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바로서는 세상 위해 … 올해도 농민후보들이 뛴다

  • 입력 2022.05.20 14:25
  • 수정 2022.05.22 20:3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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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갈수록 정치로부터 소외되고 핍박받는 농업·농촌의 현실이 농민들을 계속 선거판으로 끌어내고 있다. 농민후보들은 어떤 후보들보다도 농업·농촌에 대한 문제의식과 애정을 가진 이들로, 농업 중심의 정치변혁을 이끌 ‘씨앗’과 같은 존재다. 2020년 총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도 농민들의 출정이 활기를 띠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총 7,598명이며 이 중 462명이 직업을 ‘농축산업’으로 기재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절대적인 의미를 갖진 않는다. 공직·사업 등에 종사하다 퇴직한 초보 농민들은 아무래도 ‘농민후보’로서의 정체성이 약할뿐더러, 반대로 일관되게 농민의 삶을 살아왔음에도 직업을 ‘정당인’ 등으로 기재한 후보들도 있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55명 중 농민후보는 공식적으로 0명이지만, 농민들의 주목을 받는 후보가 2명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와 박찬식 무소속 제주도지사 후보다. 임미애 후보는 경북 의성에서 30년 가까이 소를 키우고 있는 농민이다. 2006년 정치에 입문해 의성군의원 2선을 했고 2018년엔 경북도의회에 입성했다. 보수 텃밭인 의성 지역구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박찬식 후보는 제주 제2공항 계획의 부당성에 분노해 2년 전 제주로 귀농한 인물이다. 사정상 아직 농사를 시작하진 못했지만 서귀포시농민회에 가입돼 있으며 제2공항 철회, 토지·환경문제 개혁 등 지역밀착형 공약을 내세워 농민후보 대우를 받고 있다.

남궁석 진보당 홍천군의원 후보가 지난 19일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 하나로마트 회전교차로에서 ‘농민수당 두 배로’ 등 주요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남궁석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남궁석 진보당 홍천군의원 후보가 지난 19일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 하나로마트 회전교차로에서 ‘농민수당 두 배로’ 등 주요 공약을 내걸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남궁석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는 574명 중 17명이 농민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 조원희 민주당 상주시장 후보. 체험마을, 귀농·귀촌, 로컬푸드 등 지역민들을 규합해 전국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을 일궈냈으며 현재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당독식의 지역 정치지형에 변화를 도모코자 시장 선거에 두 번째 도전장을 냈다.

이와 함께 정영철 국민의힘 영동군수 후보, 천춘진 무소속 진안군수 후보, 김상선 민주당 영양군수 후보, 박현국 국민의힘 봉화군수 후보 등이 비교적 탄탄한 농업분야 경력을 보이고 있고, 원재성 무소속 횡성군수 후보도 횡성군의원 초선 때부터 스스로 농민후보임을 강조해왔다. 농민 출신 농협조합장인 국영석 완주군수 후보는 상습도박 혐의로 민주당 공천이 취소된 뒤 무소속으로 입후보했다.

광역의원 후보는 1,769명 중 75명이, 기초의원 후보는 5,117명 중 368명이 농민이다. 파이가 큰 만큼 많은 수의 농민후보들이 출마했는데,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이 부문에 본격적으로 조직후보를 배출했다. 이 두 단체는 농민단체들 중에서도 과거부터 가장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정치세력화 운동을 해온 단체로, 후보들의 식견이나 공약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전농·전여농 조직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진보당과 결합해 있다. 광역의원 후보는 총 7명인데, 강광석 전 전농 정책위원장(강진), 권용식 전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보성), 박형대 전 전농 정책위원장(장흥), 오미화 전 전남도의원(영광), 오은미 전 전북도의원(순창)과 섬진강 수해참사 보상투쟁의 구심점인 김봉용 비대위원장(구례) 등 농민운동의 쟁쟁한 거목급 인물들이 포진했다. 김정임 전 전여농 회장은 제주에서 정의당 비례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기초의원 조직후보는 총 17명으로 모두 진보당 소속이다(관련기사: 우리 지역의회 농민후보, 누가 나서나).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의원 후보(영천)와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19일 선거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영수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경북도의원 후보(영천)와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19일 선거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영수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전농·전여농 조직후보 외에도 눈길을 끄는 농민후보들은 많다. 광역의원만 훑어보자면, 강원에서 김종유 전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철원)이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했고 충북에선 농민 출신 스타 도의원인 이상정 민주당 후보(음성)가 재선을 노린다. 전남은 정의당 농업정책을 이끄는 박웅두 정의당 후보와 전국쌀생산자협회 전 사무총장인 정홍균 무소속 후보가 같은 지역구(곡성)에서 경합한다. 경북엔 지역 농민운동을 견인해온 이영수(영천)·류승하(봉화) 민주당 후보가 전면에 나섰으며 경남엔 영남지역 농민정치의 기둥, 빈지태 민주당 후보(함안)가 다시 신발끈을 동여맸다.

그밖에 이규현 민주당 전남도의원 후보(담양), 윤광수 무소속 경남도의원 후보(함안)가 전농 출신이며 김상용 민주당 강원도의원 후보(삼척), 임강환 무소속 전남도의원 후보(장성), 김성일 민주당 전남도의원 후보(해남), 박창욱 국민의힘 경북도의원 후보 등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출신 후보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전농·전여농 조직후보들을 중심으로 이들 농민후보는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공약에서 타 후보들보다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농민수당·기본수당 확대와 여성농민 지위향상, 농산물 가격보장 및 재해보상 개선, 인건비·농자재값 인상 대응과 주민자치 강화 등이 다수 농민후보 공약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공공농업 개념 구축, 친환경농업 확대 같은 농업구조의 미래지향적인 고민에도 한발 앞서 있다. 태양광·열병합발전·해양폐기물 등 심각한 갈등 이슈가 있는 지역에선 지역주민·농민 입장을 반영한 진보적 대안을 저마다 꺼내들고 있다.

농촌에서 진정성 있게 농사를 지어온 농민일수록 ‘거대정당’의 ‘텃밭공천’을 받을 가능성은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농업·농촌이 배제된 정치판에서 농민후보들은 출마 자체만으로 우리 사회에 농업·농촌에 관한 중요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 명 한 명 당선자들의 노력에 의해 농민의 목소리는 정치권에 더욱 강력하게 닿을 수 있다. 농민후보들의 꾸준한 도전이 언제까지고 빛을 잃지 않는 이유다.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 후보(순창)가 지난 19일 전북 순창군 인계면 차치마을에 들러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오은미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 후보(순창)가 지난 19일 전북 순창군 인계면 차치마을에 들러 주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오은미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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