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등급 대신, 육우 특색에 맞는 ‘저지방육’ 표기 어떤가”

인터뷰 l 유종현 한국낙농육우협회 안성시육우지부장

  • 입력 2022.06.10 10:10
  • 수정 2022.06.10 14:5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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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육우를 전문으로 키우고 있는 농가들은 어려운 육우산업 여건 속에서 최근 생산기반 악화라는 축산업계 공통의 악재까지 마주한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낙농·육우 사육농가가 가장 많은 경기도 안성시에서 사육농가들을 대표하고 있는 유종현 낙농육우협회 안성시육우지부장을 만나 농가들의 분투기와 그 의견을 들어봤다. 
유 지부장은 인터뷰 시점 이후인 지난 9일 한국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장으로 추대됐다.

 

육우 사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IMF 사태로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된 뒤 1998년도에 처음 축산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육우를 사육해왔다. 비닐하우스를 짓고, ‘초유떼기’ 송아지를 키우는 걸로 시작했다. 7일 된 송아지 데려다 분유 먹여서 3개월 키우면 사료를 먹는 ‘사료배기’가 된다. 그걸 비육 농장에 내면서 나도 조금씩 비육을 시작했다.

첫 해에 사료배기 850마리를 팔았다. 초유떼기를 키워 파는 건 푼돈이라 본격적으로 비육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갖고 있던 부지나 시설은 매우 제한적이라 처음엔 임대 우사를 찾았다. 두수가 400마리까지 늘어나니 외부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자가 농장의 필요성을 느껴 대출로 부지를 사고, 허가에 1년 걸려 2010년 농장을 완공해 소를 입식했다. 그런데 2011년에 소값이 신나게 떨어졌다. 있는 자산을 다 털어도 대출 상환이 안 될 정도였다.

 

2011년, 그 ‘육우 반값 파동’은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

‘매달 입식, 매달 출하. 입식은 3주에 한 번.’ 당시에 3,000~4,000두 하는 대형 농가들이 전국에 몇 곳 있었는데 전부 다 잘못돼버렸다. 다시 1년 내내 초유 떼기를 하면서 우사를 겨우 채웠다. 당시 농가들은 추석에서 그 이듬해 설까지, 소값이 가장 좋은 시기에 맞춰 송아지를 키워서 대량출하하곤 했다. 근데 소값이 너무 안 좋은 상황에선 그렇게 큰 대형 농가도 쓰러져버렸던 거다. 그걸 보며 최대한 위험을 줄여 육우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정적인 자금흐름을 위해 분산 입식, 분산 출하를 시작하고, 직접 초유떼기를 해서 입식 비용을 줄이는 두 가지에 매달렸다. 초유떼기 입식에 온 가족이 매달린다. 고집스런 주변 농가들도 지금은 모두 분산 출하를 기본으로 한다.

 

최근 사료값 파동에 의한 충격은 어떤가.

배합사료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서 80원, 올해도 80원, 지금까지 1kg에 160원 이상 인상이 됐다. 육우 한 두가 출하까지 5.5톤 정도 사료를 먹는데, 마리당 생산원가가 90만~1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조사료는 한 롤당 6만원에 구매하던 라이그라스의 가격이 정확히 두 배로 뛰었고 그마저도 없어서 볏짚을 구하고 있다. 반면에 소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상당히 어렵다. 문제는 이 불황의 끝이 너무 멀 경우다. IMF나 2013년의 불황은 그다지 길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이번 불황은 내후년까지 갈 거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이번엔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든다.

지금껏 축산을 하면서 한우 사육농가가 농장을 그만뒀으면 뒀지 도산까지 했다는 얘기는 적어도 지역에서는 한 번도 못 들어봤다. 하지만 육우는 이미 구제역 파동 이후 불황기에 대형 농장들이 다수 부도를 겪은 사례가 많다. 한우 사육은 대규모건 소규모건 살던 집까지 뺏기는 부실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했다. 다른 축종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노력을 해왔고 또 그것이 지속되고 있지만, 육우 쪽으로는 단 한 건도 없다. 물론 농가들 스스로 내 농장 내가 지켜야 하는 게 기본이지만, 이번 파도는 너무나 크다.

 

 

육우농가들 사이에서 등급제가 육우 소비를 억제한다는 주장이 종종 있었다.

낙농육우협회가 간담회를 통해 건의했던 내용 중 하나가 ‘1·2·3등급’과 다른 명칭을 부여해달라는 거였다. 육량은 지난 2019년부터 종별 특색에 맞게 지수 계산방식이 달라졌다. 육질도 달라져야 하지 않나. 육우 특색에 맞는 ‘저지방육’, ‘단백육’ 등으로 표현을 달리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기름이 없는 게 좋다’라고 하는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육우의 특색을 부각하는 이름이라면 와닿는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까. ‘원쁠, 투쁠’이 옆에 있는데 2·3등급으로 구분돼 있으면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저질고기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써놓을 거면 오프라인에는 안 깔아두니만 못하다.

 

이외 제도 개선에 있어 가장 크게 바라는 부분은.

육우 관련 예산은 ‘낙농육우’로 묶여, 혹은 ‘한육우’로 묶여 언급되는 게 대부분이다. 다른 축종들은 수요가 부진하거나 공급이 과다하면 늘 조정을 위한 정책이 나오지만, ‘육우농가에 한해’ 적용되는 사업은 단 하나도 없다. 농식품부의 문도 물론 두드려봤고, 지역구 의원을 통해 국회에도 찾아가 봤지만, 성과는 없었다.

다만 경기도에선 관내 육우농가가 많아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의지를 보여줬고, 지난 2020년에 경기도 낙농·육우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긴 했다. 지난해엔 경기도 자체 예산으로라도 육우산업에 관심을 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 공모에도 참여해 사업계획을 제출했는데, 우리가 당시 요구했던 건 경기도 육우농가들이 참여하고 경기도가 관리하는 광역브랜드를 만들고, 육우전문 육가공시설을 기반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해보자는 얘기였는데 결국 수용되진 않았다.

중앙정부에서 육우 별도의 예산을 단돈 1,000원이라도 세워 시작했으면 좋겠다. 한육우, 낙농육우하지 말고 단독 축종으로 사업이 내려오게 되면 조금 더 구석구석 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해선 예산의 목표와 사업목적이 큰 덩치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심지어 정부, 지자체는 물론이고 농협에조차 전문 담당 인력이 없는 게 육우의 현실이다. 농가 규모가 작으면 비율에 비례해서라도, 인력과 예산을 배치했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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