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대동란’의 위기

  • 입력 2022.05.22 18:00
  • 기자명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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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

 

급기야 코로나19 위기가 북쪽에도 찾아왔다.

지난 1월 16일 재개됐던 북중 간 열차운행이 중국 단동에서의 코로나19 발병으로 4월 25일 이후 중단되더니 이번에는 북쪽에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소식이 회의체계와 공식매체를 통해 발표됐다.

2020년 1월 31일 코로나19가 발병하자 국경봉쇄 조치로 대응했던 북쪽이 조금씩 봉쇄조치를 해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발생한 이 위기는 올해 계획했던 생산, 사업, 생활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에 보건위생 분야의 증액을 했지만 기존의 국경봉쇄 수준에서의 예산 대응과 실제 발병상황 하에서의 예산 대응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 북쪽이 내부적으로 집중하고자 했던 건설, 농업분야의 성과도출도 어려워 보인다.

북쪽의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4일과 15일 잇달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 심각성을 이야기했다. 아울러 “중국 당,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는 언급도 했다.

북쪽의 방역체계인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발표한 유증상자(유열자) 숫자도 지난 13일 발표에서는 1만8,000여명, 14일에는 17만4,000여명, 15일에는 29만6,000여명, 16일에는 39만여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 국내와 국제사회에서는 즉각적으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무한 데다 열악한 보건위생 환경을 고려했을 시 상당한 인도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북쪽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여러 입장을 감안할 경우 쉽사리 이러한 지원 입장에 호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북쪽이 외부를 향해 밝혔던 입장과, 한 번 밝힌 입장에 대해서는 쉽사리 철회하지 않는 그간의 대응 방향을 봤을 때 앞서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했던 ‘중국식’이라는 ‘봉쇄’ 방식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혜’를 베푸는 모습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입장이 완강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쉽사리 북쪽이 호응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 지점이 우리와 북쪽의 차이점일 것이다. 우선 내부 방역체계를 통한 위기 극복에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북쪽의 입장은 우리의 인식 수준을 넘어선다. 그에 반해 지원과정을 통해 대화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우리와의 간극은 자못 커 보인다. 남북 간의 직접 지원보다는 국제사회를 통한 우회 지원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동란’에 직면한 북쪽 주민들의 피해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문득 국내의 일부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난 2년여 간 확진자가 ‘0명’이라는 북쪽의 입장에 ‘사실과 다르다’, ‘숨기고 있다’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었는데 이번 북쪽 당국의 공식입장에 대해서는 어떤 논평을 할지 궁금해진다. 혹시 ‘참다 참다 더이상 감내할 수 없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억지 논평을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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