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가뭄과 방역, 그리고 모내기 전투

  • 입력 2022.06.05 18:00
  • 기자명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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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이태헌 (사)통일농수산사업단 이사

 

올 봄 북녘이 힘겨운 도전에 직면한 듯하다. 심한 가뭄은 두벌농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이 가뭄은 모내기철 내내 해갈되지 않고 있다. 북녘을 휩쓴 코로나19 감염사태도 심각하다. 올해는 유난히 세계적 식량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농사를 통해 이를 타개해야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에는 북녘에서 9만6,000여명의 신규 발열 환자가 발생하고, 10만1,000여명이 완쾌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5일 39만2,000여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약 2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 10만명 안팎으로 진정되는 양상이다.

북의 당국은 코로나19 감염사태를 ‘최대 사변’으로 규정하고 지난 보름 동안 봉쇄조치를 포함한 강력한 방역 조치를 펴 왔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전원회의를 열고 의료체계와 비상방역체계를 점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편 미국의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5월 말 위성자료를 분석해 북녘 곳곳의 가뭄 상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의미하는 검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북녘의 상당수 지역이 ‘가뭄 지수(Drought Index)’에서 ‘높음’ 또는 ‘심각’ 상태다.

앞서 지난달 초부터 북녘의 매체는 “중앙기관 일군들이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에 일제히 진입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북의 기상청인 기상수문국은 4월의 강수량이 평년의 44%에 그쳤고, 5월 초에도 가뭄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보한 적이 있다.

북녘의 매체는 이와 관련 “황해남도에서는 이동식 양수설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농촌지원자들이 협동벌들에 달려 나가 물주기에 성실한 땀을 바치고 있다”고 했으며, “평안북도에서는 여러 가지 물 운반수단을 동원하여 농작물이 가물 피해를 받지 않도록 물주기를 긴장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평안남도에선 운반수단, 양수설비 등을 적극 동원하여 밀, 보리밭들과 강냉이밭들에 대한 물주기를 전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기관, 공장, 기업소들에서 가물 피해 막이에 필요한 운반수단들과 양수설비들을 최우선 보장하도록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북녘은 여전히 모내기 전투 중이다. 그들의 모내기 전투는 늘 어떤 돌격대보다 치열했다. 북녘의 모든 인민들이 참여하고, 성원하는 일이다. 농사일에 있어 적기적작의 상징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올해 모내기 전투는 차질을 빚을 공산이 높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최대 비상방역체계’와 가뭄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이와 관련 북의 매체는 지난달 말 “종합된 자료에 따르면 농업부문 일군들과 근로자들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하루평균 1.1배의 모내기 실적을 내고 있다”고만 밝혔다. 반면 데일리NK는 “올해 모내기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며 북녘의 곡창지대를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황남 연백평야, 황북 재령평야, 평북 용천평야, 평남 안주평야, 함남 함주평야 등 5개 곡창지대를 분석한 결과 안주평야와 재령평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지난해 같은 시기(5월 20일 전후) 대비 20% 이상 모내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녘의 저수율은 5월 30일 현재 평균 59% 수준이다. 아직도 가뭄을 견뎌낼 여력이 충분하다. 탄탄한 인프라가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감안한다면 농업기반을 강화하는 남북협력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지금 가뭄과 방역, 모내기 전투가 겹친 북녘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편치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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