-일 FTA인 한국 측의 이번 가입 여부가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모호하지만, 0.2~0.3%의 성장률을 기대하는 FTA 관련 관변연구기관 중심의 연구 실적 발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관점을 바꿔 이를 신뢰한다고 해도 겨우 이 정도 기대치로 성패의 불확실성이 높은 일본 중심의 협정에 모험을 건다면, 이는 자국 중심 보호무역 강화라는 세계적 실리 추세를 놓치고 스스로 정치적, 국제적 지역편향주의의 함정에 매몰되는 실수를 범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친환경과 수산식품의 거점이며 동시에 배타적 경제수역(EEZ) 같은 세계적 해양경계 경쟁 및 영토의 최후 보루라는 국가 존망이 걸린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수산업은 희생업종으로 치부돼 왔다. 특히 연 67억~700억으로 추산되는 예상 피해규모 역시 관변 기관들의 현저한 과소평가임은 물론 수산업의 가치를 무시하는 매우 잘못된 경향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 평균양허율이 RCEP보다 5% 높은 96%이기 때문에 환태평양 국가들로 주로 구성된 CPTPP에서는 적어도 5%의 수산물 총수입 증가를 감안해야 하며, 이는 금액상으로 약 3,000억원 규모다.

육지영토 경계 대립이 주요 다툼이었던 구 시대와 달리 지금은 해양경계가 경쟁의 주력이며, 국토의 지리적 경계와 수산업의 산업적 어획경계가 일치한다. 즉 수산업은 영토경계의 선봉으로 국가적 존망이 달린 최우선 위치로 다뤄져야 한다. 한일 간 경제 수역 다툼은 주로 독도 주변에서 일어나며, 한일어업협정의 쟁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CPTPP가 이를 회피해서 독자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오랜 한일 관계를 외면하는 정치적 무지다. 신(新)한일어업협정 개편은 CPTPP와 관계없이 진행돼야 할 당면 과제이며 CPTPP 가입이 그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좌장 “신자유주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영향 분석해야”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CPTPP 가입은 국민 경제 전체에 굉장히 심각한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검역주권과 식품안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10여년 전 한-미 FTA 관련해서 열심히 투쟁했다. 당시 ‘한국경제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이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과 다자간 통상 자유무역협정 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특히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농업과 수산업을 지키기 위해서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CPTPP 가입이 추진되는 와중에 10여년 동안 묵혀둔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서 자유무역협정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해 국민께 보고드리려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 발표한 이 보고서는 중간보고서 성격이며, 계속 보완해서 10월 말경 완성본이 발표될 것이다.

10년여간 묵혀놓다 보니 관련 전문가를 찾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이 많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편찮으시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자유무역협정을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의 세대교체라는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CPTPP가 한국경제와 농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방사선 위험 등에 대한 대책도 모색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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