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신자유주의 태풍’으로부터 국민주권을 지켜라

  • 입력 2022.09.16 10:2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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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6월 28일 전북농민의길 주최로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농민생존권 쟁취 전북농민대표자대회’에서 ‘CPTPP 반대’ 머리띠를 맨 한 농민이 “내년에도 농사짓게 해달라”는 농민단체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월 28일 전북농민의길 주최로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농민생존권 쟁취 전북농민대표자대회’에서 ‘CPTPP 반대’ 머리띠를 맨 한 농민이 “내년에도 농사짓게 해달라”는 농민단체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눈에 보이는 태풍

안 그랬던 해가 있겠나만, 2022년에도 농민들은 태풍 걱정에 밤잠을 못 이뤘다. 올해 추석 직전 한반도를 할퀸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내습 직전까지 1959년 사라,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역대 최악의 피해를 안긴 태풍들에 비견되는 초강력 태풍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기에,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힌남노는 남부지방에서 막대한 인명피해(11명 사망, 1명 실종)를 낳았으며 재산피해도 컸다. 농민들도 태풍으로 농작물 낙과·도복 등의 피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서울의 일부 호사가들은 ‘매미급 태풍’이라던 힌남노가 ‘수도권 기준에선’ 피해가 덜해서 “매미급은 아니네”라고 입방정을 떨었다.

일단 힌남노는 지나갔으나 농민들의 태풍에 대한 우려는 끝나지 않았다. 올해 9월엔 예년과 달리 한반도 근해에서 3개의 태풍(무이파·난마돌·므르복)이 줄을 섰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태풍 이동 경로 및 피해양상의 예측 불가능성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안 보이는 태풍

안 그랬던 해가 있겠나만, 2022년에도 농민들은 태풍 걱정에 밤잠을 못 이뤘다. 2021년 문재인정부가 가입하겠다고 선언한 ‘초대형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2004년 한-칠레 FTA, 2011년 한-유럽연합 FTA, 2012년 한-미 FTA 등 이전의 그 어떤 FTA보다도 우리 농업·농촌에 궤멸적 피해를 안겨주리라는 관측이 제기됐기에, 농민들의 걱정은 더욱 컸다.

일단 CPTPP는 한반도에 내습하진 못한 상태다. 윤석열정부는 농민·시민사회의 강력한 저항으로 CPTPP 가입을 보류 중이다. 그러나 만약 CPTPP가 한반도에 내습할 시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까. 2016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사과 SPS 수입금지 조치 해제의 경제적 효과 실증분석>에 따르면, 사과·배만 해도 각각 국내 총생산액이 연평균 5,980억원, 2,090억원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럼에도 ‘전문가’라는 표현을 붙이기도 아까운 일부 호사가들은 ‘농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자신들의 입장에선’ 국익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CPTPP는 수출 확대를 통한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입방정을 떨고 있다.

CPTPP는 ‘일시정지’ 상태이나 농민들의 태풍에 대한 우려는 끝나지 않았다. CPTPP 뒤엔 미국발(發) 태풍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줄 서고 있다. 농민들은 ‘눈에 보이는 태풍’ 뿐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태풍’까지 대비하느라 바쁘다.

태풍의 원인, 신자유주의 체제

눈에 보이는 태풍의 잦은 도래를 야기한 주범이 기후위기라면, 각종 FTA와 IPEF 등 눈에 안 보이는 태풍의 잦은 도래를 야기한 주범은 신자유주의 체제다. 미국 등 강대국이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 체제는 자신들의 사활적 사업인 ‘자유무역 활성화’를 위해, 각국의 통상·검역·사법·식량 주권을 침해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미 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S)’를 활용해 “한국 정부가 우리 이익을 침해했다”며 한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점차 균열이 발생 한다는 진단이 각지에서 제기되지만, 적어도 한반도 남측에선 여전히 신자유주의 태풍이 몰아친다. 연이은 신자유주의 태풍으로부터 국민주권을 지키는 게 화두가 된 상황에서, 농민들은 CPTPP라는 태풍 앞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그래서 본지는 다시금 CPTPP의 문제점을 알리는 토론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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