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에서 홀대받는 그 이름, ‘군소정당’·‘농민후보’

  • 입력 2022.05.20 14:2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후보들이 의욕적으로 지방선거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기성정치에 한계를 느낀 많은 농민후보들이 군소정당 소속으로 나섰는데, 거대양당이 주도하는 선거구 획정부터가 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민후보들에게 처음으로 비상이 걸린 건 2018년 헌법재판소 판결 때문이다. 헌재는 광역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 기준을 기존 4대1에서 3대1로 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 선거구를 통폐합해 의석 수를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강원도를 예로 들면, 기존에 인구 1만4,000명 정도면 유지되던 광역의원 선거구가 앞으론 1만7,500명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문제는 지난달 15일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인구 5만명 이상인 시·군은 최소 2석’이라는 조항을 달면서 상당부분 해소됐다. 전국적으로는 오히려 전국 광역의원 정수를 39명, 기초의원 정수를 51명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주도한 이 법 개정이 군소정당이나 농민후보들을 배려한 게 아님은 나머지 행보를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국면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의석 수를 2~4석이 아닌 3~5석으로 설정)는 결국 11개 선거구에서의 제한적 시행으로 마무리됐다. 11개 선거구 자체도 대부분 도시지역에 국한됐다.

광역의회도 다당제 전환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역행했다.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은 각 광역자치단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초안을 제시하고 광역의회가 확정하는데, 양당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선거구 쪼개기’가 여전히 성행했다. <한겨레> 집계에 따르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6곳에서 획정위원회 제시안보다 퇴보(2인선거구 증가), 5곳에서 2018년 선거보다도 퇴보한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으며 나머지 지역 역시 현상유지에 가까웠다. 2인선거구 축소와 중대선거구제는 거대양당·기성정치 체제에서 군소정당·농민후보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치지만, 지금껏 거대양당의 구호가 겉치레에 불과했음이 이번 선거로 여실히 드러났다.

이처럼 기준이 변화하고 가치가 흔들린 상황에서 지역 현장에선 선거구 개편이 매우 불안정하게 이뤄졌는데, 유독 진보당 소속 농민후보들 중에서 피해 사례가 빈번히 확인되고 있다. 유영갑 순천시의원 후보는 선거구(기존 4개 읍·면)에 2개 면이 추가됐는데 하필 후보 본인의 소재지와 가장 거리가 먼 곳들이라 부담을 안게 됐다.

유 후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김지숙 부여군의원 후보의 근거지인 초촌·석성면은 3개 읍·면과 함께 가선거구에 속해 있다가 이번에 다선거구의 4개 면과 합쳐졌다. 김성보 나주시의원 후보의 소재지인 노안면 역시 기존에 같이 있던 4개 읍·면(가선거구)과 떨어져 홀로 시내의 3개 동(나선거구)과 결합했다. 농민후보가 졸지에 도시선거구에 떨어진 것이다.

광역의원 후보 중엔 박형대(장흥)·강광석(강진) 전남도의원 후보가 대표적이다. 장흥에선 장흥읍이라는 하나의 행정읍이 두 선거구에 마을(리) 단위로 쪼개지는 일이 일어났다. 장흥읍은 박형대 후보의 소재지이자 표밭인데, 27개 마을 중 5개가 타 선거구로 넘어가버렸다. 강광석 후보는 강진 1·2선거구가 통합되면서 예상보다 험난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거대양당 체제 속에서 진보정당 농민후보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발돋움하려는데 자꾸 발목을 잡히는 것 같다”며 “농민후보들이 이 부당함을 알려내며 반드시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며, 향후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기초·광역을 불문한 중대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를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