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정황근 장관 물가 행보

  • 입력 2022.05.29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인천에 있는 제분공장과 식용유 공장을 방문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13일 만에 이뤄진 정황근 장관의 첫 현장 방문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우선 ‘농식품부 장관이 대통령 행세를 하고 다니냐?’라는 비아냥이다. 물가 상승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통상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해 정부의 의지를 밝혀왔다. 그런데 물가 주무장관도 아닌 농식품부 장관이 기자들을 모아 하는 물가 행보가 의아하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인도의 밀 수출 중단 등으로 밀가루와 식용유 수급에 우려가 제기되자 농식품부는 지난 15일 제분용 밀은 8월 초, 사료용 밀은 10월 초까지 사용물량을 확보하고 있고, 식용유 역시 2~4개월가량 재고를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밀가루와 식용유 수급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황근 장관이 굳이 제분공장과 식용유 공장을 방문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다.

특히 더 우려되는 것이 농식품부 장관의 첫 현장 방문이 농촌이 아닌 수입농산물 가공공장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물가 문제가 현 정부의 당면한 과제라 해도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라는 농민들을 살피는 것이 농식품부 장관의 책무라는 것이다. 본격적 모내기 철을 맞아 농민들은 급등한 비료값과 기름값 때문에 영농비가 작년보다 30~50%까지 늘어났다고 아우성이다. 반면 쌀값 추이를 보면 올 수확기 쌀값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농식품부 장관이 농민들의 당면한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윤석열정부의 농정이 물가정책의 하위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 하는 문제다. 지금까지 농산물 수급 정책은 물가관리 차원에서 집행돼 농민들의 소득 안정은커녕 생산비조차 보장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정 장관의 첫 행보를 보면서 앞으로 이러한 농정기조가 더욱 노골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정황근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최근 밀 가격이 급등하자 대책으로 쌀가루를 꺼내들었다. 국내에서 생산한 쌀가루로 밀가루를 대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책임하고 황당한 이야기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베트남 등을 방문하고 나서 국산 쌀로 쌀종이를 만들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보수 언론들은 이를 대통령의 농업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쌀종이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어떠한가? 국산 쌀종이를 어디서고 찾을 수 없다. 과자 포장지 등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은 허황된 이야기였다는 반증이다.

정황근 장관의 쌀가루 이야기 또한 쌀종이와 다르지 않다. 국산 밀조차 가격과 품질 등으로 수입한 밀을 대체하지 못하는데, 밀가루를 쌀가루로 대체해 빵과 국수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인가. 정황근 장관의 말처럼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그 효과가 의미 있을 정도의 물량인지 묻고 싶다.

사실 식량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책은 없다. 다만 꾸준히 국내 생산을 늘리고 축산물 소비를 억제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새 정부 신임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지금 정황근 장관이 가야 할 곳은 밀가루 공장이 아니다. 하루빨리 논밭으로 달려가 농민들의 거친 손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