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직접 정치’ 우리가 해낸다

  • 입력 2022.05.20 14:09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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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7일 충남 부여군 석성면 현내리 양송이마을 회관 앞에서 부여군농민회 회원들이 ‘칼갈이 자원봉사’에 나선 가운데 이곳을 찾은 김지숙 진보당 부여군의원 후보가 여성농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한승호 기자
지난 17일 충남 부여군 석성면 현내리 양송이마을 회관 앞에서 부여군농민회 회원들이 ‘칼갈이 자원봉사’에 나선 가운데 이곳을 찾은 김지숙 진보당 부여군의원 후보가 여성농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한승호 기자

 

충청남도 부여군 석성면 비당3리 마을회관 앞, 두 명의 농민이 트럭을 세우더니 칼갈이용 연마기를 내려놓는다. 부여군농민회가 ‘칼갈이 자원봉사’를 하는 날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농민회의 이 자원봉사는 칼갈이 기계도, 갈아줄 사람도 보기 힘든 요즘 농촌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방문하는 마을마다 부엌칼은 물론 농작업용 칼까지 한 무더기를 들고나오는 통에, ‘가급적 1인당 개수를 3개로 부탁한다’는 식의 방문 전 사전고지까지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날도 열댓 명쯤 되는 주민이 칼갈이를 부탁하러 한데 모여 있는 가운데, 선거철 농촌에서 가장 어울릴 법한 군의원 후보가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한 뒤 20대 중반 나이에 초촌면에 들어와 아이 셋을 낳고 지금껏 딸기 농사를 짓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여군의원(다선거구) 후보로 출마한 김지숙(41) 진보당 후보다.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선거구가 조정되는 바람에 그도 전혀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는 꿋꿋이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차량에 전동킥보드를 실은 채 홀로 각지의 농작업 현장과 마을회관을 찾았다.

선거운동에 나선 피선거권자와 우연히 대면하는 순간, 유권자들은 대개 후보의 명함을 건네받은 뒤 함께 듣는 인사 ‘잘 부탁드립니다’ 그 이상을 듣기 어렵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그 짧은 인사조차 후보 본인이 아닌 선거운동원을 통해 듣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의 선거운동, 특히 거대양당의 그것은 각자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데 주로 에너지를 쏟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농민후보’는 이날 만나는 유권자마다 인사 그 이상의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 초면의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3분, 5분씩 붙잡고 자신의 이야기를 어렵잖게 풀어낼 수 있는 건 단지 그 자신이 현장 여성농민인 덕뿐만은 아니다.

“보통 선거운동은 명함을 나눠주는 걸로 끝나요. 그런데 설명을 하면, 듣던 얘기에 공감하는 순간 호기심을 갖는 모습이 보여요. 저는 농민들을 만났을 때 ‘앞으로 무엇을 하겠습니다’보다는 ‘무엇을 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요.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하겠다’라는 말은 선거운동을 할 때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잖아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고, 그걸 바탕으로 의회에서도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하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남 지역의 농민운동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농민수당’의 초석을 세웠다. 이후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전국 각지의 농민운동가들은 주민발의 청구제도를 활용해 도의회에 직접 조례안을 제출하며 농민수당의 전국 확산을 위해 애썼고, 그 덕에 4년이 지난 오늘날 전국 대부분의 농가는 공익적 역할 수행에 대한 가치를 미력하게나마 보상받고 있다.

김 후보 또한 조례 청구를 뒷받침할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 위해 부여군 대표로 지역 곳곳을 뛰어다닌 경력을 자랑한다. 동시에 농민수당 원안이 의회에 의해 쉽게 가로막히는 모습을 보며 의석 없이 펼치는 의정활동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기도 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아, <한국농정>은 농민수당 확산의 성과를 품고 이제는 제도정치권에 들어가 ‘농민 직접 정치’를 펼치고자 하는 농민후보들의 역주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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