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다가와도, 농민이 봉기해도, 농협은 수입농산물을 판다

지난 4월 이어 본지 예산군 농협 하나로마트 2차 전수조사

소폭 개선 있지만 … 모든 매장서 여전히 수입산 대량 취급

제재 규정 있음에도 … 농협중앙회 제재 이행 여부 물음표

  • 입력 2022.09.0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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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4월 본지는 1개 시·군을 무작위 선정(충남 예산군)해 이 지역 하나로마트들의 무분별한 수입농산물 판매 실태를 보도한 바 있다(정신줄 놓은 농협 …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판매 활개). 보도 직후 농협중앙회가 전국 지역농협에 ‘수입농산물 취급 자제’ 공문을 송달했고 잠시 수입 신선농산물이 자취를 감추는가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지역을 불문한 농협의 대대적 수입농산물 판매가 목도되고 있다.

2022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본지는 예산군내 11개 하나로마트(구멍가게형·자재마트형 제외)를 대상으로 다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이날은 전국의 농민들과 농협 조합장들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벌인 날이었고 집회의 주요 구호 중 하나는 ‘농산물 수입개방 규탄’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같은 시간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선 꾸준히 수입농산물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예산축협 하나로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선물세트(페루산 아보카도, 남아공산 자몽)와 삽교농협 내포신도시 하나로마트에 진열된 중국산 양상추·목이버섯(왼쪽부터).
지난달 29일 예산축협 하나로마트에 진열된 수입과일 선물세트(페루산 아보카도, 남아공산 자몽)와 삽교농협 내포신도시 하나로마트에 진열된 중국산 양상추·목이버섯(왼쪽부터).

1차 조사 대비 개선된 부분은 있었다. 국산-수입산 채소 비교진열(고덕·덕산농협)이나 국산 농수산물 차별진열(삽교농협) 등 노골적인 수입농산물 우대는 많이 완화됐고, 중국산 당근, 뉴질랜드산 단호박 등 일부 수입 채소가 철수하거나 국산으로 대체됐다. 국산밀 가공품(밀가루 등) 취급 매장은 1개에서 7개로 늘었으며 두부·콩나물 등도 국산원료 제품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매장의 수입농산물 취급 실태는 여전히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필리핀산 바나나, 미국산 레몬, 베트남산 용과, 뉴질랜드산 키위, 멕시코산 라임 등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과일이 보란 듯이 판매되고 있다. 1차 조사 당시 유일하게 수입과일을 판매하지 않았던 신양농협과 휴업으로 조사에서 누락했던 광시농협까지, 11개 매장이 예외 없이 수입과일을 진열하고 있다. 예산축협의 경우 추석을 겨냥한 듯 페루산 아보카도, 남아공산 자몽 선물세트까지 내놨다.

국산과 직접 경합하는 품목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삽교농협은 중국산 양상추·다진생강·건표고·목이·백목이 등 1차 조사 때보다 훨씬 다양한 수입 채소를 진열해놨으며 국산 목이보다 중국산 목이를 부각시키는 차별진열도 일부 남아있다. 덕산농협은 수입산 블루베리를 취급하고 있으며, 다른 농협들이 보도 이후 철수시키거나 국산원료 비중을 늘린 즉석반찬코너(콩자반·마늘종볶음·도라지무침·연근조림·고들빼기 등)를 여전히 수입원료 위주로 운영 중이다.

규정상 합법인 수입농산물 가공품 중에선 특별히 마늘장아찌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주요농산물로 분류되는 품목임에도 예산군내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마늘장아찌는 100% 중국산이다. 관세율이 신선마늘의 12분의 1 수준인 마늘장아찌는 냉동마늘과 함께 국내 마늘산업을 갉아먹는 주범으로 꼽히는데, 농협이 그 유통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규정위반은 아니지만 도의적으로 문제를 지적할 만한 부분이다.

수입농산물을 취급한 지역농협은 규정상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재(자금지원, 신용점포 설치, 표창 등 제한)를 받아야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점검인력 부족을 핑계로 지금껏 한 번도 이 규정을 발동시킨 적이 없다. 사실상 방관에 가까운 모습이다.

구체적인 사례 보도가 이뤄진 이후에도 태도는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 측은 “해당 제재 규정 외에도 여러 가지 제재장치를 마련해 뒀고 보도 이후 제재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가 이뤄졌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모호한 입장을 전하며 의구심을 키웠다.

예산군은 본지가 임의로 선정한 표본지역일 뿐, 이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 대다수의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이 활개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며 농협중앙회 직영 하나로마트조차 중국산 마늘장아찌를 취급하는 실정이다.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고 농민들의 수입 반대 투쟁이 치열해져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농협의 얼굴은 두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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