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 열풍,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3년 만에 농활, 인수인계 없어 … ‘농활 사용설명서’ 강연도

“농촌 문제 학습의 장으로” … “주민·학생 대상 사전교육 필요”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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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한국외대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한 고내리 마을회관 거실에 붙어 있는 생활수칙. 한승호 기자
한국외대 학생들이 숙소로 사용한 고내리 마을회관 거실에 붙어 있는 생활수칙. 한승호 기자

거리두기 조치 해제와 동시에 농활에 참여 의사를 내비친 학생은 많았지만, 기획하는 학생들은 애를 태웠다. 농활이 3년 만에 재개되다 보니 농활을 경험하거나 인수인계해 줄 선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외대는 농활을 기획하기 위해 전담팀(TF)을 꾸리고 ‘대면되면 뭐하지’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농활을 경험한 선배를 초청해 농활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설명을 듣고, 버스 대절부터 역할 나누기까지 실무 준비에 도움을 받았다.

대학생 단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농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6월 19일 ‘농활 사용설명서’ 강연을 비대면 온라인 프로그램 ‘줌’을 통해 열었다. 김민정 전대넷 집행위원장은 “농활을 기획해야 하는 총학생회 집행부들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획과 실무 등에 관해서 설명했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줌 강연을 마치고 나서도 자료를 요청하는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들이 있어서 몇 번 더 따로 진행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농활 열풍’ 기회를 살려 도시와 농촌이 상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96학번인 내가 대학을 다닐 땐 농활은 방학이면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2000년대 중후반 학번부터는 가는 학생 수가 확 줄었다”며 “한 번 가면 관광버스 12대가 출발하곤 했는데, 2대, 1대로 줄더니 그나마도 코로나19 때문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워낙 체험에 목마른 세대다 보니 농촌 활동에 포인트가 있다기보다는 자기들끼리 어떤 커뮤니티를 북돋는 것에 관심이 많을 것 같다”며 “특별한 체험, 엠티의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안 가본 친구들하고 비교해보면 귀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은정 농촌사회학자는 “다만 학교 단위에서 현재 농촌의 문제라든가 기후 위기 문제, 먹거리 문제 등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더 긍정적일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잘 살려서 도농 교류, 도농 간 이해 증진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농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대학생들한테 어떤 ‘장소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되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사전에 마을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문병교 전 전라남도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장은 “요즘 청년들은 60~80년대와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이제는 마을 주민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병교 전 센터장은 “과거 농활이 농촌계몽과 이념지향적 성격을 가졌다면, 지금은 지역 소멸에 대응하는 등 요즘 시대에 맞는 지역 맞춤형 농활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어의 회귀처럼 청년들이 돌아오게 하려면 환상을 심어줘서도 안 되지만, 죽어라 일만 시켜서도 안 된다”며 “그렇게 되면 ‘농촌이라는 곳은 절대로 가면 안 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학생들이 (농촌에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도 예의를 갖추고 그 마을의 문화,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전 센터장은 농활에 농촌의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경험을 하고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그냥 오면 집을 주겠다’, ‘돈을 주겠다’ 한다. 그렇게 되면 여행 좋아하는 청년들이 한 달 살다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부처 차원에서도 지역 소멸이 구호로만 남아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며 “전부 공모사업인데, 이렇게 해봤자 정작 필요한 사람은 혜택을 못 보고 외부 사람들이 다 가져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보다는 마을에 학생들이 농활을 와도 한 마을회관에서 15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으니, 합숙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준다거나, 방학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마을과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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