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이 돌아왔다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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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6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충남 논산에서 농활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외대 학생들이 11일 연무읍 고내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수확이 끝난 딸기의 줄기와 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충남 논산에서 농활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외대 학생들이 11일 연무읍 고내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서 수확이 끝난 딸기의 줄기와 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대학마다 ‘농활’을 재개하고 있다. 참여하려는 학생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달 농활을 진행한 성균관대는 12팀을 모집하는데 100팀 이상이 몰려 면접 절차를 거치는가 하면, 건국대는 50명을 모집하는데 200여명이 지원을 해 랜덤 방식으로 선발했다.

지원 동기도 각양각색. 최근 농활을 다녀온 대학 측 취재를 종합하면 봉사활동 의무시간을 채우거나 학점 취득을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농민과 연대 또는 농촌 인력난 해소, 먹거리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학생들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식량 위기에 관한 높아진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부터 충남 논산시에서 6박 7일간 농활 일정에 참여한 한국외대 박지원(21)씨는 “봉사활동이 아니라 농민과 연대활동이라는 모집공고를 보고 의미가 다르게 다가와서 참여했다”며 “농민과 학생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점에서 이번 농활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한시우(21)씨는 “봉사활동 느낌으로 왔는데, 농활에 직접 참여하면서 왜 농민연대활동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며 “도시에서는 마트에 가면 농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어떻게 길러지는지 알게 되니까 좀 더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건호(23)씨는 “생각보다 연세가 많은 분들도 아직까지 일을 하고 계신 걸 보고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고 했다.

현장 농민들도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유문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보면 예전 1980~1990년대에 비해 학내 조직적으로 의식을 가지고 오기보다는 봉사 점수라든지 이런 것만 염두에 두고 오는 단위들이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 농활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기후위기나 농업 문제, 통상문제 등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코로나 학번’들의 참여가 많았던 만큼 대면 활동에 대한 기대도 컸다.

지난달 27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경남 거창군 12개 마을에서 농활을 진행한 김승범 동아대 총학생회장은 “학점이나 봉사시간 때문에 지원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침체된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학생들이 많이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서원 동덕여대 농활대장도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활동을 하다 보니 농활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코로나19로 3년 만에 농활이 재개된 만큼 총학생회·단과대학생회를 대상으로 온라인 강연을 열기도 했다. 강연에 사용된 ‘농활 사용설명서’ 자료집에는 농활의 개념부터 일정 짜는 법, 교양·공동체 프로그램 구성하는 법 등 농활 기획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농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지 한국외대 농활추진위원장은 “이번 농활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도 좋고, 가을에 올 수 있냐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벌써 있어서 가을 농활 기획도 고민하고 있다. 가을에는 반응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학생들의 농활 열풍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했다.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진 이번 기회를 통해 도농 교류·도농 간 이해 증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마을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한국농정>은 1980~1990년대 대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농활’이 새롭게 떠오른 이유를 찾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외대 농활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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