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부터 추첨까지 … 대학가는 농활 열풍

  • 입력 2022.07.17 18:00
  • 수정 2022.07.17 21:44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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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충남 논산시 연무읍 고내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김종록(63)씨가 농활 온 한국외대 학생들과 휴식 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충남 논산시 연무읍 고내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김종록(63)씨가 농활 온 한국외대 학생들과 휴식 시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한승호 기자

장맛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지난 11일, 충남 논산시에서 만난 20대 초반 대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목에 두른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기 바빴다. 서로 물을 뿌리면서 물장난을 치기도 했다. 공연 도중에 가수와 관객이 서로 물총 싸움을 하는 ‘워터밤’ 행사장도, 객석을 향해 물을 뿌리며 공연하는 싸이의 ‘흠뻑쇼’ 콘서트장도 아니다. 3년 만에 돌아온 농활 현장 풍경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회장 이민지, 한국외대)는 학생 114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충남 논산시 6개 마을과 부여군 3개 마을에서 농활을 진행했다. 해단식을 하루 앞두고 찾은 이날 오전 8시 40분쯤 충남 논산시 연무읍 고내리 소재 비닐하우스에는 농작업이 한창이었다.

밀짚모자, 꽃무늬 일바지, 목에 두른 수건, 흙 묻은 신발. 영락없는 농민의 모습으로 한국외대 학생 6명은 오전 6시 30분경부터 작년 겨울 수확 후 남은 딸기 줄기의 뿌리를 뽑고 있었다. 1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안에 놓인 50m 길이 배드 6개 앞에 각자 자리를 잡고 줄기를 걷어내는 모습이 꽤 진지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예진(23, 국제학부)씨는 “생각한 것보다 더 힘들다”면서도 “작업을 끝내고 뒤돌아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원이 이렇게 많아도 힘든데 농촌은 점점 사람이 줄어드니까 농민들은 훨씬 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또 “농활을 하면서 먹거리 소중함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형 선풍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하던 이들은 땀이 마를 새 없이 한곳에 모아 둔 딸기 넝쿨을 대형 투명비닐봉지에 꾹꾹 눌러 담았다. 가득 찬 비닐봉지를 양손에 하나씩 들거나 어깨에 들쳐메고 하우스 뒤편으로 옮기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줄기 넝쿨은 금세 무덤처럼 쌓였다.

안개 자욱한 산으로 둘러싸인 비닐하우스 내부는 습한 공기로 가득 찼다. 오전 작업을 마친 오전 11시 30분쯤, 그쳤던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렸다. 오전 6시 30분부터 5시간 동안 땀을 흘린 학생들은 녹초가 됐다. 작업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김의찬(21, 경영학부)씨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아름다운 농촌 풍경과 농민들의 환대에 귀농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켜보던 농장주이자 연무읍 고내4리 이장인 김종록(63)씨는 냉장고에서 비타민 음료를 꺼내 학생들에게 건넸다. 김종록씨는 “이미 6월에 끝냈어야 할 작업인데, 일손이 없다 보니 미뤄두고 있었다”며 “힘들 땐 옆에 서 있기만 해도 도와주는 거라고 하는데, 이렇게 학생들이 농활을 오면 농사일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농민과 대학생들을 연결해 준 연규현 논산시농민회 사무국장도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농촌이 워낙 인력문제가 심각하니까 조금이라도 (농민들에게)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농민학생연대활동’ 또는 ‘농촌봉사활동’으로 불리는 이른바, 농활이 재개되면서 대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김민지 한국외대 농활추진위원장은 “농활 홍보를 기말고사 기간에 해서 참여율이 낮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모집공고를 올리자마자 첫날부터 제 계좌로 계속 참가비가 입금됐다”며 “학생들이 농활에 대한 갈증이 있었구나,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부터 경북 상주시 12개 마을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농활을 진행한 성균관대는 모집 첫날부터 지원하는 학생들이 몰려 지원 홈페이지 서버가 터지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12팀을 모집하는데, 100여팀이 넘게 지원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장필규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지원이 많다 보니 처음으로 면접 절차까지 거치면서 선발을 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3년 동안 대면 활동을 못 하다 보니 대면 활동에 대한 열망도 있고, 또 직접 여름에 농촌에서 봉사도 하면서 뿌듯하게 보내고 싶은 학생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가평군 묵안리에서 예초 작업과 마을회관 페인트칠, 농작물 수확 등 농촌 일손을 도운 건국대는 농활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구글 폼을 통해 지원을 받았는데, 200여명이 몰려 랜덤으로 50명을 선발했다. 조남철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많이 지원해 주셨는데 다 못 데려가는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조 총학생회장은 “봉사시간 채우러 오시는 분, 농활 자체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 등 다양한 이유로 참여해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의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농활 열풍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개인적으로 집에서 놀거나 원래 알던 친구들이랑 지냈는데, 농활을 가면 마을회관에서 20~30명이 함께 지내니까 그런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김민정 집행위원장은 “대학들이 다 도시에 있다 보니 농활 기간 동안 농촌 현실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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